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두 살 막내아들이 제 어미를 닮아서 자식 욕심이 많구먼.
아들 둘만으로도 족할 터인데, 예쁜 딸도 하나 길러 보아야겠다 한다.
시절이 좋아서 일찌감치 복중의 아가 성별을 살피니, 바라는 대로 공주라 한단다.
나이 마흔이 적은 나이도 아닌데, 건강한 아가를 갖었다 하니 그 또한 고운 며느리로세.
세월이 하 좋아서 낳고자 하는 날(내일)에 맞추어 낳는다 하니, 그도 좀 좋은 일이 아니로구먼.
이제 그만 직장을 쉬어야 할때, 자가재택의 배려를 받으니 세월은 참 좋은 세월이로다.
그 아기 어느 세월에 키워서 내가 효도를 받겠냐만은, 그래도 다섯째 손주가 마냥 반가우니,
냅다 현애탄을 건너서 미역 다발이랑 안겨주고, 산관으로 애쓰는 안사돈께 깊히 감사하자.
아니지. 시어미 산관이 친정어미만 같지 않을 터, 멀찌감치 거리 두고 '에헤라 디여~'나 하자.
다음 날.
나는 아직 골목 쓰레질도 못 나갔는데, 전화벨이 요란하게 울린다.
"낳았어요~! 아기도 건강하고 에미도 건강해요.'' 막내아들의 들뜬 목소리가 날아온다.
아직 눈도 뜨지 못하고 깨끗이 씻기지도 않은 채로다. 어디서 이렇게 이쁜 녀석이 왔을꼬.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아마 내 기도소리를 들으셨으면,
"하하하." 큰 소리로 웃으셨겠네. 이렇게 다섯 번째 손주와 즐거운 상면을 했다는 말씀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