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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와 모처럼의 긴 산책


BY 만석 2024-02-02

나는 아침이라도 모두에겐 한낮이다. 세번다님의 소식을 찾다가 어느새 10시가 지났으니까. 막내딸아이가 혜화동에 올 일이 있어서 왔으니, 잠깐 짬을 내서 집에 들르겠다고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많이 지체가 되어서, 집에는 들르지 못하겠다고 전화가 왔다. 오후에 있는 강의시간에 늦을 것 같아서, 그냥 강남으로 차를 돌린다고 한다.

"왜 오려고 했어?"
"그냥 엄마 아빠 보고 싶어서요"라고만 하더니, 스포츠캔디를 주러 오려고 했댄다. 스포츠캔디는 저혈당이 갑자기 오면, 급히 대처하는 방법으로 늘 내가 상비해 두는 사탕이다. 아직 남은 것도 있고 오늘 꼭 받아야하는 것도 아니거니와, 저도 이 일 저 일이 복잡하니 추석에 보기로 했다.

그러고나니 내가 시간이 여유오와졌다. 딸아이와 통화를 하고 돌아보니, 뭔가 마누라가 바쁜 일이 생겼나 싶은가. 영감이 사발면을 끓이려고 물을 받아 끓일 준비를 한다.
"왜? 사발라면 드시게요? 밥 앉힐 게요. 라면 드시면 배 아프다면서.... 밥을 한다구요."
"됐어." 기여히 라면에 끓는 물을 붓고 만다.

오늘은 만사가 수월하겠는 걸?! 온다던 막내딸도 못 오겠다고 하고, 영감도 수월하게 손수 점심을 해결하니 이런 날도 다 있구먼. 여유로워진 시간에 뭘 할까? 매서운 추위가 며칠 지났고, 날이 풀리자 미세먼지로 외출이 자유롭지 못했거니. 내 다리도 편안치 않아서, 걷기도 그 동안은 쉬었겠다?! 옳거니. 오늘은 내 다리도 좀 괜찮은 것 같고, 날씨도 제법 물리고 미세먼지도 폰에 '좋음'이라 뜬다.

옳거니. 베란다 골방에서 해방되는 날만 기다리는 가을이가 빼꼼히 내 시선을 마춘다.
"좋았어. 가을아~. 오늘 니캉내캉 나서보자."
가을이의 배변봉지집을 챙기고, 물티슈도 넣고 아이들처럼 어깨에 울러메니, 영감이 가을이의 목줄을 옳게 손을 봐 준다. 요새로는 만보걷기가 벅차긴하더구먼. 암튼 기분도 좋으니 힘내서 걸어보자.

우리 가을이는 <스코트렌드산 화이트테리어>라고 한다. 낸들 뭘 아나. 만만한 게 인터넷 검색이지.
스코트렌트귀족들이 사냥을 다닐 때, 보호견으로 동행을 하던 종이랜다. 그랬나 보다. 녀석은 나서기만하면 뒷발차기도 잘하고, 마주치는 제법 몸집이 큰녀석들에게도 으르렁거리며 달려든다. 엇~쭈. 째꼬만 게. 어서 따뜻한 봄이 오면, 가을이도 미용을 좀 시켜야겠다. 집주인들은 사나운 사람이 없는데 가을이는 별종이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