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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후기


BY 귀부인 2021-03-29




외국인으로 살다 보니 백신 접종을 해야 하는데 그 방법을 몰라 막연하던 차에 지인이 백신 접종 신청 방법을 알려 주었다. 차일 피일 미루다 지난 3월 12일 vaccine.jo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신청을 했다. 한국에서 라면 아직은 젊은(?) 나이에 속하지만, 요르단의 평균 수명 기준이면 나도 고령자에 가까운 나이 인지라 접종 순서가 빨라질 거라 살짝 기대는 했다.


 그러나 외국인이고, 직업란에 가정주부라 체크를 했기에 최소 한, 두 달은 기다려야 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3월 15일 오후, 지인으로부터 백신 접종을 했다는 연락을 받고 혹시나 싶어 메세지를 확인 해보니, 어랏! 남편은 3월 13일 오전, 나는 3월 15일 오전에 주사를 맞으러 오라는게 아닌가! 우리 부부 둘 다 접종 기한이 지나 있었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지정된 병원 시티몰 앞에 위치한 알 후세인 병원으로 갔다. 사람이 몇 명 없어서 그런지 주사를 맞기 전 열 체크를 하는 사람도, 거리 두기를 해서 띄엄띄엄 서 있으라 주의를 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냥 나 스스로 적당히 앞 사람과 거리를 두고 서 있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여권과 거주증을 꼼꼼히 체크를 한 간호사가 친절한 눈웃음을 지으며 주사실로 안내를 했다. 접종 기한이 지나서 안된다고 하면 어쩌나 조마조마 했는데 다행히 아무 문제 없이 주사를 맞을 수 있었다. 주사를 맞고 1분도 채 되지 않아 2차 접종일 메세지를 받았다. 1차 접종을 했고, 2차 접종 날짜까지 확정 받으니 왠지 안도감이 확 몰려왔다. 간호사에게 감사의 목례를 하고 대기실에서 15분 쯤 앉아 있다가 이상 증후가 없어 남편과 함께 병원 문을 나섰다.


첫째날

 차로 이동 하는데 갑자기 남편이 눈이 흐릿하다며 왜 이러지 하며 멈춰 섰다. 나는 눈은 흐리지 않았지만, 주사 맞은 왼쪽 팔뚝이 물파스를 심하게 발랐을 때의 느낌처럼 서늘하니 무감각해졌다. 그렇지만 5분 쯤 지나자 남편도 나도 정상으로 돌아왔다. 집에 돌아와서도 몇 시간이 지났지만 너무나 아무렇지 않았다. 저녁 식사 후 나랑 비슷한 연배의 지인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해 주사 맞은 경위를 설명해 주고 평소와 다름없이 잠자리에 들었다.


 그런데 한밤중에 나도 모르게 잠이 깼다. 팔,다리에 힘이 없고 몸이 묵직하니 침대 밑으로 꺼져 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옆으로 몸을 돌려 눕는데 아이구, 아이구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운동 안 하다 갑자기 열심히 운동하고 나면, 그 다음날 생기는

근육통 정도의 아픔이 밤새 나를 뒤척이게 했다. 주사를 맞고 일반적으로 10시간 이후면 근육통이 나타난다는데 얼추 시간 계산을 해 보니 그런 것 같았다.


둘째날

 뻐근한 몸을 이끌고 겨우 아침상을 차려 식사를 했다. 남편도 아프면 어쩌나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 근육통이 있기는 하지만 견디기 힘들 정도는 아니라 했다. 스트레칭 이외에 별다른 운동을 하지 않는 나완 달리, 평소 하루에 1시간씩 꾸준히 걷기 운동을 몇 년째 해서 그런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남편이 작은 거실로 출근한 후엔 전기장판을 켜고 드러 누웠다.


 체온계로 열을 재보니 37.8도였다. 두통은 그리 심하지 않았지만, 근육통 때문에 꼼짝 하기도 싫었다. 오들오들 오한이 나고 뼈 마디가 수시는듯하여 수시로 체온계를 이마에 대보니 열이 37.5 ~ 38도 사이를 오락 가락 했다. 주사 맞고도 이리 아픈데 코로나에 감염된 분들은 얼마나 아플까 하는 생각이 잠시 들었다. 점심때가 되자 한국의 배달 음식 문화가 그리워졌다.

이럴 때 얼큰 뜨끈한 짬봉이라도 시켜 먹으면 좋으련만.....

라면으로 짬뽕을 대신했다. 점심 식사 후엔 남편도 미열과 약간의 근육통이 있다며 타이레놀 한 알을 챙겨 먹었다.


 왠만해선 약을 먹지 않는 나는, 곧 괜찮아지겠지 하며 또 전기장판 위에 드러 누웠다. 그런데 열도 떨어지지 않고 근육통이 더 심해졌다. 온 몸이 두들겨 맞은 듯 욱신거렸다. 안되겠다 싶어 남편이 퇴근하자마자 백신 맞은 후에 먹는 특별한 약이라도 있나 알아보고 사오라 부탁을 했다. 약국 여러 군데를 다녀보았지만 그런 약은 없단다. panadol을 먹으면 된다고 했다.


 남편이 새로 뭘 만들지 말고 있는 반찬 그대로 간단히 먹자 했지만 하루 종일 먹은 게 부실해 찌개라도 끓이려 자리에서 일어서자 휘청~ 어지러웠다. 가장 만만한 김치찌개를 보글보글 끓여 간을 보는데 아무 맛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편을 불러 대충 간을 맞추고 입맛은 없지만 약을 먹기 위해 밥을 먹었다. panadol 두 알을 먹고 일찌감치 잠자리에 들었다. 전날 밤 잠을 설친 탓과 약 기운에 깊은 잠을 자고 새벽에 잠이 깼다.


셋째 날

 전날과 비교하니 몸이 많이 가벼웠다. 근육통이 거짓말처럼 거의 사라졌다. 온몸의 근육통이 완화되니 그제야 주사 맞은 팔뚝의 아픔이 느껴졌다. 왼쪽 팔뚝이 오동통 부어올라 있음도 알았다. 팔뚝을 수평으로 들어 올리기 버거울 정도로 아팠지만 전날 전신 근육통에 비하면 이것 쯤 이야....

미열과 약간의 근육통이 남아 있었지만 정상적인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다행히 셋째 날 이후론 뭔가 몸이 찌푸둥 하고 개운치는 않았지만, 생활에 크게 지장을 줄만한 특별한 징후가 없었다. 주사 맞은 부위의 부기도 일주일 쯤 지나자 가라앉았다. 나 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백신 접종자들은 주사 맞은 둘째 날이 가장 아프다고 했다. 나처럼 며칠 앓을 감기를 하루 만에 앓아 치우는 고통을 느낀 사람도 있지만, 남편처럼 가벼운 증상으로 넘어 가는 사람도 있는 것 같다. 사람에 따라 다 증상이 다른 것 같다. 나보다 하루 먼저 접종을 한 지인은 2주가 지난 지금도 뭔가 개운치 않다고 한다.


 뉴스를 보면 백신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효율성에 대해 불신을 가진 사람들이 아직 많은 듯 하다. 하지만 나는 하루 꼬박 심하게 앓았지만 주사 맞길 잘 했다는 생각이 든다. 2차 접종까지 마치고 마스크도 잘 착용하면 코로나로부터 훨씬 더 안전해지리라 생각한다. 아, 그리고 일찍 약을 먹지 않은 걸 후회했다. 첫째날 밤, 아니면 둘째날 아침이라도 약을 미리 복용했더라면 어쩌면 덜 고생 했을지도 모르는데...


아무튼 백신 수급이 원활히 되어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받고 코로나의 위협으로부터 안전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