우리동네 재래시장에는 닭을 파는 젊은 부부가 있었다.
처음에는 생닭만 팔더니 남편이 닭의 배를 가르고 토막을 치는 동안, 아내는 옆에서 닭을 튀겨 팔기 시작했다.
그 젊은 여자가 만들어내는 튀김닭은 날개돋친 듯 팔렸다.
왜냐하면, 인근 튀김닭집들은 그때까지만 해도 한 마리 기준으로만 판매를 했고,
특별히 맛있다고 소문이 난 집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젊은 여자는 천원 어치도 팔고, 이천원 어치도 팔았다.
또 인근 어느 전문닭집 보다 맛도 있었다.
기계를 갖춘 것도 아니고 달랑 솥 하나 걸어놓고 만들어내는 솜씨가 정말 보통은 아니었다.
내가 그여자를 기억하는 이유는 그러나 그 튀김닭 솜씨 때문 만은 아니다.
그 부부가 처음 그곳에서 좌판을 벌인 그해 겨울은 유난히 바람이 매서웠던 기억이다.
그여자의 등뒤에는 두어살된 사내아이가 행여 떨어질세라 포대기 속에 꽁꽁 묶여 있었다.
나는, 이 추운 날씨에 애가 고생이다 싶어 그 광경이 그저 예사롭지만은 않았다.
그겨울 내내 부부는 그렇게 아이를 등에 업고 억척스럽게 닭을 팔았다.
그리고 나는 그여자의 얼굴에서 단 한번도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다.
얼마전, 어린이 날을 하루 앞두고 나는 조카들의 운동회에 가져갈 튀김닭 한 봉지를 사러 갔다가,
며칠째 썰렁하게 포장만 쳐놓은 닭냉장고 앞에서 그여자의 부음을 들었다.
그리고...자살이라고 했다.
시장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회자되는 소리가 시장통 막다른 어귀를 벗어나는 순간까지도 내귀에 철거머리처럼 들러붙었다.
그여자, 이제 겨우 서른 두살 이라고 했다.
더이상 엿볼 것도, 엿들을 것도 없을 무렵에 그여자의 남편이 다시 닭을 팔기 시작했다.
물론 남자는 사람들의 시선이 버거운 듯 고개를 들지 못하고 애꿎은 닭만 몸살을 앓게 했다.
남자의 등은 보채는 아이를 번갈아 안아가며 닭을 팔던 그 매서운 겨울날보다 더 측은하고 허허로웠다.
그래,산 사람은 살아야 하니까.
그러나 문득 문득 나는 전의를 느끼며 까닭모를 분노에 몸을 떤다.
그 시장통 어디에도 추운 겨울을 어린아이 업고 버둥거렸던 한 여자의 자취는 없다.
여자의 남편은 혼자서 닭의 배를 가르고,토막을 내고, 그리고 제법 그럴싸하게 튀김닭까지 만들어 팔고 있다.
여봐란 듯이. 얼마든지 혼자서도 잘하고 있다.
아,죽음보다 무서운 이 지리멸렬한 일상.
왁자한 시장통에서 나는 그남자에게 말한다.
아저씨,닭 한마리 배만 갈라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