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식구 여름 빨래가 손빨래를 하게 하네요. 여름빨래를 모아 놓을 수도 없고, 고작 두어 벌의 속옷을 세탁기에 돌리기도 그렇고. 요사이는 코로나가 기승을 부려서 만보걷기도 포기한 터라.
집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자니 시원찮고, 몸을 너무 움직이지 않게 되어서요. 그동안은 내가 봐도 너무 나태하다 싶기도 했어요.
그리고 손을 많이 움직여야 치매도 예방이 된다 하니, 이래저래 손빨래를 하기로 작정했지요. 세탁기에 돌리는 것보다 확실한 믿음도 가고, 탁탁 털어 옥상 줄에 널으니 바람에 그네 뛰는 깨끗한 빨래에 내 기분도 띵호 띵호~! 이러지 않으면 좀처럼 햇볕 따가운 옥상에 오를 일이 없더군요. 햇볕도 하루에 한 차례씩은 쬐어야 비타민D도 몸이 자체로 형성한다지요.
또 저는 오래 전부터 손발이 저리던 터라 관찰을 했더니, 다리는 족욕기로 잘 적용이 되는 듯 저린 기가 없어졌어요. 그런데 팔은 아직도 저릿저릿하고 참기 좋을만큼 괴롭혔어요. 그런데 손을 쓰는 작업을 하면 그 저린 기를 잊게 되더군요. 손빨래를 하면서 팔 저린기가 싹 사라졌어요. 잠들 때도 편하게 잠이 들어요. 아마도 저는 편하게 살 팔자를 타고나지는 못했나 봅니다 ㅎ~!
요새 유튜브를 잘 듣는데, 며느리들이 늙은 시어미의 음식을 반기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그래서 아래층에 일체 반찬을 내려보내지 않았는데 말이죠. 오이김치 해 줬더니 아들이 아주 좋아하네요. 우리 며느님도 혹시 늙은이 솜씨라 어떨라나 몰라서 해다 주지 못했는데, 내 솜씨에 길들인 아들은 그렇지 않다는 걸 새삼 알았습니다.
벌써 오이김치병을 비워서는, 빈병과 함께 멸치볶음 한통을 함께 해 보냈네요. 그러고 보니 며느님도 제 오이김치가 반가웠던 모양입니다. 워낙 말이 없는 사람이지만 나는 속으로,
"어머님 김치가 먹고 싶어요."하기를 은근히 바랬는데요. 내일은 손빨래를 하루 쉬고, 깍뚜기를 좀 해다 주어야겠습니다. 그 다음엔 배추 겉절이도 해다 줄까요? 좋아할까요?
몸을 움직이고 나면 기분도 엎 되지요. 코로나가 쉽게 물러날 기미도 보이지 않으니, 스스로 이렇게라도 움직여야겠습니다. 영감도 내가 축 처져 있을 때보다 기분이 엎 되는 거 같아요. 그래도 아침밥은 영감이 스스로 챙겨먹도록 합니다. 그만 아침밥도 지어줄까 하다가도, 마지막 제 자존심으로 아직은 살려두고 싶습니다. 뭔가 한 가지는 영감을 이겨 보고 싶어요. ㅎ~! 이젠 영감도 버릇이 돼서 아주 노련하게 잘해요. 나 못된 마누라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