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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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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돼야 할 텐데


BY 만석 2023-08-16

"딩동 딩동~!" 대문 벨이 울린다. 내가 움직이는 것보다 이젠 영감이 더 빠르다.
"누구세요?"
"엄마~. 우리가 왔어요." 막내딸아이가 담 너머로 두 손을 높히 뻗어 장난스럽게 흔든다.

"아니, 온다는 연락도 없이..."
보아하니 사위도 동행을 한 모양이니 당장 밥을 차려낼 걱정이 먼저 앞선다. 요새로 오는 이 없고 대충 먹던 버릇으로, 주섬주섬 있는 반찬을 없애던 터라 사위의 밥상이 문제이지 않은가.

"엄마. 배고파요. 먼저 주문하고 얘기합시다."
"두메산골 보쌈 고기가 부드러워서 엄마도 아빠도 자시기 괜찮죠?" 골목 입구에 있는 보쌈집을 말한다. 한 두 번의 주문이 아니니 물을 것도 없이 늘 하던 대로 푸짐하게 불러댄다.

"엄마. 이제부터는 엄마네 오는 사람은 모두 다 먹을거리를 싸서 짊어지고 오든지, 와서 각자가 익혀서 먹던지 엄마가 손수 준비하지 않기로 해요.
"그러자. 엄마 가슴 다 나을 때까지는 그래야겠다.''

''아니. 다 나으셔도 그렇게 해요. 노인네 힘 뺄 일 있어요?"
"올 사람이 누구야. 너희들 아니면 일본 사는 녀석이 일 년에 몇 번이나 오겠니 미국 사는 언니가 몇 번이나 오겠니. 아래층 오빠 네가 시간을 맞출 수가 있니. " 더욱이 사위의 왕림(?)은 더 어려운데.

그렇지 않아도 사 남매가 한 번에 모이는 일은 매우 힘이 든다. 모두 바쁘고 귀(?)한 몸들 이시니까.
"그래요. 나도 그래서 오늘 미리 말 안하고 왔잖아요. 사위 온다고 하면, 덥고 몸도 성치 않으신데 엄마가 움직이실까봐요." 우선은 고맙지만 사위한테는 역시  미안한 일이다.

먼 곳에서 모처럼 오는 녀석들을 매 끼니마다 주문과 배달을 시켜서 먹인다? 글쎄다. 아직은 그리 해 보지 않아서 그게 될까? 나도 이젠 힘이 들어서 잠깐 반가운 마음이 들긴했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도 내 정서에는 맞지 않을 듯. 아. 그보다 우선은 영감의 집밥타령을 잠재워야 한다. 그게 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