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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대지기는 새를 너무 사랑한다


BY 이루나 2025-03-27

 “ 새들이 떼지어 불을 보고 날아드네 
 떼지어 새들이 떨어지고 떼지어 새들이 부딪치네
 떼지어 눈이 멀어 떼지어 얻어맞고
 떼지어 죽어버리네

 

 등대지기 더이상 보다 못해서
 새들을 너무나도 사랑해서
 할 수 없지 내 알게 뭐람

 

 그래서 불을 모두 꺼 버렸다네

 

 멀리서 화물선이 암초에 걸렸네
 섬나라서 찾아오던 화물선 한 척
 새들을 가득 실은 화물선 한 척
 떼지어 실려 오던 섬나라 새들
 떼지어 빠져 죽은 섬나라 새들

 

자끄프레베르의 시등대지기는 새를 너무 사랑한다 >

 

  오직 자신만이 민중을 구원할 수 있다여겼던 우리나라의 초대 대통령은 3선 개헌을 하면서 사사오입이라는 희한한 공식까지 내 세우며 불법 선거를 자행했지만 거대한 민중 봉기에 굴복했었다유신 헌법이라는 악법을 만들어서 장기집권의 기틀을 만들어 놓고 독재정치를 펼쳤던 서슬 퍼런 박정희 대통령도 믿었던 참모의 손에 유명을 달리하셨다그분들이 갑작스레 자리를 비웠어도 세상은 또 다른 누군가의 지휘 아래 새로운 질서가 생기고 자연스럽게 굴러갔다어떤 사람이 하던 일은 또 다른 누군가로 모두 대체할 수 있다
 

  기독교인들은 주여당신을 믿습니다.” 주기도문을 외우고 어떤 이들은 울부짖으며 아버지를 절규하듯 부른다불자들은 양손을 모아 합장하며 절을 하고 그들만의 의식을 행한다간절한 마음으로 그들의 신에게 예를 다한다.
하느님은 세상이 만들어질 때 태초부터 존재해 있었다고 한다부처님은 인도의 태자인데 인간의 생사를 극복 하고자 29세에 모든 것을 버리고 출가했다 한다두 분의 신들은 모두 사람들의 구원을 위해 자신을 버렸다고 전해진다인류의 역사만큼 오래된 인물들이지만 아직도 사람들을 울게 만들고 믿게 만들 수 있는 이 두 사람이야말로 대체 불가한 사람들이다그래서 신인 것이다

 

 몇 년 전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으로 구속될 때 사람들이 더러는 차가운 바닥을 뒹굴면서 울부짖다 쓰러져 구급차에 실려 가고 사망한 사람도 있었다광화문과 서초동으로 이념에 따라 나누어진 사람들은 서로를 비난했다촛불집회를 거치고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 나는 소망했다다시는 반으로 나뉘어 같은 편끼리 싸우지 않기를반으로 나뉜 나라에서 다시 반으로 또 나누어지지는 말자고 간절히 빌었다반칙과 특권이 없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에 눈물까지 핑 돌았었다서초동의 촛불과 광화문의 태극기가 함께 손잡고 대한민국의 역사를 빛나게 해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었다

 

 그 아름다운 느낌은 얼마 안 가 조국이라는 블랙홀에 빨려 들어가면서 마치 혹세무민하는 종교집단의 막무가내 믿음을 보는 것 같았다다시 반으로 갈라진 사람들은 고래고래 소리 질러가며 대중들을 선동하고 편싸움을 부추겼다누군가의 허물을 애써 덮으면서 무조건 믿는 사람들의 막무가내 믿음은 어떻게 만들어지는 것일까사람들의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이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은 심리로 나타나서 눈에 보이고 귀로 들을 수 있는 살아있는 신을 만들어 내는 것은 아닐까그렇다면 지금 우리나라에는 신이 너무 많다신은 보이지도 않고 만질 수도 없고 오직 느낄 뿐이어야 진정 신비로운 존재인데 이렇게 신격화되어있는 많은 존재들을 보면서 대체 불가한 절대자께선 뭐라고 정의할까그것이 궁금했다

 

 문재인 정부가 탄생했을 때 부디 나 같은 시골 아낙에게 서초동으로 갈 것인지 광화문으로 갈 것인지를 묻는 나쁜 대통령은 되지 마시라 마음속으로 빌었건만 오히려 그때부터 갈등은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민주당은 온갖 법안을 만들고 힘으로 밀어붙이면서 드디어 옥상에 텐트를 치는 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인 이른바 공수처를 법안으로 발의하였다이 법안을 패스트트랙에 올렸을 때 나경원 의원은 국회에 빠루까지 등장시켰다
 2022년 대선에서 정치 신인으로 등장한 윤석열 대통령은 죄인들을 추궁하면서 우위를 점령하던 검찰 신분에서 명실공히 대한민국 일인자로 급부상했다허 나 4.15일 총선에서 민주당에 참패하면서 거대 야당의 빈번한 태클에 스트레스 지수가 올라가더니 갈수록 혈압과 맥박이 불규칙해졌다결국 2년 반 만에 12.3 계엄으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탄핵이 발의되고 경찰과 검찰과 공수처 국수 본까지 경쟁하듯 수사에 뛰어들어 자신의 기관에서 한다고 서로 우기더니 공수처로 이관되고 담을 넘어 신변을 구인해 가더니 다시 풀어 주었다그 사이 반으로 갈라져 우리 편 이겨라” 함성이 요란하다양당이 그토록 치열하게 싸워가며 만든 공수처는 대한민국 최고의 석학들이 모였을 것인데 내란죄에 대해 수사권도 없으면서 왜 수사를 강행했는지 의문이다검찰은 구속기간을 날로 계산하며 3시간씩 검사장 회의를 하며 시간을 끌고 재판부는 시간으로 계산해서 구속취소를 결정했다의도적으로 계산된 착오를 했다는 의심 속에 즉시 항고 없이 우물쭈물하다가 석방 지휘가 내려졌다누군가의 편에서 역할을 하면서 혹시 그편 정치에 입문하려고 큰 그림을 그리는 건 아닐까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이후부터 양측의 날 선 공방은 더 치열해지고 사람들은 불을 보고 달려드는 불나방처럼 변해버렸다이것이 진정 백성을 사랑하는 참된 지도자의 처세인가새를 사랑하는 등대지기는 불을 끄지 않는다환하게 불을 밝혀 따듯한 곳으로인도해야 할 지도자가 불을 꺼 버리고 침묵 뒤에 숨었다서로를 죽이겠다는 협박이 난무하고 거리마다 떼지어 몰려다니는 사람들의 눈에 불이 붙어있다. 12.3 계엄의 밤군대의 야만스러운 국회 난입에 이어 1.19일 서부지법에 난입하여 모든 걸 박살 내는 영상을 보면서 민주주의는 어디 가고 야만의 시대로 다시 회귀한 느낌이 들었다그토록 자유 민주를 외치던 대통령이 이처럼 야만적인 사회를 주도적으로 만들어 간 장본인이라는 것이 안타깝다.
 길거리에 나부끼는 현수막의 글귀들은 양측에서 헌재를 압박하는 문구로 가득 차 있다유명 강사가 전모 씨가 써 붙인 현수막에 헌재는 가루가 될 것이다.”라는 섬뜩한 문구를 보면서 두 동강 난 사이에서 양측의 압박에 시달릴 헌법재판관들의 고뇌에 연민을 느꼈다그러나 너무도 길어지는 헌제의 결론이 매우 아쉽다좀 더 일찍 어떤 식으로든 결론을 냈더라면이런 소비는 줄어들지 않았을까?

 

 2016년 그때에도 9년이 지난 지금도 추운 겨울에 백성들을 거리로 내모는 나쁜 정치에 이제는 혐오를 느낀다몇 달째 국민이 반으로 쪼개져서 광화문으로 헌법재판소로 내달리고 알 수도 없는 법률용어가 온종일 TV에서 흘러나온다예전엔 나이 드신 분들이 참할 일도 없구나생각했었는데 이젠 젊은 세대들까지 합류해서 몰려다니는 것을 보니 더욱 절망스럽다열심히 일하면서 자기 성장을 해야 할 생산적인 나이의 젊은 세대들이 귀중한 시간을 버려가며 자포자기하고 있다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그들이 낭비한 아까운 시간을 무엇으로 보상할 것이며 몇 달씩 진창으로 처박힌 경제는 누가 건져 올려 줄 것인지 묻고 싶다국민을 위한다는 정치가 국민을 가장 힘들게 하고 가장 괴롭히는 집단이 되어버린 지금오직 자기 편만이 백성을 위한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위정자들에게 묻는다.
“ 정녕 그대들은 민중을 사랑합니까?” 몇 달 후 만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우리는 저 위정자들에게 또다시 똑같은 사랑 고백을 들을 것이다
“ 국민 여러분 사랑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