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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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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순이새끼들


BY 그대향기 2020-12-01

세상에나..
길순이도 아직 어린데 첫발정에 새끼를..
집에 묶어놓고 키우니 동네 떠돌이 개가 그랬나보다.
왈왈 짖어서 현관문을 열어보면 시커먼 녀석이
우리집을 향해 서 있었다.
아니 길순이를 향해 서 있었다.
길순이가 어려서 임신하는게 안스러워서
찾아오는 녀석들을 몇번이고 쫒았다.
찾아오는 녀석들은 본능에 충실할 뿐인데
나한테 늘 쫒겨나기 일쑤였다.
그렇게도 쫒아냈건만 사람들이 집을 비운 사이 그랬나보다.
길순이 배가 점점 불러오기 시작했다.
찾아오던 녀석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다.
그러기를 두어달
길순이 배는 땅에 닿을 지경이다.

발발이 종류인 길순이는 다리길이보다 배가 더 부른 것 같다.
길순이 집을 새로 만들어줬다.
큰 개 키우던 개집 2개를 가운데를 잘라서 연결하고
바닥에는 개전용 전기장판에 담요를 깔았다.
지붕에는 난방용 스치로폼을 덧대고 방수처리를 했다.
산실을 다 만들고 그 다음날
길순이가 사료를 잘 안 먹었다.
먹성좋기로 두번째 가라면 서러울 녀석인데 참.
출산이 가까우면 사료를 잘 안먹는다는데 곧 낳을려나?

출산이 임박한것 같아서 줄을 풀어줬더니
부른 배를 질질끌면서 집근처 잔디밭을 천천히 걷는데
양수가 터진 모양이다.
길순이가 뒤를 핥으며 산실로 들어갔다.
곧이어 작은 소리로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예민한 개는 새끼 낳을 때 들여다보면 제새끼를
물어죽이기도 하는걸 봤기에 궁금해도 다 낳을 때까지
들여다보지 않기로 했다.
길순이도 어린데 가르쳐주지 않아도 어찌나 새끼치중을
잘하는지 혼자서 일곱마리를 낳아서 탯줄까지 다 잘라놨다.
저녁에 산실 앞 커텐을 가만히 들추고 세어보니
올망졸망 까맣고 하얗고 알록달록...
반잘반질한 새끼가 일곱마리다.

길순이배가 불러오면서 준비해 둔 곰국에
사료를 말아준다, 소고기 간 염통,돼지꼬리에 족발까지
일곱마리 젖 먹일려면 길순이가 잘 먹어야겠다싶어서
부지런히 산모수발을 들었다.
중간중간 닭도 한마리 삶아서 살코기랑 국물도 주고.
한달보름 정도가 되니 새끼 젖을 안 먹이려고 길순이가 자꾸 새끼들을 피한다.
일곱마리들이 고 작은 애미 젖을 빨아대니 길순이는 뼈가 앙상하다.
온갖 보양식을 다 해 댔지만 일곱마리는 무리였다.
그리하여 길순이새끼들을 입양보내기로 결정.
명견도 아니고 발발이 새끼라 쉽지가 않아보였다.
마당있는 집에 소문을 내 봐도 고개들을 도리도리
거져가져가세요~해도 아니아니
하는수없이 큰박스에 담아 가게 앞에다가 놓고
무료로 드립니다..하는데 옆에 채소할머니가
공짜는 안된다며 자기가 팔아준다며 놔두란다.
그리하여 한마리에 3천원씩 세마리팔고 나머지는 도로 들고왔다.
내일 남지장에서 무료분양해야겠다.
많아도 너무 많이 낳았다 길순아.ㅠㅠ

길순이 불임수술을 해야겠다.
장날이면 집을 자주 비우게되는데 길순이 다음 발정기 때
찾아오는 숫놈들을 말릴수도없고
새끼를 낳아도 기르겠다는 사람  찾기도 어렵다.
길순이가 숫놈이면 좋으련만.
길순이를 누구주고 새끼중에 숫놈을 키우면 좋겠는데
키운 정이 무서워 그리는 못하겠다.
애미젖이 좋았던지 새끼덩치가 지 어미만하다.
우리집에는 길순이 한마리면 충분하다.
전에는 몸값이 제법 비싼 대형견 여러마리도 키웠었는데
개 치닥거리가 장난아니게 벅차고 힘들다.
사료값도 엄청나고.
이제는 힘든 일을 줄일 때다.
바쁘기도 하고.

벌써 12월이네요.
에세이방 여러분들 다 평안들하시지요?
너무 어렵고 힘든 2020년
잘 이겨내시고 건강한 새해 맞이하시길 바랍니다.
자주 못 들어오다가 오니 좀 어색하네요.^^
외국에서 공부하던 둘째는 나가지도 못하고
여러가지가 어렵네요.
이 또한 지나가겠지요?
절대적으로 안전하고 건강한 연말 보내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