콧물이 비실비실 내려오는것이 마스크안에서 느껴지지만
골목안이라 꾹 참고 엄마네 집까지 잰 걸음으로 걸었다
" 엄마!! 나 왔어 "
" 배고파 밥 있어? "
" 우리 밥먹고 식은밥 있는데 라면 삶아줄까 ? 계란 삶아놓은거 있는데
라면 끓일동안 계란 후라이라도 먹고 있을래 ? 배고프지 "
친정엄마밖에 없다
코 푸느라고 대답은 하는 둥 마는 둥 했지만 벌써 엄마는 감기 걸린건 아닌지 신경부터 쓰신다
" 야 점심먹고 가면서
꿀에 삼이랑 생강넣고 대추넣은거 한통 가져가라 "
" 요즘 몸 아프면 병원가기 힘들자나 니몸 알아서 챙겨라 "
" 어 알았어 "
대답만 달랑 해놓고 보니 새삼스레 고맙지만 입 밖으로 말은 안 나온다
날씨가 너무 좋다
요즘은 좀 추웠는데 오늘 하루는 정말 가을 같았다
엄마네 집 뒤로 가을 국화를 잔뜩 심어놨는데 요즘 엄마식탁위에 가을국화가 한자리 차지하고 있다
" 엄마 이거 예쁘네 집에 나는 향도 좋고 "
" 너도 갈때 내가 꺽어줄께 요즘 국화가 향이 너무 좋다 "
뒤뜰에서 한아름 꺽어온 국화를 막상 집에 들고 오니
이런 이런 화병이 없다
화병은 고사하고 그럴싸한 물병도 안보이네
결혼과 동시에 우리집에 들어와서 싱크대 안쪽을 차지하고 있는 절구가 한눈에
들어온다
아주 만족 스럽다
그럴싸한 화병보다 물병보다 훨씬 만족 스럽다
투박한 꽃무뉘의 그림도 맘에 든다
친정엄마한테 카톡을 보냈다
" 엄마 생각보다 예쁘다
방안에 국화향이 가득하다 "
친정엄마의 깔금한 답변은 전화로 왔다
" 야 마늘은 어디다 빻을려고 "
" 별걱정을 !! 씻으면 돼 그리고 작은것도 있어 "
올해는 엄마의 국화주머니 대신 앉은뱅이 책상에서 가을향을 직접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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