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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동채비


BY 그대향기 2020-12-17


 낮에 마당에 있는 수도관을 꽁꽁 싸매고
물통에 빗물 받아 둔 것도 다 흘려 보냈다.
내일 아침 몹씨 추워진다니  급하게 월동준비를 했다.
여기는 산 밑이라 다른 곳보다 더 춥다.
여름에는 시원해서 좋은데 겨울에는 더 춥게 느껴진다.

집 옆 산에는 소나무처럼 사철상록인 나무도 있지만
잡목들처럼 가을이면 옷을 다 벗는 나무들도 많다.
앙상한 나목들 사이로 겨울 바람이 불면
못견디게 추운 듯 윙윙 소리내어 나무가 운다.
죽은 가지들도 그 겨울바람에 떨어져 나가고.

가을에 햇살 좋은 텃밭귀퉁이에 심어둔 튤립은 성질이 급한가보다.
12월 추운 날씨에 새순이 쏘옥~~~
어짜꺼나......
이 엄동설한에 저 어리고 연한 새순이 얼면 큰일이다.
남편한테 부탁해서 정미소에서 왕겨를 샀다.

어리디어린 새순주변에 왕겨를  수북수북 얹어줬다.
뿌리라도 얼지말고 봄까지 살아주기를.
월동이 되는 야생화들은 꽃만졌고 꿋꿋하게 살아있다.
올 봄에 100여미터 긴 하천 둑에 심어 둔 수천포기 꽃잔디는
자리를 잘 잡고 제법 세력을 넓혔다.

겨울이 오기 전 늦가을에 심어 놓은 다래나무랑
석류 두 그루 , 영산홍, 동백, 피라칸사 분재는
최소한의 생명력을 남기고 잎을 다 떨궜다.
통통한 움만 남긴 나무와 푸른 잎을 달고 있는 나무들
생명력의 신비로움이다.

경주사는 친정오빠가 보내주신 코스모스와 백일홍 씨앗을
하천둑을 따라 훌~훌~흩뿌려놨다.
인디언국화와 별나팔꽃 씨앗
애기범부채 씨앗도 겨울을 이기고 내년 봄에 나오라고
비스듬한 언덕에 수도 없이 뿌리고 또 뿌렸다.

강한 씨앗만 발아되더라도 2~3년 후에는
그 언덕이 야생화언덕이 될거라 혼자 상상하면서 뿌렸다.
백리향도 꺽꽂이로 여기저기 흙이 있는 자리에는 꽂아두고
쉬는 날에는 혼자서 언덕을 갔다가 텃밭을 갔다가 하는 폼이
누가보면 엄청 많은 농사를 짓는 사람같다.

운동을 하라면 금방 싫증을 내면서
꽃심는 일에는 억척을 부린다며 남편이 놀리곤한다.
남편이 운동하라면 응응 대답은 찰떡같다.
운동은 하는 척만 하고 금방 호밋자루를 쥐고만다.
그냥 흙냄새가 좋고 포슬포슬한 흙의 그 느낌이 좋다.

내 꽃밭은 구획이 딱딱 자로 잰 듯이 반듯한 꽃밭이 아니다.
꾸민 듯 꾸미지 않은 듯 자연스럽게 들꽃들이 핀 듯한
야생의 느낌 그대로의 꽃밭이다.
수십년 모아 둔 항아리들이 올망졸망 높거나 낮게 하천 둑을 따라 줄을 서 있고
찌그러지고 깨진 항아리들에는 야생화들을 꾹꾹 심어놓았을 뿐이다.

이 겨울을 잘 견디고 내년 봄에
알록달록하고 크고작은 꽃들을 피워주길 기대한다.
지난 해와 올해 밑작업을 하느라 고생을 좀 했지만
내년 내 후년을 기다리며 즐겁게 한 고생이다.
집 마당 월동을 하면서 꽃나무들도 같이 월동준비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