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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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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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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만 코브라


BY 귀부인 2022-03-25

해외 생활을 오래 했지만 나도, 남편도 한식을 즐기는 편이라 외식을 하는 경우가 드물다. 그래도 가끔은 양고기를 먹으러 양갈비 맛집으로 알려진 '암만 코브라' 라는 식당으로 간다. 양갈비 맛을 좀 안다는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유럽의 자연 환경이 좋은 곳에서 자란 양고기 보다 열악한 환경에서 풀뿌리, 나무 뿌리, 야생 약초를 먹고 자란 요르단의 양고기가 몸에도 좋고 잡내도 없으며 맛도 좋다고 한다.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하여 얼마간 숙성 시킨 후 숯불에 구운 양고기는, 고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도 가끔씩 먹고 싶어지는 별미다.



  GDP 5000$ 내외인 요르단은 수치로 따진다면 우리나라보다 약 6배 정도 가난한 나라다. 암만 시내는 그나마 여느 현대 도시 못지않게 교통 체증도 심하고 나름 번듯하게 높은 빌딩도 있지만, 시내를 벗어나면  옛 모습 그대로인 중동 지방의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개발이 되지 않은 광야는 풍화작용에 의한  변화가 있을 뿐 수  천년 전이나 지금이나 그 모습에 큰 차이가 없다. 요단강변을 마주 보고 있는 이스라엘과는 푸르름에서 확연히 차이가 난다.  


관광 수입과 해외 원조에 의지해 살아가는 이들에게 하루하루 먹고사는 문제가 바빠 전 국토의 70%나 되는 광야 땅을 개발한다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 그 덕분에 자연의 훼손 없이 옛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요르단에선 도시나, 시골에서나, 광야에서 양떼를 몰고 유유자적 풀을 뜯기는 목동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햇빛에 바랜 셔츠와 청바지를 입은 목동들도 있지만,  베두인 전통 옷을 입고 양치는 목동들을 볼 때면  현대를 살고 있는지 과거를 살고 있는지 헷갈린다. 가끔 별 기대 없이 요르단으로 성지순례를 온 사람들이  이스라엘보다 요르단이 오히려 더 좋다고 느끼는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인 것 같다.

 


  얼마 전 오랜만에 '암만 코브라'에 갔다. 코로나가 무색할 정도로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었다.  우리 옆자리엔 40대 중반의 남자와 두 명의 니캅(온 몸을 검정 아바야로  가리고 얼굴은 눈만 나온 - 검은색 히잡으로 머리를 가리고  네모진 검정천 양 끝에 끈을 달아 마치 복면처럼 눈 아래 부분을 가린 후 머리 뒤쪽으로 묶는다 - ) 복장을 한 여자, 남자 아이 둘, 여자 아이 하나가 음식을  먹고 있었다. 여섯이 먹기엔 지나치게 많은 음식들이 좌아악 깔려있는 테이블을 보며 저걸 어떻게 다 먹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체면과 과시의 문화가 있어 음식을 남기는 게 미덕인 

이들의 풍습을 알면서도 말이다.  



  평소  니캅 복장의 여성들은  음식을 도대체 어떻게 먹나 궁금하던 차에 잘됐다 싶어  아이들 보는 척 하며 슬쩍 곁눈질을 했다. 먹을 땐 얼굴을 가린 베일을 벗으려나 했는데 아니다. 얼굴 가리개 천을 살짝 올려서 음식을 잽싸게 입으로 넣고 천을 도로 내린다. 내 눈엔 그 모습이 참 희안해 보였지만 그들의 오랜 전통이고 문화이니 내가 함부러 참 불편하겠다 하고 판단할 수는 없을것 같다. 그들에겐 습관이 되어 내가 생각하는것 만큼 큰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지도 모르까. 



  그런데 얼굴을 드러내고 히잡만 쓰든, 눈만 드러낸 니캅이든, 눈을 포함해 전신을 다 가린  부르카든 여성의 복장이 남편의 통제를 받는다는 사실엔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결혼 전 얼굴을 완전히 드러낸체 머리카락만 가리는 

히잡만 쓰고 자유복장으로 다녔다 하더라도 결혼 후 남편이 그 복장을 허락하지 않으면 남편의 말을 따라야 한다고 한다. 남편이 원하지 않는 복장을 고집할땐 매를 맞는 사유가 된다고도 하니 참. 요르단 여성의 평균 결혼 연령이 16~18세 라는데 

그 나이땐 한창 예쁘게 꾸미고 다니고, 그 모습을 자랑하고  싶은 나이인데....



 아무튼 오랜만에 먹는 숯불향 은은한 양갈비는 요르단을 찾는 이 누구에게든 자신있게 권할 수 있을 만큼 그 맛이 일품이었다.  각종 야채와 화덕에 갓 구운 바람빵과 호무스와 요구르트를 곁들인 건강한 한 끼를 잘 먹었다.  후식으로 차 한잔을 마시려는데 옆 테이블 사람들이 식사가 끝이 났는지 우르르 일어서 나갔다. 아니나 다를까 접시들마다 남은 음식이 잔뜩이다. 거의 남긴 음식없이 깨끗하게 비워진 우리 테이블의 접시들과 무척 비교가 되었다. 

 

"아니 저 사람들은 아무리 음식을 남기는게 미덕이라지만 정도껏이지 너무 한거 아냐? 음식 버리는게  너무 아깝네."

" 우리가 저 사람들 다 먹지도 않을 거면서 왜 저렇게 많이 시키냐 생각한것 처럼, 저 사람들은 음식을 적게 시킨 우리가 이상해 보였을지도 몰라."

남편의 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