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셩을 좋아한다.
충청도에서는 수양 어머니나 의형제를 셩어머니 셩형이라 불렀다.
나는 남편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부모가 없는 것도 어니고, 형제도 오남매나 되고 일가친척도 많아 그 수를 헤아리기가 어려운 종갓집 장남인데 왜 그렇게 셩을 맺는 걸까?
물론 셩어머니는 어린시절 부모님이 맺어진 인연이다.
어머니와 인연이 좋지않다 하여 셩어머니를 맺어주어 그쪽에 셩형제가 2남 5녀나 되어 대숲처럼 울창하다.
그런데 얼마 전에 또 셩형(의형제)을 맺었다. 아 웃겨.
이게 무슨 일인가? 좋으면 그냥 잘 지내면 되지 웬 셩형인가?
호호댁.... 그러나 셩형제를 만나면 사람들이 좋아서 만나는 즐거움 또한 괜찮은 편이다. 가끔씩 놀러가고 가끔씩 밥도 먹고 믿질 것이 없다.
그리고 자기 형제들과도 밀착 관계이다보니 자주 붙어 종종 댄다.
특히 여형제를 좋아한다. 누나도 좋아하고 여동생들도 좋아하고.
때때로 그가 원하는 형제들에게 나의 순위가 밀릴때가 있다. 불편하고 열불나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 심리학 공부를 하면서 우리 남편의 팔자랄까 정서랄까? 우리 남편이 심리적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우리 남편은 부모와의 관계에서 그다지 좋은 관계가 아니다.
아버지가 집안 살림에 마음을 쓰지 않아서 많이 힘들었으며, 어머니 또한 많이 아프고 아들에게보다 딸들에게 정을 두셨다.
우리 시어머니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 보았다.
우리 시어머니는 외할아버지가 바람을 피워서 외방아들을 둘이나 두었다.
누군가의 말에 의하면 딸도 하나 있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다보니 어머니의 어린시절은 아수라 상황이었을 게다. 바람피워 외방자식을 셋씩이나 두었으니 얼마나 불화가 많았을까?
외방아들이 찾아와 살림을 부스고 난장판 난리를 치뤘으며 쌀자루를 들고 본가로 찾아왔으니 시어머니의 어머니 즉 외증조 할머니는 분노와 부아 속에서 눈물로 사셨을게다.
그속에서 자란 시어머니는 당신의 아버지를 불신하고 미워하고 원망하고, 또한돈벌이 시원찮고 쩨쩨하여 마음에 안차는 남편을 싫어하고 불신하다보니 어머니에게는 남자가 불신의 관계였다.
그러다보니 당신이 낳아 기른 아들도 소중한 줄을 모르고 딸들의 어머니였다.
그런 상황들로 인하여 우리 남편은 마음속으로 늘 어머니를 찾아 헤메는 꼴이 되었다. 언제나 손 벌리면 안아주고, 아무 때나 찾아가면 밥 주고, 오야 오야 내새끼 ~ 행행거리면 앉아주고 받아주고....이런 어머니가 필요했던 것 같다.
내가 심리학 공부를 시작하며 알게 되었다.
내가 생각해도 우리 시누이들은 자기 오빠가 아무 때나 찾아가도 뜨끈하게 밥을 해서 먹인다. 가끔씩 큰 시누님도 우리 남편의 옷가지를 사주기도하며 불쌍한 장남을 두둔한다.
이들의 관계를 보며 부모가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형제들이 서로 밀착관계에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해왔었는데 돌이켜보니 형제들과 밀착관계과 거기서 온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밀착일 수밖에 없는 상황들을 알게 되면서 좀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 남편은 가끔씩 나를 한양으로 쫒아 보내려 했다. 이유인즉 딸 셋이 모두 객지에 있으며 내가 워낙 새끼라면 벌벌 한다는 핑개였다. 좀 불쾌 했다.
나를 밖으로 쫒아내고 자기 형제들끼리 둥우리져 살려하는가 보다 하는 생각을하니 더 불쾌했다. 그러나 나는 껌딱지 처럼 남편에게 붙어있다.
서울로가면 몇 년은 딸들과 재미나게 살겠지. 그러나 내 몸에 병이 생기고 불필요해지게 되면 버림받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가끔씩 딸들에게 가서 하룻밤씩 자다보면 코를 고느냐 안고느냐가 늘 화제였으며 불편함을 하소연 했다.
지금도 그런데 아니 딸이니까 결혼해서 지아이들을 기를때까지는 엄마를 필요로 하겠지. 그러나 지들 자식 다 길러놓으면 말하겠지
“아빠가 불쌍하다 . 아빠 혼자 둘 수 없으니 아빠한테 가라 하겠지.”
남의 딸들이 그런 것 처럼 내 딸도 그러리라 생각한다.
딸들이 지금은 아직 독립이 덜 되어서 새 새끼 처럼 종알대며 엄마를 책임을 질 것처럼 효도를 할 것 처럼 조아리지만 상황이 달라지면 언제든지 아웃이 된다는 생각을 해본다.
내가 어찌 코를 고는지 내가 고는 코골이에 깜짝 놀랄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딸들은 내가 지네 집에가서 이틀만 묶으면 눈가에 다크 써클이 펜더곰 처럼 내려와서 웃어죽을 지경이다. 그렇게 조심하며 옆으로 누워 자는 대도 말이다.
우리 남편은 방구를 뿡뿡 껴도 욕하지 않는다. 자기도 같이 뀌니까 킥킥...
코를 아무리 딩딩 골아도 핀잔하지 않는다. 자기도 같이 고니까 말이다.
남편이 너무 자기 형제들에게 집착하여서 얄미웠는데 딸보다는 낳은 것 같다.
딸들한테 안가길 잘했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잉꼬 부부가 됬다.
지난번 딸아이가 이사를 하여 집이 좀 넓기에 얼마동안 딸내 집에서 지내려 했더니 한마디로 싫다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일러 받쳤더니 ‘늙어서 버림받는 것보다 지금 분리되는 것이 났다하였다.’
그런데 여전히 얄미운건 자기들 형제들과 밀착관계였다.
오늘 비로서 남편에게 심리적 어머니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그래도 다행인 것은 밖에 여자를 두지 않아서 다행이고 외방자식 만들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가 덩치는 은진미륵 만해가지고 늘 여동생들과 머리를 맞대고 있으니 얄밉고 ....그러나 이제는 알 것같다.
우리 남편을 심리적 어머니인 시누이들에게 줘버려야 되겠다.
실컷 엄마찌찌 대신 따뜻한 밥 얻어 먹으라 하지 뭐.엄마 사랑 제대로 못받은 남편이 가엽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여형제들이 사는 형편이 어려워 오빠를 뜯어 먹는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다르게 해석을 하니 늘 오빠를 챙기고 품어준 꼴이 된다.
요즘에는 큰 시누이님과 더 가까이 밀착 되었다.
이제는 셩 형제를 넘어서서 시누이님에 사돈 되시는 분들과 관계를 맺고 있다.
바깥 사돈이 어떻고 안사돈이 어떻고 마치 자기 사돈인냥 .......킥킥..웃겨.
사람 관계가 참 웃긴다는 생각이 든다.
그립다 그리워 말을 할까하니 그리워.....아 웃겨. 사돈들과 서로 찾는다.
조금 조심스러운 것은 너무 잘 지내다가 불편한 사이가 될까봐 걱정도 된다.
이번에는 우리 남편을 사돈들에게 줘야 할까 보다.
아마도 내 팔자는 바람개비 팔자인가보다.
강원도를 가면 강원도 셩형제가 좋고 , 공주가면 공주에사는 셩형제게 바르고 진실하여 좋고 서울가면 남편 누나도 좋고, 여의도가면 시누이 사돈들이랑 술먹어서 좋고. 이놈에 바람개비 팔자는 잠시도 쉴 날이 없내.
우리 남편의 심리적 어머니와 잘 지내는 것도 내 팔자인가보다.
내가 어떤 사람인가 생각해보았다. 나 역시 푸근하고 따뜻한 여자는 아닌 것 같다.특히 우리 남편에게는 말이다. 나이가 다섯 살이나 차이가 나서 세대차이도 나고 음식문화도 나는 스테이크 커피를 좋아하는 반편 그 남자는 토종 음식을 좋아한다. 엄마처럼 푸근하기보다는 여동생처럼 어리광을 더 부린 것 같다. 그러니 남편이 심리적 어머니를 밖에서 찾지.
예따 — 시누님들 우리 남편 가지소. 사돈들도 우리 남편 가지소.
이렇게 생각하니 시누이들이 고맙고, 사돈들도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남편 심리적 어머니 역할을 해주고 있으니 말이다.
이사람이 어머니 사랑 아내사랑이 부족하여 밖으로 나가서 자기 여형제들에게 안주한다는 생각을 해보니 그 동안 밀착관계라고 욕을 했던 것들이 미안하기도 했다. 내가 시누이들에게 잘해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누이들과 맺어주어야 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