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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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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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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BY 유수진 2000-03-31


"경진인 팔뼈가 쪼개져서 수술했고.....
다행히 휠체어가 경진이몸 옆으로 굴러 떨어지는 바람에 큰 부상은 없었어요."

"그건 그렇고, 아까하던 얘기나 마저 하지요.
해인이를 어떻게 한다구요?!"

다리의 무게가 없어서 상대적으로 가벼웠던 난 다행히 턱에 약간의 상처를 입었을뿐 멀쩡했다.
경진은 수술이 끝나고, 당분간 학교를 쉬고 있었고, 어제까지만해도 끝없는 욕설로 나를 힐책 했다.

나쁜꿈을 꾼것같은 한달여가 지나갔고, 아래층엔 지금 김진재가 조금전부터 엄마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언제 아래층 자신의 방에 있는 경진이 또 알아채고 뛰어올라올지 몰라 나의 도둑고양이(경진의 표현을 빌자면)같은 영탐(?)을 그동안 자재해 오다가, 진재가 벨을 누르고 정원을 가로지르는 모습에 나는 또 항상 휠체어를 대고 엿들었던 그곳에 새 휠체어를 타고 앉아있다.
그의 한마디 한마디에 온 신경이 곤두선체로....
손은 지난번처럼 또, 바들 바들 떨리고 있고, 마른침이 꼴깍 넘어갔다.

"해인이에 대해 좋은 감정 가지고 있습니다.
4년을 지켜봤지요.
어머니 허락하에 데이트도 즐기고....
그냥 다른 연인들 하는 뭐 그런거....
아무래도, 제가 해인이와 데이트한다고 데리고 나가면 어머니, 걱정 너무 많이 하실거 같아서요.

잠시 엄마의 표정을 알 수 없는 침묵이 이어졌다.
난 간절한 소망이 담긴 마음과 두려운 마음이 동시에 솟구쳤다.

이윽고, 내 가슴을 저릿하게 하는 엄마의 차가운 음성이 정적을 가로질렀다.

"괜히 쓸데없는 희망 품게 만들지 말고 이쯤해서 끝내요.
지금 그 말은 안들은걸로 할테니까...."

"어머니....
쉽진 않을거라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한번은 부디쳐야할 난관이죠.
전........
해인이 그냥 정상인처럼 편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진재학생.
당사자들 생각만 하지말고, 진재학생 부모님들도 한번 생각해봐요.
멀쩡한 자식이 사귀는 여자가 두다리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하면, 세상 어느 부모가 그냥 넘어가겠나.
그건, 해인이를 위해서도 불행한거야.
해인이가 겪게될 시련들은 생각해 봤어요.
저앤, 성질이 그렇게 좋은편이 아니야.
그런거 감당해낼 내면 같은것도 성숙되지 않은, 그야말로, 들판에 버려진 성질 포악하고 거친 망아지라구....
4년을 지켜봤다면, 더 잘 알겠네.
당장, 진재 부모님한테 어떻게 해버릴껄...
저 성질로 봐선.....
난......

진재학생은 정말 사람 놀라게 하는데 뭐있는거 같아.
하필.......
어떻게 하필 해인이를......
보통사람의 상식으론 도저히 이해못하겠어......"

"어머니 말씀,
충분히 이해합니다.
우리 부모님들이 해인이에게 입힐 상처를 염려하시는거....
하지만,
사랑의 완성을 위해 꼭 넘어야할 산이라 생각하고, 더 단단한 사랑의 발판으로 삼겠습니다.
해인이가 장애인이라서 포기했다면, 저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을겁니다."

난....
글썽거리는 눈물을 얼른 떨리는 손으로 닦아냈다.
이제서야
그의 사랑이 피부로 와 닿았다.

"정말....
할말이 없네..........
내 감정 수습할 시간좀 줘요.
집이 왜 이리 덥지.
아줌마....
아줌마.......!"

"사모님예 부르셨습니꺼."

"차가운 물좀....
얼음 뛰워서.... "

"야! 퍼뜩 가지고 오겠심더."

"어머니,
어머니만이라도, 우리편이 되어주신다면, 정말 천군만마를 얻은듯 든든할것 같은데요."

"생각좀 해본다니까요.
생각할 시간을 줘요.
이건 보통문제가 아니니까."

난 조용히 그자리를 떠나 방으로 돌아왔다.

가슴은 마치,
달리기해본지는 아득하지만, 200m를 단숨에 뛴 상태가 이럴까? 숨을 쉴 수 없을 정도로 팔딱거렸다.
내 두손은 가슴에 얹어졌다가, 입으로 올라갔다가, 무의식상태에서 제멋데로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시선 또한 마찬가지였다.

문득, 그가 선물했던 눈처럼 흰 파레트와 그림도구가 눈에 띄었다.
침대맡으로 손을 뻗쳐 소중하게 가슴에 꼭 껴않았다.

물감셋트를 꼭 껴않은채, 창문으로 다가가, 대문쪽 정원을 바라봤다.
그의 모습을 간절하게 기다렸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그는 나올기미가 안보였다.
순간,
방문이 '벌컥' 여렸다.

"팍-!"

놀라서 떨어뜨린 물감set가 둔탁한 소리를 냈다.

아줌마 모습
뒤로, 그의 얼굴이 보였다.

그가 방으로 성큼 성큼 들어온 후에도 아줌마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내 방을 기웃거리고 있자, 그는 호탕하게 웃으며
"아줌마 감사합니다~"한다.

그제서야, 아줌마는 허둥지둥 자리를 떠난다.
아줌마의 쿵쿵 거리는 발자욱 소리가 아득해진 후에야, 그는 나를 쳐다보며, 적극적으로 말했다.

"나가자!"

그는....
뭐랄까.
설명하기 힘든 표정을 하고 있었다.
약간은 상기된듯 또, 언뜻 그늘이 지나가기도 했고, 일그러진 미소가 되기도 했고, 마지막엔 그 특유의 목젖이 다 보이는 시원한 웃음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하하하.... 놀랐니.
나가자!"

난 멍한 표정이 되어, 그의 얼굴을 쳐다보는거 외엔 뭘 어떻게 해야할지 난감했다.

"나가자고..."

떨어뜨린 물감 셋트를 주우며, 그는 재촉하는 눈빛을 보낸다.
난 그가 어디를 가자는건지 몰라,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를....."

물감을 책상에 놓고 눈은 계속 나를 주시하며, 그는 짤막하게 대꾸했다.

"데이트....."

놀라서 쳐다보는 나를 향해 그는 빙긋이 웃어주고는 옷걸이에 걸린 가디건을 팔에 걸친채 다가와, 그 억센 팔로 나를 종이장처럼 가볍게 안아 올렸다.

순식간에 그의 품에 안긴 나는 반사적으로 강한 저항을 했다.
한손으론 그의 가슴을 밀어내고, 다른 손으론 나를 안은 그의 손을 피려는듯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한달전 경진이와 계단을 굴렀을때 안겨보긴 했었지만, 멀쩡한 정신으로 이런 포즈를 취하고 있으니, 온몸에서 강한 거부감이 일었다.
아줌마가 아닌 다른사람의 살에 닿는게 실로 오랜만이었고, 또 이런 모양새는 꿈도 꾸지 못했다.
너무 당황스러웠다.

"내려놔요!"

"계단을 어떻게 내려갈건데...."

"전 안가요!
빨리 내려놔요!"

강한 저항에도 그는 꿈쩍하지 않았다.
내가 기진맥진할 즈음 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말문을 열었다.

"이제...
시작이야.
나가자!
나가서, 밝은 햇살도 좀 받고, 세상 바람이 얼마나 매서운지도 쐬어보고....."

".....................................
싫어요! 내려줘요!"

난 다시 힘빠진 저항을 시도하다가 이내 포기한다.

그는, 그대로 내 방을 나와, 2층 계단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내 하체에 걸쳐진 얇은 망토가 마치 두다리가 있는 성한 사람이 안겨 있는듯 그럴듯하게 보였다.
그게 더 민망스러웠다.

엄마는 1층 거실 소파에 그림처럼 앉아서 꿈쩍도 하지 않은체, 우리를 외면했고, 아줌마와 경진이 경악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데이트 잘하고 오겠습니다.
어머니, 죄송합니다.
너무, 버릇없는 모양새가 되버렸네요.
이해해주십시요."

엄만 아무대꾸도, 반응도 없었다.

엄마의 마치 잔뜩 화가난듯한 무섭고, 차가운 표정에
난 그의 품으로 자꾸 움츠러 들었다.

"아줌마!
문좀 열어 주시겠어요."

"에?........아...야....야"

아줌만 잠시 엄마의 눈치를 살피더니, 허둥지둥 현관문을 열었다.

"그럼, 어머니,
다녀오겠습니다.
해인이 일찍 보내드릴테니, 너무 걱정하지 마십시요."

김진재는 엄마의 반응을 잠깐 기다리다, 이내 돌아서서 뚜벅 뚜벅 걸어나갔다.



"아.....아.....아...녀...하세.....
아아.........녀...."

온몸이 다 뒤틀려 있는 그 소년은 내게 무슨소린지 알 수 없는 말을 했다.

난 공포에 휩싸여 김진재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병채야 안녕.
앞으로 니 형수님될 분이야.
해인이도 인사해. 병채가, 안녕하세요. 하는거야."

난 그를 쏘아보며, 아무말도 하지 않았다.
그곳 거실엔.....
온통 병신들만 있었다.

머리가 기형적으로 큰아이, 한쪽 팔과 다리가 완전히 없는 소년,
아까 그 병채라는 아이처럼 얼굴과 온몸이 뒤틀려, 거동도 못하고 누워있는 소녀......

끔찍했다.

"안녕하세요. 진재한테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김진재와 너무나 닮은 남자가 그와 웃는모습까지 흡사하게 나를 맞이했다.

김진재를 쳐다보자, 그는 빙긋이 웃으며 말했다.

"인사드려. 우리 형이야.
이 사랑원 원장님이셔."

그 보다 대여섯살 많아 보이기는 했지만, 정말 많이 닮아있었다.

사랑원 거실 소파에 앉혀진 난 그의 형님이라는 김민재 원장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가, 화들짝 놀랐다.
누군가 내손을 쓰다듬었던것이다.

"애.......애뻐. 애......뻐...뻐...."

아까 그 병채라는 소년 옆에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여자가 온 사지를 뒤튼채 기어왔던것이다.

옆에 앉은 진재에게 반사적으로 몸을 피했는데, 그녀는 필사적으로 나에게 기어오고 있었다.

"방순이가 해인이 이쁘다고 그러는거야.
손이라도 한번 잡아줘."

난, 약간 화가나서, 그에게 뭔가 말하려다 꾹 참고, 그 방순이라는 여자를 내려다봤다.

웃는건지, 우는건지,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며 손을 뻗치고 있었다.
병채라는 소년은 그녀보다 좀 나은지 반쯤 구부린채 그녀가 넘어지지 않도록 그녀의 팔에 잔뜩 뒤틀린 자신의 팔을 어설프게 끼워 부축하고 있었다.

난 머뭇거리다 내키지 않은 손을 뻗쳐 그녀의 허우적거리는 손에 닿을듯 말듯 갖다 댔다.

"우.......어우어.........우어......우..어우어우...."

이상한 신음소리에 깜짝놀라 손을 탁 거둬들였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병채라는 소년이 또 이상한 소리를 냈다.

"우....우....거요."

"웃는거래요. 방순이가 기분좋아서 웃는거라고, 병채가 말해주는거에요."

살이 찐듯한 푸근한 인상의 30대 여자가 쟁반의 쥬스를 테이블 위에 놓으며, 말했다.

김 민재원장의 부인이라고 했다.

"형수님. 해인이에요.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알아요. 도련님 4년 내내 편지로 말씀하시던....
방순이 말데로 정말 귀엽고 예쁜 아가씨....소녀 같은데요.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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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데체 무슨 짓이에요."

집으로 향하는 그의 차안에서 난 그에게 화를 냈다.

"나한테 뭘 원하는 거죠.
그래, 너보다 못한 사람들 이렇게 많으니까, 넌 행복한줄 알아라. 그런거에요?"

"충격 많이 받았구나.

우리 형..........
자세히 봤니?

왼쪽 다리 하나는 의족이지."

"그래서요!
정상적인 몸으로 형과 결혼한 고마운 형수님 대신해서 하늘에 은혜라도 갚자는 거에요.
그래서, 나같은거랑 결혼한다고,"

"그만!
육체의 병보다, 정신의 병을 먼저 치료하자는거야. 지금 난...."

"호-! 그래요.
육체도 병신, 정신도 병신이라는 소리군요."

"해인아.....
내가 너와 결혼하려는 이유는 딱 한가지야.
니가 좋아.
너의 카리스마가 담겨있는 그림 실력도 사랑하고....
너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그대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보고, 난 미래를 구상했어.
너와 함께 프랑스 파리로 날아갈 거라는........"

"진재오빠가 내 그림을 언제봤다고...."

순간, 짐작가는 얼굴이 스쳤다.

"해빈이와, 경빈이......
너의 화니나무의 화니상자....
니 허락도 없이 감상해서 미안하다.

해인아.....
난.........
네가 처해있는 환경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할 준비가 되어있다는걸 보여주고 싶었던거야."

이사람......
김진재를 만난후부터 난 계속
놀라고, 마치 바보가 되어가는 기분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