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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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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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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회]


BY 유수진 2000-03-16



남은 겨울을 몸살로 힘겹게 보내고, 내 19세의 성숙한 봄을 그렇게 맞이하고 있었다.

아픔으로 갇혀있던 감옥같은 내방을 나와 초췌한 모습으로 개나리며, 분홍 철쭉들이 만발한 정원을 내려다 보고 있었다.

아래층에선, 해빈오빠의 군동기 김진재와 그의 친구들이 왁자지껄 가족과 담소를 나누고 있다.

"나를 취재할 꺼리가 뭐 있나. 호호호호호호
그래도 잡지나, 매스컴에서 취재나온것보다 더 기분 좋은데요."

"서유림 화백님의 '열정'이라는 이번 테마 전시회 우리 학교에서 대단한 화제꺼리였거든요. 전교생 거의 다녀갔을껄요.
항상, 작품에 테마를 넣는것도 인상적이었구요, 암튼 해빈이 녀석 어머님이 서유림 화백님이라고 해서 안믿었는데, 진재가 한번 뵈었다고 해서요. 우리학교 신문에 꼭 화백님의 작품구상이나, 영감 등을 주제로 기사화하면, 적격일것 같아서요."

"전 진재청년이 그림쟁이일줄은 몰랐어요.
너무 터프한 분위기라, 권투선수 아니면, 체육학과쪽인줄 알았는데....호호호
사람은 겉만봐선 모른다니까요."

"어머님, 말씀 낮추세요.
해빈이녀석처럼 자식이다 생각하시구요."

"어! 어!... 이녀석, 학교신문에 목숨 걸었구나.
화백님한테 잘 보여서 알짜베기 우려낼려고...."

"하하하하하하하하......"

"엄마가 내숭떠시면, 저라도 그 기사에 합세해 드릴께요. 얼마전에 오빠들 학교 학생들하고 LAST 미팅 했었는데.... 후후, 인연이란 참...."

"어! 그랬어요.
전 금시초문인데....
한대 미술학과 김진재를 제외시키다니....
모든 미팅은 나를 통해서 진행하는데...
이상하네.
음..... 이런 미인이 나올거 알고 이 잘생긴 김진재를 제외 시켰구만..."

"호호호호.....
진재오빠두 참..."

"야! 김진재.
우리 이제 4학년에, 나이 스물여섯이다.
우리같은 할아버지들을 누가 싱싱한 물에 끼워주겠냐."

"후후.. 우리 경진이도 4학년인데요. 뭘...."

"하하.. 어머니 꽃다운 나이의 4학년하고, 우리같은 군바리과정 밟고간 4학년하고 같은가요. 어디."

"너희들 취재 안하냐."

"맞아 맞아.... 해빈이가 우리 빨리 쫓아내고 싶은가부다."



그들무리는 엄마의 취재건으로 자주 우리집을 방문했다.
때로는 두서넛이, 때로는 김진재라는 해빈오빠의 군동기라는 사람혼자만이...

그들이 우리집을 왔다갔다하건, 엄마가 내 인기척에 차가운 시선을 보내건, 경빈이 자상하게 말을 건내건, 난 무서우리만치 담담하게 지냈다.

그때부터였다.
하현수와의 더러운 첫입맞춤 후 부터.....

내 입속에서 거칠게 꿈틀대던 하현수의 구역질나는 혓바닥이 아직도 내온몸 구석구석을 더럽히고 있는것같았다.

무엇보다 그가 내뱉은 말이 내 마음속의 빗장을 채워버리게 만든것이다.

그렇다.

이 집에서 내 편은 아무도 없다.
이 집에서 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어차피 아무도 없는것이다.

어차피.....

있으나마나한 존재.
아니, 저들에게 걸리적거리기만한 존재.....



옷걸이에 걸려있는 미영의 그 지겨운 초록색 하프코트가 눈에 띄었다.

정말 지겹다.

똑같은 컷트머리에, 똑같은 무테안경, 똑같은 얼굴표정....

뭔가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그녀의 소리도 지겹다.

다 모두다.....

'탁- !'

갑자기 연필을 집어던진 내 행동에 그녀의 큰눈이 더욱 커졌다.



그녀의 집요한 시선을 끈질기게 외면하고, 화창한 날씨에도 스산한 바람색깔같이 느껴지는 창밖을 불만이 가득한 눈빛으로 응시하고 있었다.

동요없는 예의 그 표정으로 돌아간 미영은 내가 응시하고 있는 창밖으로 '획' 고개를 돌린다.

한참을 그렇게 창밖을 보고있었다.

"지겨워!"

툭 던진 내 말에도 미영의 표정은 여전했다.

화가났다.

내게, 따끔한 말한마디, 아니, 소리라도 질렀으면 하는 절실한 마음이었다.

난, 미영을 정면으로 쏘아보며 신경질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넌, 왜 언제나 똑같은 옷에, 똑같은 머리에, 똑같은 안경만 하고 다니니!
지겨워 죽겠어."

미영은 오랜만에 자극적인 표정으로 날 노려보았다.
그녀를 자극할만한 말을 더 찾고 있으려니....
더 이상 할 얘기가 없다.

"지겨우니까
내일 다시와!
다른옷으로 갈아입구...."

난 화판을 신경질적으로 거칠게 챙겨 거실로 나갔다.

반쯤 열려져 있는 배란다 유리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봄의 햇살속에 몸을 던졌다.

소름이 끼쳤다.
추웠다.

가디건이라도 가지러 다시 들어갈까 하다가 그만두기로 했다.

난 온통 내방문쪽으로 신경이 가 있었다.
미영의 반응이 궁금했다.

초기에 몇번 그러다가, 거의 2년만에 못된 성질이 또 발동을 한것이다.

화판을 피지도 않은채, 계속 내방문쪽을 곁눈질하고 있었다.

지루하리만치 오랜시간이 지나도 미영은 반응이 없었다.

그녀답다.

난 화구자리를 잡고 천천히 연필을 골랐다.
연필을 검지에 끼고 정원을 휘 둘러 보았다.

김진재와 눈이 마주쳤다.
해빈오빠와 경빈이도 함께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난 흠칫 놀랐지만, 이내 시선을 반대방향으로 돌리고 스케치를 하기 시작했다.

내 안의 어떤것이 나를 이렇게 만들었는지 잠시 생각하면서 거친선의 풍경화가 내 도화지 위에 옮겨지기 시작했다.
'화니'를 중심으로 피어난 여러가지 꽃들을 스케치해 나가는데, 경진이의 코맹맹이 소리가 들렸다.

"진재오빠, 커피 드세요."

흰색 핫팬츠 차림의 경진이 뛰듯이 걸어나오며, 해빈오빠의 팔짱을 끼는 모습이 보이는가 싶더니, 나와 눈이 마주쳤다.
일순간에 변하는 싸늘한 시선.

스케치하는 손을 화판위에 올려놓은채 나도 그녀의 시선을 싸늘하게 받아쳤다.

양팔을 활짝벌려 세 남자들을 현관쪽으로 재촉해 들어가는 경진의 차가운 시선뒤로 경빈의 걱정스러운 눈빛이 스쳐지나갔다.

난, 담담하게 다시 손목을 움직였다.

완성된 스케치를 꼼꼼히 들여다본후 물통을 집어들었다.
휠체어를 막 돌리는데, 창백하게 일그러진 표정의 엄마 모습이 2층계단끝에 보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내가 들고 있던 물통을 낚아챈다.

난 물끄러미 엄마의 눈을 응시했다.

엄만, 잡아먹을듯이 나를 쳐다보던 시선을 내 화판에 그대로 옮기더니, 스케치되어있는 도화지를 재빨리 거칠게 집어들었다.

나즈막히, 화가난 목소리로 내게 바짝 얼굴을 들이대고 냉냉하게 말했다.

"너 미쳤니! 왜 이래.
엄마 채면 다 깍이게....
너 일부러 그러는거 다알어.
좋은말로 할때 들어가. 빨리!"

하시며, 내 코앞에서 스케치한 도화지를 좍좍 찢어버린다.

담담한 표정으로 땅에 떨어진 종이조각들을 주으려고 손을 뻗치자 엄만 내 손을 '확' 잡아끌며 그대로 나를 질질 끌고 방문앞까지 다급하게 걸어가셨다.

난 그대로 내 방 구석에 옮겨지고, 엄마는 화가나신 행동하고는 반대로 방문을 조심스럽게 닫고, 미영을 쏘아 보았다.

"미영이, 뭐하는거야.
지금 공부시간 아니야.
왜 이 애가 2층 배란다에서 서성거리고 있는거지."

미영은 고개를 약간 떨군채 미동도 하지 않고 서있다.

"꿀먹은 벙어리야? 왜 이 애가 공부시간에 밖에서 서성거리고 있냐구?..."

"어휴~ 말좀해봐."

"풋__ !"

난 갑자기 웃음이 나왔다.

두사람의 시선이 갑자기 "킥킥"거리는 내게로 향했다.

난 멈추고 싶었지만, 한번 터진 웃음은 계속 내목과 입천정, 코를 간지럽히며,어깨까지 들썩이게 만들었다.

"후후후흐흐흥흐흐흐흐흐흐흐흐~~~~~~~~"

엄만 기가막히다는듯 입을 벌린체 나를 쳐다보고 있다.

"히히히히히히히~~~~~흐흐흥흐흐흐흐흐흥흐흐흐~~~~~~"

내 웃음소리는 더 크지도 더 작아지지도 않은채 계속 같은톤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만두지못해!
너 미쳤구나.
이게 정말.......

미영인 내일 다시 와야겠다."

엄마의 약간 다급한 목소리에도 미영은 천천히 가방과 옷을 챙겼다.

내 웃음소리는 미영이 내방을 나간후에도 계속됐다.

엄만 방문을 열어 미영이 완전히 아래층으로 내려간것을 확인한후 내게 달려들었다.

"너 정말 그만두지 못해!"

내 어깨를 흔들어대는 엄마의 손이 무척 낯설게 느껴졌다.
마치 타인의 손길......

"후후후후후히히히히히~~~~~~~~"

'철썩!'

내 웃음소리는 내뺨을 때리는 엄마의 매서운 손길에 그쳤다.

난 머리가 돌아갈정도로 맞은 얼얼한 그 손길에 반사적으로 발끈 화가났다.

하지만, 19년동안 자꾸 억누르던 내안의 경험이 이내, 그 감정을 무너뜨린다.

그래도 내 눈빛만은 불같은 분노로 엄마를 쏘아보고 있었다.

"나쁜년......

넌 도데체 뭐가 그리 맨날 불만이야.
너 자꾸 이럴거면, 재활원으로나 들어가버려.
식구들하고 자꾸 부딪치느니, 요양소나 알아봐야겠다.
더이상은 너같은 정신병자하고는 내가 못살겠어. 내가 미쳐버리겠다구....

아빠한테 얘기해둘테니, 너도 마음의 준비하고 있어.
알았지!"

방문을 탁- 닫고 나가는 엄마의 말에 난, 서늘한 기분이 되었다.

또,

웃음이 나오려고 한다.

얼른 손으로 입을 틀어 막았다.

"풉-!"


- TO BE CONTINU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