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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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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함께(2)-언제 익숙해 지려나?


BY 귀부인 2020-07-24



 일어나자마자 마당으로 나와 깨끗해진 아침 공기를 흠뻑 들이 마신다.

마당 앞 텃밭의 들깨며 , 호박잎이며, 상춧잎들이 밤새 내린 비로 깨끗하게 씻은 이파리들을 나풀거리며 아침의 맑은 햇살을 반가이 맞이하고 있다. 어디 텃밭의 작물들 뿐이랴?


지난 며칠 더위로 인해 지쳐 있다가, 목마름이 해소된 우리집의 든든한 파수꾼이자 울타리 역을 담당하는 감나무들과 대추나무,살구나무까지 7월의 생기를 내뿜느라 아침부터 바쁘다.


공중을 떠 돌던 먼지들이 밤비에 어디론가 쓸려 내려간 맑은 아침 , 내 마음에 쌓인 찌꺼기들도 내리는 비에 흘러 보냈으면 좋으련만 그러질 못하고, 어리석게도 걱정거리까지 주렁주렁 매단 체 하루를 시작한다.


열린 방문 틈새로 살짝 들여다 보니 어머님은 아직 한 밤중 이시다. 어젯밤 늦게까지 TV 소리가 들리더니 아마도 늦게 잠드셨나 보다. 청소기 소리 시끄러워 비짜루로 거실과 부엌과 방을 가만 가만 쓸어 낸다. 


둘 만이 사는 집이라 아침에 한 번 치우면 하루 종일 청결이 유지된다. 내가 청소라도 할라치면 깨끗한데 뭐하러 치우냐 성화셔서 항상 일어 나시기 전에 가만 가만 청소를 한다. 길가에 있는 집 아니랄까 봐 작은 미세먼지들이 제법 쓸려 나온다.


아무래도 오늘은 늦잠을 주무셔서 입맛 없으실텐데, 아침을 안드신다 할까 걱정이 되어 식은 밥을 냄비에다 판판하게 폈다. 거기에다 들기름 두 스픈 살짝 두르고 약한 불로 누룽지를 만든다. 30여분이 지나자 고소한 들기름 냄새가 진동하며 노릇하니 먹음직스럽게 누룽지가 만들어졌다. 


물을 두어 사발 부으니 맛있게 바글바글 끓으며 들기름의 고소함과 누룽지의 구수한 내음이 어우러져 입맛을 돋운다. 일어나자마자 드시라면 입맛 없으실까 누룽지가 뭉근히 끓여지는 동안 어머니를 깨운다.


세수하러 나가시고 난 후, 오늘 입으실 옷을 준비 해두고 밥상을 차렸다. 한참 있다 부엌에 들어서시며 하시는 말씀,

"뭔 냄새랴? 아침에 그냥 대충 먹지 입맛도 없구만. 난 찬물에 밥 말아 한 숟갈 뜨고 말란다." 하신다.

"어머니, 아침에 누룽지에 들기름 둘러 끓인건데, 어머님 큰 아들이 아침에 입맛 없다 할때 끓여주면 잘 먹어요 ." 하니 큰 아들 잘 먹는다는 소리에 급 관심이 생기셨나,

"그려? 그럼 나도 먹어 봐아야지." 하시면서 밥상 머리에 앉으신다.


한 대접 담아 내 드리니 몇 숟가락 드시고 후후 불면서 맛있다, 맛있다 하신다. 그리고 니가 있어서 이렇게 알뜰히 챙겨줘서 고맙다고도 하신다. 동서가 사다 놓은 황금 키위 하나 깎아 접시에 예쁘게 담아 내어 놓으니 맛있게 드시곤,


" 너도 먹어라 ." 하시고 두 조각을 남기시는 어머니. 누룽지 한 그릇에 기분 좋아지신 어머니를 보며 오늘 아침엔 기분좋게 센터에 가실려나 했는데 왠 걸, 챙겨드린 옷을 마지못해 앞에 두고,


"오늘은 안 가면 안되냐?" 하신다. 얼른 마음을 다 잡고 ,

"어머니, 이미 센터에서 차가 출발 했어요.어머니 모시러."

"아, 뭣하러 오라 그려 싸아아? 지금이라도 오지 말라고 하면 되지이이." 떼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잔뜩 얼굴을 지푸린다.


이틀 전 처음으로 어머님을 노인 돌봄 센터로 보내는 날은 아랫 동서의 도움이 컸다. 나보다 11살이나 어린 동서는 나랑 성격이 완전히 다르다. 맺고 끊음이 확실하고 , 해야할 말은 반드시 하고, 싫고 좋음이 분명하고 자기 주장도 강하다. 그리고 10여년 넘게 가까이서 어머니 자주 뵌 탓으로 어머니와도 미운정 고운정 다 쌓아서 어머니를 잘 아는듯 하다.


평생을 워낙 알뜰하게 사신 탓으로 돈 얘기에 민감하신 어머님한테,

"어머니, 이미 센터에다 한달치 비용을 다 내 놨어요. 어머니 안 가셔도 돈은 안 돌려 준다고 하니까 딱 한달만 다녀 보시고 그때까지도 영 재미 없으시면 안가셔도 되요." 라는 똑 부러지는 동서의 말에,

"아니 왜 내 말도 안들어 보고 미리 돈을 다 내 놧디야아? 하고 화를 내시더니,

" 아, 내놨응게 가야지, 워쩍혀어." 하시며 센터로 가기 시작하신 거다.


오늘도 어제처럼 가기 싫다 어린아이처럼 떼 부림이 여전 하시다. 하는 수 없이 어제 아침에도 그랬듯이 동서가 한 얘기를 앵무새처럼 반복한다. 마지못해 옷을 갈아 입고 나서는 시어머니와의 이 실랑이를 언제까지 해야될지.....


센터 직원의 말로는 3일이 고비라는데. 오늘이 바로 3일째 되는 날이다.

내일 아침은 어쩌시려나?

내일 아침은 기분 좋게 센터로 가시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