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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두려워 하지말자!


BY 귀부인 2022-12-02

지난 수요일, 남부캠퍼스에서 하는 명품 강사 과정을 마쳤다. 

마지막 수업이 있던 날, 수강생들은 각자의 컨텐츠를 가지고 5분 동안 강의 하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치매 환자이신 시어머님을 돌본 경험과 치매 활용 강사 과정에서 배운 내용을 정리하여 '치매, 두려워 하지 말자!' 라는 제목으로 발표를 하였다.

 



짧은 시간이라 깊이 있는 내용을 전달 할 수는 없었지만, 12명의 수강생들 중에 가장 흥미있는 강의 주제로 발표한 사람 중의 한 사람이 되었다. 강의 내용을 더 듣고 싶다고 관심을 가져 주는 사람이 꽤 있어서 치매에 대한 공부를 하길 참 잘 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치매를 두려워하는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신이 치매에 걸리는 것도 두렵지만 무엇보다 배우자나 자식들한테 짐이 되고, 고생시킬까봐 두렵다고 하시는 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본인 스스로가 조금 이상하게 느껴져도 '늙어서 그렇다' 라고 치부 하거나, 혹시 치매라 진단 받을까 봐 두려워 병원 찾기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 안타깝게도 치료 시기를 놓쳐 환자 본인 뿐만 아니라, 돌보는 가족들의 삶까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시어머니의 경우도 같이 사시는 아버님께서 가장 먼저 이상을 알아 차렸으리라 생각한다. 그런데 아버님은 왜 자꾸 깜박 거리느냐고 어머니를 나무래시면서도 병원에 가는 것을 권하지 않으셨다. 시할머니가 수 년간 치매를 앓다 돌아 가셨는데 그 수발을 하신 아버님은 치매가 얼마나 고약한 병인지, 그리고 돌보는 것이 얼마난 힘든지 아셨기 때문에 어머님을 병원에 모시고 가 치매라는 사실을 확인 받길 원하지 않으신 게 아닌가 싶다. 그저 나이 먹어 깜박거리는 건망증이 좀 심한 것 뿐이라 여기고 싶으셨을지도 모르겠다.



동서와 딸들의 끈질긴 권유로 어머님을 모시고 병원으로 가신 날, 아버님은 차마 병원에 들어가지 못하시고 건물 밖의 의자에 앉아 계셨다고 한다. 근심 어린 얼굴로 치매가 아니길 빌며 초조하게 결과를 기다리시던 그 시간이 아버님한테는 얼마나 힘든 시간이었을까 생각해보니 마음이 아프다. 



딸로부터 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들으신 아버님은 세상을 다 잃은 듯한 표정을 지으셨다고 한다. 9 남매의 장남이신 아버님한테 시집와 고생만 시켰다는 자책감도 있으셨을 것이고, 시할머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인간의 존엄성을 잃어 갈 어머님을 어떻게 돌봐야 하나 하는 걱정도 있으셨을 테고....


상심이 크셨을 아버님은 어머님이 치매 진단을 받으신지 두 달이 채 안되어 돌아가셨다. 평생 농부로 사셨으니 연세가 있으시다 고는 하나 농기구 다루는 일 쯤은 눈감고도 하셨을텐데 경운기 사고로 돌아가셨다. 작은 어머님 동네에서 노랗게 핀 해바라기 꽃밭을 보고 오신 어머님이 해바라기 꽃이 이쁘다 하신 말씀을 기억하신 아버님은 앞마당에 해바라기를 심으셨다. 그 해바라기에 물을 주시려다 순식간에 

사고로 돌아가셨다. 장례식에서 돌아오자마자 어머님은 앞마당에 심겨진 해바라기 꽃을 다 뽑아 버리셨다.



100세 시대를 맞아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예약된 불청객과 같은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치매를 두려워 하면서도 정작 치매에 대해 잘 모르고 있다. 그런 사람들에게 알려 주고 싶다. 건망증과 치매의 차이가 무언지, 우울증과 치매의 차이는 무언지, 조기 진단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예방은 또 어떻게 하는지, 그리고 배우자나 부모님이 치매 진단을 받았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등등, 그래서 치매를 두려워 하기보다 대비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하고 싶다.



2년 전 치매 진단 받으신 시어머니를 뵈면서 돌아가신 아버님이 지금도 살아 계신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별다른 치료약이 없었던 시할머니 때와 달리 조기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 중이신 어머님이 2년 전과 비교해 단기 기억은 좀 떨어졌지만 일상 생활 하시는데 큰 불편은 없으시다는 걸 함께 계신다면 아실텐데.... 

너무 상심하지 않으셔도 되셨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