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사거리에 서 있었다.
빨간불이 초록불로 바뀌려면 얼마나 있어야 되나?하면서
공중에 달려있는 신호등을 잠시 보면서 시선을 아래를 향하던 중이다.
그런데 때마침 야채트럭이 좌회전을 하면서 양배추 한 망을 땅에
덜커덕 떨어 뜨렸다.
어쩌나ㅠ 아저씨~~~
손으로 허공을 향해 흔들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난 반사적으로 트럭을 향해 손을 힘껏 흔들었다.
어느새 트럭은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고 나의시선은그 양배추에
꽂혔다.
지나가는 차들이 박살내면 안되는데.
야채아저씨는 양배추 한 망이 없어졌다고 놀라지 않으실까?
난 양배추를 갖고 갈 수도 없는데..
도로에서라도 끄집어 내놓고 가야겠다...하는 마음으로
신호가 바뀌기를 떨리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드디어 신호가 바뀌고 나는 힘차게 달려 길을 건넜다.
차틀이 멀리서 오기에 조심스레 도로 밑으로 내려 가려는데
그때 양배추 망 옆으로 흰승용차가 스르르 정지하더니 운전석
문이 열린다.
잠시 바닥을 보더니 다시 문을 닫는다.
나는 그 광경을 목격을 하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다시 그 승용차의 문이 열리더니 건장한 아주머니가 한쪽발만 땅에 딛고 양배추를 번쩍들더니 조수석 의자 아래에 놓고는휑하니 내달렸다.
그순간 왜그리 허무하던지..
내것도 아난데 내것을빼앗긴 기분이었다.
난 애시당초에 그 양배추를 들고 갈 생각도 없었다
집과의 거리도 있었고 양배추의 무게를 알기에
처음부터 생각도 안하고 교통의 흐름에 방해가 될까 싶어
그 양배추를 도로밖으로 꺼내 놓으려고 했는데...
나에겐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뜻밖에 양배추를 주은 아주머니는 기분이 어땠을까?
그 아주머니는 양배추 한 망으로 요리를 해서
온가족과 함께 맛나게 드실테지
양이 많으니 엽집에도 좀 나눠 드릴테고...
인생은 이런 것일까?
생각을 하고 계획을 세워 행동에 옮기려는데 뜻밖에
생각지도 못한 일이 발생하여 중간에 없던 일로,원 위치로
되돌아 가는 거.
너무 확대 해석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괜시리 허무한 마음에 피식 웃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