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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집


BY 가을단풍 2024-06-25

내가 이곳 수촌리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주 여러가지 였다.
우선은 이곳 작은 소도시의 외곽에 자리하고 있어서 아주 조용하다.
그리고 시내의 병원이 택시비 1만원이면 해결 된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마곡사와 시내버스가 연결되어 있으며
큰길을 건너 조금만 나가면
더러는 소똥 냄새가 퀴퀴하기도 하지만 논뷰를 향하여 산책을 할수 있으며
봄에는 노란 금계국이 길가에 가득 차있다.
나는 비 오는 날 우산을 쓰고 이곳을 산책하는 것을 즐겨 했다.
가을이면  넓다란 논에서 벼가 익어 누런 황금 물결이 출렁이는 가을 들길이 좋았다.
그 들길을 타고 승용차로 5분거리, 도보로 30분도 안되는 거리에
메타쉐콰이어 길이 있으며 황토길도 있다.
아 그렇쿤, 또하나 여름에는 다듬어지진 않았지만 연꽃이 툼벅 툼벅
피어오르는 작은 연꽃 분지도 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좋은 것은 나의 황토집이다.
울타리가 없어서 아무나 드나 든다.
동내 아저씨들이 "한잔 줘유."하며 처들어 온다.
가끔씩 삼겹살 파티에 부담이 없는 집.
오고 가는 동내 사람들에게 젖가락만 쥐어주면 밥 한끼가 거뜬히 해결되는 정다운 집.
그리고 집 뒤에 밭이 있어서 사회 활동을 기발하게 하다가 직장에서 퇴직을 한 후
라디오를 꿰차고 농사 놀이를 하고 있는 밭이 있다.
농사일에 서투른 밭에 작물 임자는 서로 다르다.
한줄은 옆집 아저씨가 파를 심어 놓고
저쪽 두줄은 살짝  떨어진 곳의 남편 지인이 두어 고랑 고추와 파, ...뭐 ~  그런
것들이 심어져 있으며 우리 남편은 나의 강요로 "비트,양배추인지 케일인지 모르는
무었인가가 싶어져 있으며, 고추 몇폭,옥수수,토마토,가지,여주,그리고 단풍나무 묘목이
자라고 있다.
아참 또하나 중요한것,
밭 여기 저기에 무질서한 코스모스가 심어져 있다.
우리 남편은 코스모스를 헤치며 농사를 짓다가 가끔씩 투덜 거린다.
"코스모스 때문에 밭 매기가 지랄 같어서 원 ~."
더러는 코스코스가 뽑히고 밟혀져도 남아 있는 것은 꽃을 피운다.
나는 그곳에서 들꽃을 얻어 꽃꽂이를 한다.
정원에 있는 꽃은 내가 물을 주고 가꾸어가는 편이지만
밭에서 자라는 들꽃은 대개 하늘의 은사로 가꾸어 진다.
올해는 비가 오지 않아서 하느님의 은혜가 부족 하였다.
그래도 그런대로 꽃이 피었다.
아구 하나 뻬 놨내.
우리집 정원에는 몸댕이만 근사한 앵두나무가 한 구루 있다.
아버님이 살아 계실때는 앵두라 주렁주렁 열렸었는데
아버님 돌아가시고 난 후에는 앵두가 열리지 않는다.
왜 그럴까?
그래도 나는 좋다.
열개도 안 열린 앵두를 두고 보느라 아껴 놓으라 침이면
그리 친하지도 아무렇지도 않는 지인이 와서 똑 똑 대여섯 개를 따먹는다.
에구 ~ 아까워라.
그래도 나는 좋다.
남편이랑 나랑 아침 먹고 싸우고  휴전했다가 저녁 먹고 싸우고
이불 속에서 자다가 서로 꼴 보기 싫어서 침대 밑으로 내려와서 잠을 자는 집.
나는 이곳 수촌리 집이 좋다.


그리고 수촌리 이집이 좋은 이유가 또 있다.
이곳은 슈퍼가 걸어서 10분 정도 가야한다.
기분 좋을때는 산책삼아 두부를 사러 다니지만 뙈약 볕에는 불가능하다.
버스를 타고 갈수도 있지만 갑작이 손님이 오면
아무것도 없슈~ 하면 손님이 장을 봐오기도 한다.
동내 아저씨가 술한잔 줘유 할때 냉장고를 뒤져서 안주가 마땅치  않으면
있는대로 또는 깡소주도 부끄럽지 않은 집이다.
무엇보다도 생활비가 덜 들어서 좋다.
내가 사는집 이곳. 있는 그대로를 예찬 한다.



내가 살고 있는 집                                                          (지금 살고 있는 집 옆구리)
내가 살고 있는 집                                               (하나님의 도움으로 기른 꽃으로 꽃꽂이)내가 살고 있는 집                                                         (앵두가 열릴 생각이 없는 앵두나무)
내가 살고 있는 집                                                    ( 남편은 먹을것을 심고 나는 꽃을 심는 뒷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