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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매에 대처하는 자세


BY 귀부인 2022-08-05

치매에 대처하는 자세


부모님이 치매가 아닌가 의심스러울 때 어떻게 대처 하느냐에 따라 당사자나 돌보는 가족들의 삶의 질이 많이 달라 진다. 2년 전 시어머니와 비슷한 시기에 치매를 앓기 시작했지만 지금은 각자 다른 상황에 놓여 있는 분들의 상태를 보면 가족들의 역할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우리 시어머니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려 한다.

시어머니의 이상 증세를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가까이 살면서 한 달에 두,서너번 시댁을 방문하던 동서였다. 했던 말씀 반복에, 늘 드시던 약들도 드셨는지, 안 드셨는지 기억을 못하고, 미각의 변화로 상한 음식도 괜찮다고 우기길 반복하자 조심스레 조기 치매 검사를 받아 보시자 권했다 .


그런데 어머님도 어머님이지만 아버님이 더 펄쩍 뛰며 화를 내셨다. 나이 들면 입맛도 변하고 깜박깜박 하는게 당연한 것이라고 , 그렇게 치자면 치매 안 걸린 노인네가 어디 있냐며 검사를 반대 하셨다. 다행이 똑소리 나는 동서가 여기서 물러날 성격이 아니었다. 서울에 있는 두 시누들 한테 딸들이 나서서 어머님 ,아버님 설득을 좀 하시라 연락을 하였다.


그러나 두 시누도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 평일 날 시간을 내기 어려운 형편이었다.

차일 피일 미뤄지자 기다리다 못한 동서가 혼자라도 모시고 가야겠다 맘 먹었을때 다행이 시간이 난 시누가 시골로 내려왔다. 진료 후 어머니는 치매 5급 판정을 받으셨다.


그날부터 어머니는 치매 진행을 늦추는 약을 드셨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갑작스런 사고로 아버님이 돌아가시자 가까이 살던 동서네가 어머님을 돌보고 해외에 머물던 나도 부랴부랴 입국을 했다. 요양보호사를 하시던 동네 사는 작은 어머님의 권유로 집에서 멀지 않는 노인 돌봄 센터로 모시기 시작한 건 진단 후 2개월이 지나서 였다.


센터로 모시려 할 때 어머님은 자식들한테 버림 받는다 생각하셨나 절대 가지 않겠다 고집해 아침마다 센터 모시는 게 고역이었다. 센터 보내는 게 맞다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도 계셨지만 외국 살던 며느리가 들어 왔으면 집에서 잘 모시지 뭐 하러 센터 보내려 하는지 모르겠다는 주위의 수근거림 때문에 살짝 마음이 흔들리기도 했다.


하지만 수 개월에 걸쳐 고생한 덕에 지금은 센터 생활을 너무나 좋아하신다. 아침 8시에 나가 오후 5시 쯤 돌아 오신다. 센터에 가면 친구들이 있어 심심하지 않다며 심지어 주말에도 가고 싶어 하신다. 센터 생활과 가족의 돌봄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으신 어머니는 2년 전 보다 단기 기억력이 많이 나빠지시긴 했지만 올해 초 재검에서 2년 전과 같은 5급을 그대로 받으셨다.


해외에 사는 친구의 어머님도 시어머님과 비슷한 시기에 치매 증상을 보이셨다고 한다. 대도시에 사는 오빠 내외는 일을 하느라 어머니를 돌볼 상황이 안 되었고, 딸인 친구도 해외에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지병이 있으신 친정 아버지가 어머니를 돌봐야 했다.


그런데 돌봄을 받으셔야 할 아버지가 오히려 어머니를 돌보다 보니 힘드셨나 작년에 먼저 돌아 가시고 말았다. 아버지 장례식 참석 차 입국한 친구가 어머니 상태를 보고 끌고 가다시피 병원으로 모셔 진단을 받고 약을 처방 받았다. 그리고 하루에 3 시간씩 요양보호사가 와서 돌보시게 했는데 이미 상태가 나빠진 어머니는 도우러 오신 분을 도둑년이라 몰아 부치는 바람에 요양보호사의 돌봄도 받지 못하셨을 뿐만 아니라 치매를 늦추는 약도 먹지 않으셨다고 한다.


급한 일이 생기면 친정 오빠 내외가 어머님께 달려 갔지만 맞벌이를 하는 상황이라 한계가 있었다. 급기야 올 초에는 혼자 계시던 어머니가 큰 사고를 낼 뻔 하기도 했다. 지난 4월에 입국한 친구는 어머님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제대로 챙겨드시지 못해 앙상하게 여위고, 집안은 쓰레기장이 되어 있었다. 친구는 오빠랑 상의 하에 어머님을 요양원에 모시기로 결정을 했다.


그런데 어머님이 울며불며 요양원에는 안 가신다고 고집을 부리셨다. 마음 약한 오빠가 차마 못 보내겠다며 우셨다는데 친구는 강단있게 미리 알아둔 시설이 좋은 요양원으로 어머니를 모셨다. 요양원에 모신지 열흘 쯤 지나 방문해보니 어머님 얼굴이 상당히 좋아 지셔서 맘을 놓았다고 한다.


제 때 약 드시고, 밥 드시고, 깨끗이 씻으신 어머니를 보고 한시름을 놓은 친구는 출국을 하였고 이제는 걱정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어머니 혼자 밥은 드셨는지, 어디 돌아다니다 길을 잃지는 않는지 그런 걱정 없이 안전하게 계시기 때문에 마음이 편하다고 했다.


"울 엄마 요양원 보내는 게 난들 맘이 좋았겠니? 하지만 어떻게 해? 혼자 두면 지레 돌아 가시게 생겼는데. 나도 엄마 돌보지 못하면서 오빠한테 회사 그만두고 어머니 모시라는 소리를 하면 안 되잖아. 오빠도 요즘은 나한테 고맙다고 해."


마지막은 서울 사는 친구의 이야기다. 2년 전 시골에서 어머님과 단 둘이 지내다 힘들 때 전화를 했더니 자기 시어머니도 치매가 시작 된 것 같다고 했다. 그래서 얼른 병원에 가서 진단 받고 센터라도 보내드리라 했다. 하지만 시어머니 성격이 워낙 강해 어찌 해 볼 도리가 없다고 했다. 얼마 전에 귀국했노라 인사차 전화를 하다 자연스레 시어머니 이야기가 나왔다.


안타깝게도 시어머니는 상태가 많이 나빠져 손자들도 못 알아보신다고 했다. 얼른 병원으로 모시고 요양보호사의 돌봄을 받든지 센터라도 모시라 했다. 그럴 수가 없단다. 어찌나 사나우신지 병원 모시고 갈 엄두가 안 날 뿐더러 죽어도 집을 떠나지 않겠다 하시니 아들인 남편이 엄마 하고 싶어 하시는 대로 가만 두라 했다는 것이다.


돈에 집착이 강한 시어머니가 하루에도 몇 번이나 돈 부치라고, 왜 돈을 안 보내느냐고 전화를 해 힘들다는 친구는 거의 자포자기 상태이다.


수명이 길어 지면서 치매는 누구에게나 찾아 올 수 있는 두려운 질병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히 치료를 하면 고칠 수는 없지만 진행 속도를 늦출 수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많은 관심을 기울여 조기 발견하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행여 부모님이 고집을 부려 진단을 거부하더라도( 대부분은 치매라 확정을 받을까 두려워서라 한다) 반드시 진단을 받게 해야 한다. 등급을 받게 되면 센터를 모시던, 요양보호사의 도움을 받던 국가의 도움을 받을 수가 있다. 우리 시어머니의 경우 국가 보조금이 90 여 만원이고 개인 부담금은 15~20만원 사이다.


60세가 넘으면 보건소에서 치매진단 검사도 무료로 해준다. 치매는 숨길 일도 부끄러워 할 일도 아니라 생각한다. 내가 좀 이상하다 싶으면 스스로 보건소를 찾던, 병원을 찾아 검사를 해보는 것이 좋을 듯 하다. 장수가 축복이 되려면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건강해야 한다. 부지런히 운동을 하고, 치매 예방을 위한 공부도 게을리 하지 않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