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은 기대하는 재미다
심심하다. 장난기가 발동을 해서 막내딸아이에게 전화를 걸었다. 만만한 게 막내지.
“뭐하냐.”
“금방 비 그친 사이에 탄(애완견)이 산책 시키고 들어왔어요.”
일 없이 전화하는 어미는 아니니, 무슨 일이 있냐고 묻는다.
“엄마한테 할 말 없니?”
“왜요. 엄마. 무슨 말이요?”
“복권은 니들 일등 하라고 엄마가 양보했더니, 왜 소식이 없어?”
“우하하.” 딸아이는 금방 알아차리고는, 푸우짐한 웃음을 쏟아놓는다.
“그냥 내가 일등을 할 걸. 니네가 일 이등하라고 나는 오등만 했구먼서두.”
“오~! 엄마 오등하셨어요? 축하드려요. 오등은 상금이 얼마예요?”
아이는 일등이나 된 것처럼 소리를 지른다. 허긴. 언제 복권을 사나 보았겠어?
“세 자리 맞으면 오등이예요?”
“그래. 너희는 하나도 안 맞았니? 엄마는 둘 다 본전은 뽑았는데.”
“아이구 엄마. 한 턱 내세요. 하하하.” 오천 원짜리 당첨에 한 턱을 내라 한다 푸하하.
“그러게 말이다. 일등이 억 소리를 내면, 오등은 몇 만 원이라도 줘야 하는 거 아녀? 에~이.”
용인을 지나는 길가에 <로또복권 1등 16번>이 나왔다는 명당(?) 복권집이 있다. 이름난 유명세를 하느라고 자가용 행렬이 차로를 점령해서, 곧잘 교통이 마비되기도 한단다. 여러 번 이곳을 지나면서 ‘나도 한 번 사 봐?’하는 마음이 점점 쌓였다. 급기야 유혹이 발동을 했다.
“얘들아. 우리도 한 번 사 볼까?”하니, 운전을 하던 사위도 조수석의 딸도 쉽게 동참을 했다.
과연 줄을 선 인파가 아마 2~30명은 되는 것 같은데, 도무지 그 수가 줄지를 않았다. 세워놓은 자동차도 옆 상권의 교통을 어지럽히고 있었다. 가게 안에서는 복권을 쉴 새 없이 끊어대고 있었다. 누구에게나 욕심은 있기 마련이다. 점잖은 노신사로부터 이제 갓 이십을 바라보는 청년까지 즐비했다. 서로 눈이 마주치면, 초면이지만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냈다.
‘생애 첫 내 집’을 마련하는 딸 내외에게도 복권당첨은 절실하고, 그래서 보태주고 싶은 이 어미라고 절실하지 않겠어? 크고 작은 절실함을 안고 복권을 구입하는 사람들은, ‘반드시’ 요번에는 ‘너’아닌 ‘나’이기를 기대한다. 그러나 그 기대는 일주일로 마감을 한다. 요상한 것은, 당첨이 되지 않아도 크게 절망을 하거나 실망을 하지도 않는다. 기대보다 포기는 의외로 쉽다.
사실, 처음 복권을 구입할 때의 기대를 대신하자면, 낙방을 하고나서는 주저앉아서 땅을 쳐야 마땅하다. 그러나 일주일 동안의 기대로 행복했던 사실만으로도 족하다. 아, 운 좋게 본전을 찾았으니 또 일주일이 이런저런 기대로 재미지겠다. 언제나처럼 반드시, ‘너’아닌 ‘나’이기를 기대하며. 아니면 말고 푸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