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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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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함께(9) - 서울 나들이


BY 귀부인 2020-08-14



시동생이 여름 휴가를 맞아 가족들을 데리고 어머님 댁에서 휴가를

보내겠다고 했다. 장마에다 코로나의 여파로 마땅히 휴가지를 선택하기가 

쉽지 않았던듯 하다. 하지만 아이들도 있고 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았을텐데 

하루,이틀을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시댁에서 보낸다고 했다.


그래서 이참에 나도 휴가라 생각하고 어머님은 시동생 내외에게 맡기고 

볼 일도 볼겸 서울 나들이를 했다. 서울에는 남동생이 살고 있어 며칠 

신세를 지기로 했다. 엄마 돌아가시고 친정이 없는 나를 위해, 시누이인 

나에게 흔쾌히 자기 집을 내어 준 올케가 무척 고맙게 여겨졌다.


저녁 무렵, 비로 인해 빗방울을 잔뜩 매단 가방을 들이밀고 동생 집으로 

들어섰다. 가방을 받다가 내 얼굴을 먼저 본 올케가 어서 오라는 인사말 

대신, "어머나, 형님 왜 이리 마르셨어요. 얼굴이 너무 상했네요." 

라고 했다.


그 소리에 나도 모르게 긴장이 확 풀리면서 눈물이 왈칵 쏟아지려 했다.

그 동안 시댁에 있으면서 이것저것 맘 고생한 탓에 체중이 많이 줄었다.

그런데 시댁 식구 중 누구 하나 왜 이리 말랐느냐, 왜 이리 얼굴이 

상했느냐며 걱정해 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러다 올케가 나에게 던져 준 관심과 염려의 말에 나도 모르게 감동을

받은 것 같다. 오로지 내 편이 되어 주는, 내 피붙이가 있는 곳으로 왔다는

안도감에 눈물이 핑도는 나를 보고, 영문을 모르는 올케가 살짝 

당황한듯 했다.


저녁 늦게 퇴근을 한 남동생이 또 한번 누나 ' 왜 이리 말랐느냐, 뼈 밖에 

안 남았다'(이건 과장이다.)며 며칠 있는 동안 살 좀 찌워 가라며 마사지다, 

수지침이다 놓으면서 법석을 떨었다.


늦은 밤까지 동생 내외와 담소를 나누다 참으로 오랜만에 잠 한번 깨지 않고 

깊은 잠을 잤다. 아침에 거울을 보니 하루 밤 잠을 잘 잤다고 이렇게 때깔이 

달라질까 싶을 정도로 얼굴 빛이 달라졌다. 뭐니뭐니 해도 역시 마음이 

편한것 만한 보약은 없는듯 하다.


마스크에 가려지긴 하지만 오랜만에 곱게 화장을 하고 오전엔 은행 일을 

보고, 점심때는 친구들을 만났다. 친구들 역시 여윈 나를 보고 건강이 

괜찮은지 걱정을 해 주었다. 그동안 어머님과 반복적으로 하는 단순한 

말만 하다가, 오랜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수다를 떨고나니, 쌓였던 

스트레스가 다 날아가는 듯 속이 다 후련했다. 내 가족이 있어서, 

내 친구가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는 생각이 많이 드는 하루였다.


그리고 돌아가신 친정 엄마가 몹시 그립고 보고 싶은 날이기도 했다.

20대 중반부터 해외살이 시작한 막내딸을 엄마도 늘 보고 싶었을텐데....

난 항상 맏며느리라는 책임감 때문에 여름에 한국에 들어오면, 친정보단

시댁에 머무르느라 엄마와 함께한 시간은 겨우 하루,이틀에 불과 했다.

그런 나를 항상 이해 해주고, 기다려 주실 줄 알았던 엄마는 떠나시고

안 계신다.


특히 요즘 시어머니와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엄마에 대한 미안함이

많다. 정작 내 엄마에겐 해 드릴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이, 그리고 

살아 계실때 엄마에게 좀 더 자주 전화드리고, 함께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지 못한것에 대한 아쉬움으로 맘이 아프다.이런 내 마음을 눈치 챈 

남동생이, 고맙게도 엄마 산소에 함께 가기 위해 따로 시간을 내 주겠다고 

했다.


며칠 되지 않는 서울 나들이를 통해 가족과 친구들로부터 받는 위로와 

사랑으로 힐링의 시간이 될듯하다. 며칠 뒤 또 다시 시작할 어머니와의 

고요한 시골 생활에 다시금 힘을 얻을 수 있는 재충전의 시간이 

될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