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을 청하던 영감이 후다닥 후다닥 긴 컴파스로 급하게 계단을 오릅니다.
두 칸씩 세 칸씩 뛰어오르는 영감의 어깨너머로
예고도 없이 세찬 바람에 굵은 소나기를 얹고는, 소리도 요란하게 퍼붓습니다.
아직도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한 만석이는
미처 제 몸은 생각도 않고 짧은 다리를 휘저어 영감의 뒤를 따릅니다.
그러나 옥상 가득히 일광욕을 즐기던 아까운 입성은 이미 내리는 빗줄기에 목욕을 마치고.
너무 어기가 차서 물이 줄줄 흐르는 아끼던 고가의 겨울 입성은
아무렇게나 집어던진 영감의 손짖에 철퍼덕 온 방다닥을 적십니다.
무엇을 어째야 한다는 예산도 없이 넓으러진 옷을 지리 밟은 만석이는 그만 ....꽈당!
가엾은 영감은 비맞은 새양쥐가 됐으니 나무라지도 못하고.
방안의 옷걸이에 영감이 옷을 척척 걸었을 때는
만석이는 다시 주저 앉아 꼼짝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오늘도 영감은 지은 죄가 커서 아야소리도 못하고
비에 젖은 옷들을, 벌써 옥상 하나가득 줄에 내 걸어 놓고 있었습니다.
마누라가 시키지도 않은 부지런을 떨고는, 눈치만 보는 영감이 차라리 가엾기만 했지요..
와중에 다행인 것은 아직 세탁소에 맡겨야 할 옷들을 미처 맡기지 않았었다는 게지요.
세탁소에 맡기는 것도 내가 움직여야 하니까 우선, 오늘 낼은 바람에 말리는 작업이 큽니다.
어쩌겠어요. 공연한 세탁비가 배가 들게 되었으나, 몸 좀 추수고는 할 일이 많아졌습니다.
오늘도 하늘은 햇볕이 오락가락하니, 영감은 옥상의 비치의자에 기대앉아 하늘만 바라보고
그래도 어쩌겠어요 기가 차서 웃어줬더니 영감왈,
"A~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