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에는 옥상의 화분이 시원치 않다.
꽃을 잘 가꾸는 영감이 올해에는 왠 일로 열심히 돌보지 않았을까?
그래도 꽃을 피웠다고 화분 서너 개를 들고 내려온다.
이왕에 거실에 놓을 량이면 화분이나 닦아서 내려오면 좀 좋아?
그렇다 하니 영감이 화분을 들고 주방으로 가서 닦는다.
아서라 물이 질질 뚝뚝 떨어지면 그건 누가 손질하랴.
앓느니 죽지 하는 심정으로 받아서 깨끗이 손질하니
속으로 구시렁구시렁 일을 못 시켜 먹어서 안달이 났네.
영감 왈 꽃구경 하라고 보여주니 타박만 한다 하누나.
오~그랬수. 땡큐요~ 땡큐.
늙은 할매 생각하는 건 늙은 할배 뿐이구려.
출출할 늦은 저녁이면 좋아하는 밤이나 삶아서 안겨 주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