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도 갑작스런 경험이었다.
세상이 온통 새카맸고 모든게 끝난다는 무섬증이 확 들었다.
식은 땀이 순식간에 온 몸을 타고 흘렀다.
가슴은 타는 듯한 고통에 금방이라도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사장님을 부르고 일을 못하겠다고 했다.
어제는 토요일이고 남편이 쉬는 날이라 긴급으로 호출하고
우선 대충 창고방에 드러 누웠다.
가슴이 두방망이질을 하면서 진정이 안되고 있었다.
어떤 전조증상도 없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라
놀란 가슴이 이러다가 아무도 못 보고 죽을수도 있겠구나.....
가슴은 여전히 타는듯이 아프고 식은 땀은 누운 등을 적셨다.
숨이 콱 멈출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더럭 겁이 났다.
호출해 둔 남편한테서 전화가 왔다.
가는 중인데 정 급하면 119를 부르는게 더 빨리 병원에 가는 방법이란다.
그래도 올 때까지 기다리마 하고 숨을 몰아쉬고 있는데
얼마나 악셀을 밟았는지 집에서 35분 걸리는 거리를 20분 조금 지난 시간에 도착을 했다.
거기는 꼬불꼬불 산길이라 호출하면서도 천천히 오라고 당부를 했건만
일하러 간 사람이 갑자기 호흡이 곤란하다며 오라고 했으니 놀랐나보다.
일하던 복장 그대로 남편 손을 잡고 병원 응급실로 내달렸다.
토요일이라 가게는 엄청 바빴지만 미안해도 참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미련대고 일을 하다가는 무슨 일이라도 생길 것 같았다.
꼬불꼬불 산길에 느림보 주행차들을 비켜가려니 남편 마음이 조바심이 났다.
크락션을 누르고 느림보차들을 나무라랴 내 상태 물으며 달리랴
혹시라도 까무룩~~~넘어가나 싶어서 손도 바쁘고 눈도 바쁘다.
가슴의 통증이 쉬이 가라앉질 않아서 두려운 시간이었다.
병원 응급실 앞에 대충 주차를 하고 접수를 마친 다음
담당의사를 만나 증세를 이야기하고 바로 심전도 검사부터 했다.
협심증이 의심된다며 심전도검사와 심장초음파, 혈액검사, 엑스레이까지
일사천리로 검사에 들어갔다.
그러는 동안 남편의 얼굴은 어둡게 변해가고 있었다.
아침에만해도 토요일 근무마치면 일요일에 둘이서 가까운 곳에라도
바람이나 쐬러 가자고하며 밝게 나간 아내가 응급실에 누워있으니
혹시라도 만에 하나 몸에 심각한 이상이 있다면 어쩌나.....
검사를 다 마치고 결과가 나오기를 기다리는데도 남편은
복도를 왔다갔다 안절부절 나보다 더 긴장을 하고 있었다.
가슴통증은 좀 가라앉은 것 같은데 불안하기는 나도 마찬가지
응급실로 갔더니 결과도 빨리 나왔다.
혈압 심장 당뇨 폐 혈액검사
모든게 다 정상이었다.
그럼 갑작스런 이 가슴통증의 원인은?
스트레스성 역류성식도염이란다.
신경 많이 쓰지말고 편하게 살란다.
허탈했다.
아무 이상 없다는데 갑자기 죽을수도 있겠다 싶게 아플수도 있다니....
친정엄마와 둘째오빠의 심장병과 당뇨병이 내게도 내려오는건 아닌가 싶어
얼마나 조심 또 조심하고 절제하며 살았는데 긴장이 풀리니 온 몸이 나른했다.
일단 링거에 통증을 없애는 약을 주입하고 응급실에 누웠다.
협심증이나 폐에 이상이 없다니 안심은 되었지만 최근에
남편의 투자가 실패로 돌아가면서 적지 않은 금전적 손실이 있었다.
나보다 더 속 상했을 남편을 달래느라 늘 좋은 얼굴로 있었던게
속병을 키운 원인이라 진단되니 남편은 더 미안해하고 있었다.
화를 내거나 바가지를 긁지 않은게 나 혼자 힘든 결과를 낳은거 같다며
미안하다는 말을 몇번이나 하는데 그게 더 속 상했다.
결과가 나쁘게 나왔지만 잘해 보자고 한 일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 좋게 해결날거라 위로하며 링거를 다 맞고 집에 왔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많이 안 아파서 고맙다며 손을 꼭 잡았다.
휴게소로 나를 데리러 오면서 온갖 상상이 다 되면서 힘들었다며
도착하기 전에 심장이라도 멈추어버린다면 어쩌나 싶어
너무 슬퍼서 앞이 잘 안보였단다.
역류성 식도염이 그렇게 고통스러운 병인지 처음 알았다.
가슴이 타는 듯한 통증이 마치 심장이 터질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다.
난생 처음 겪어 본 통증이라 혹시라도 이게 심장에 이상이 있어서 그런가 싶고 갑자기 심장마비라도 온다면??
혼자 남을 남편과 아직 결혼을 안한 딸아이와
정리 안 된 집까지 오만가지 생각들로 두통까지 추가되는 상황까지 갔다.
나중에는 죽는 사람이 별 걱정까지 다 한다 싶어 피씩 웃음도 나왔다.
가족력이 있는 병은 늘 조심해야하고 또 조심해야 할 일이다.
보름 전 쯤에 심장마비로 돌아가신 둘째오빠 생각에 더 그랬던 것 같다.
친정엄마는 노년에 당뇨와 심장병 고혈압으로 고생하시다
88세에 뇌졸증으로 돌아가셔서 나는 음식조절과 식이요법을
좀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절제하고 조심하는 편이다.
큰딸은 엄마는 맛있는 음식이 먹고 싶어서 어찌 참아져요? 그런다.
참고 절제하니 이 정도지 안 그러고 맛있다고 마구 먹어댔다면
나도 벌써 여러가지 성인병에 걸리고 말았을거라 생각된다.
적당한 운동도 해야하는데 일하러 다닌다는 핑계로 스트레칭만 부지런히 하루도 안 걸러고 하는 편이다.
아무튼 두번은 경험하고 싶지 않은 일이다.
어제 너무 놀란 남편은 오늘 낮에 평온한 모습으로
마당에서 꽃을 만지는 나를 뒤에서 꼬옥 안아주면서
오래오래 이 모습을 보고 싶다며
다시는 아프지 말라고, 아픈 일은 자기 혼자서도 충분하단다.
죽고 사는게 한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 하루였다.
중요한 건 지금도 살아있다는게 엄연한 현실이고
살아있는 동안에는 희망도 같이 살아있는 것이다.
조금 긴 터널을 지나가야 한다면 둘이서라면 덜 힘들게 지나 갈 일이지.
위기는 곧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