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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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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식구 맞이하기


BY 만석 2020-06-26

멍멍이 새 식구가 생겼다.
큰아들의 친구가 임신 중인 아내때문에 키우던 강아지를 없애야겠다고 걱정을 한단다.
"데리고 와라."영감이 생각도 없이 욕심을 부린다.

이래서 데리고 온 <화이트 테리어> 종. 이름은가을이.
하얀 곱슬이에 고급스럽긴하지만 둘을 어찌 키운단 말인지.
"당신이 수발하세요. 난 몰라요." 영감에게 앙탈을 지으며 돌아선다.

그런데 이 녀석이 낯을 가려서 쉴 새도 없이 짖어댄다.
이웃에서 시끄럽다고 민원이나 넣지 않으려는지 한 걱정이다.
야단을 쳐도 짖고 달래보아도 그저 짖는다.

"삐리리리 띠리리리." 다음 날 이른 아침에 대문 벨이 운다.
"주인장 좀 봅시다."아니나 달라.
"나 뒷 집에 사는 사람인데 저 옥상에 강아지 말이요." 눈썹을 치켜세우고 허리에 두 손을 얹는다.

"시끄러워서 살겠소? 웬 개새끼를 둘이나 키워요. 하나만 있을 땐 저렇게 시끄럽지는 않더니."
"주인 네는 돌아 앉아서 시끄럽지 않지요. 우리는 창에다 대고 짖으니 어째요."
"죄송합니다. 걔가 어제 밤에 와서 낯이 설어서 그런가 봐요. 한 이틀 지나면 괜찮지 않을까요?"

"우리 집사람이 병자란 말이요. 아주 머리가 아파서 죽을라 그래요. 당장 없애시오."
"한 이틀만 좀 봐 주세요. 그렇게 시끄러운 개가 아닌데 그러네요."
"아니요. 당장 없애시오. 아니 하나나 기르지 말이야." 씨알도 안 먹히게 생겼다.

에구~!. 밖이 시끄러우니 영감이 나온다. 이럴 땐 남자들끼리 세워 놓으면 거친 소리가 오가기 십상이다. 영감이 모른 척하고 나오지 않기를 바랬는데 마누라가 쩔쩔매는 게 역했나 보다.
"아, 알았어요. " 영감은 곧 죽어도 양반이니, 머리 숙이는 꼴은 못 보는 성격이지.

대문 밖으로 나가서 두 남자가 만리장성을 쌓는다. 이웃 간에 큰 싸움이 될라 싶어서 눈을 뗄 수가 없다. 그런데 그 그림이 장관이다. 영감은 뒷집 남자보다 머리 하나는 더 높이 솟아 있다. 뒷집 남자는 나보다 조금 큰 키에 이마가 벗겨진 게 대추방망이 같아서 말이 많게 생겼구먼.

두 남자는 담을 뒤로 서서 주거니 받거니 하는데, 나는 담 안 쪽에서 걸음을 떼지 못한다.
허긴. 영감이 치고받을 위인은 아니지.  2~30분이 흘렀나? 주고받는 대화가제법 허허롭다. 껄껄거리며 웃는 소리도 들린다. ㅎㅎㅎ 남자들 속은 알다가도 모르겠다.

"000는 나하고 막연한 사이지요."
"그럼 ***도 아시겠네요?"
"지금도 모임에 잘 나오지요."

어느 새 우리 가을이는 제 처지를 눈치챘는지 조용하다. 그 밤으로 찍소리도 없이 잘 지내고 있다. 내일은 수박이라도 한 덩이 사다가 뒷집에 안겨야겠다. 잠시라도 소란을 피웠으니 미안하지 않은가. 이렇게 이웃을 알아 가는 거지. 참 재미있는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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