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상을 물리고 고양이 세수를 하고 있는데 폰이 운다. 큰아들이다.
"엄마~!"
낼 모레면 오십을 바라보는 녀석이 아직도 '엄마~!' 한다 ㅎ~.
"아래 다녀가셨다면서요."
에미가 전화를 한 모양이다. 낼 아들의 생일이라 금일봉을 챙겨서 내려 갔으렸다.
"그냥 지나가면 엄마가 섭섭해서, 쬐꼼 넣었다. "
시국이 어수선하니 모여서 저녁을 먹던 일을 생략하고, 제 식구들이나 챙겨 먹으라고 했다.
"감사합니다."
아마 고개도 숙였지 싶다.
"엄마 아들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사랑해."
"예. 예. 저도 엄마 많이 사랑해요."한다.
일 절만 해야지 말이 길어지면 재미가 없다.
어~라. 그러고 보니 녀석이 내 아들로 태어난 건, 내게만 고마운 일일 것 같다.
'좀 더 여유롭고 좀 더 풍족한 집에 태어나지 못한 것을 한으로 여기지는 않으려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그만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아들. 미안해. 엄마가 요정도 밖에 되지 못해서. 그래도 엄마로서는 최고는 아니었어도 최선을 다했다는 건 알아다오. 이 나이 먹고 돌아보니,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더라. 먹고 사는 건 그만하면 됐으니 너무 애쓰지 말고 몸만 튼튼하거라. 사랑한다^^"
큰아들 생일을 맞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