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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래의 즐거움


BY 봄비 2020-03-25

당근~ 당근~ 하고 톡 도착 알림음이 울리면 기분이 좋다.
누군가와 또 소통을 할 수 있다는 즐거움에 행복해진다.

요즘 코로나로 집에만 있는 학생들과 통화하다보면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우울을 느낀다.
요즘 뭐 즐거운 일 없어? 하고 바보스런 질문을 해본다.
없다는 아이들 대답에 그럼 이번주에 즐거운 일 한가지 만들어볼까? 하고 기운을 북돋아보지만 골똘히 골몰한 후에 나오는 대답도 '없을 것 같다'란 말이다.
참, 내가 한 말이지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즐거운 일을 만든다는 것이...

선생님은 이번주에 0.5kg 체중감량을 해 볼까해. 그럼 즐거울 것 같아서...라고 하면
쉰소리 하는 선생님이 한심한지 아,네...한다.
나의 목소리에서 우울이나 우려, 걱정이 더 많이 묻어 나올까봐 아이들과 통화하면서 애써 즐거운 척을 많이 하는 요즘이다.  씩씩한 기운으로 통화를 해야해서 오전 중에 뭔가에 집중하기 위해서 그림을 그린다. 나는 뭔가에 집중을 해야 에너지가 모이는 사람이다.  목소리로 감정을 숨길 수가 없기에 애써서 즐거우려 하는데 요즘 당근앱이 나의 즐거움에 한 몫을 한다.

과거에는 중고제품 거래를 모 사이트의 중고카페에서 했었다.
구매는 거의 안하고 주로 판매를 했는데, 참 다양하게 물건을 팔아봤다.
노트북, 태블릿피씨, 토지 전집, 삼국지 전집, 발마사지기, 미사용 전기후라이팬, 중고핸드폰, 칼꽂이함 등등.
중고카페를 알게 된 후 한달 가량 이것저것 팔아서 100만원이 넘는 돈이 생기기도 했다.
구매는 미개봉 노트북을 한 번 사 봤는데 시중가격보다 10만원이나 싸게 사서 기분이 좋았다. 의심 많은 내가 구매 거래를 할 수 있었던 건, 물건을 먼저 받은 후에 돈을 입금해 줘도 상관 없다는 조건 때문이다. 지금도 그 사람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거래를 했는지 의아하지만 재밌었던 기억 중 하나다.

중고거래를 하다보면 직접 만나서 돈과 물건을 주고 받는 직거래를 하기도 하는데 이것도 참 재미가 있다.
00역 몇 번 출구, 까만 자켓 입고 있어요...
아...저기..혹시 중고거래....? 하면서 서로를 확인하는 과정도 웃기고 재밌다.
지금은 팔 물건이 없어서 거래를 하고 싶어도 못하고 있는데
아주 우연히 당근마켓 앱을 알고 나서 혹시 이용하게 될 지 몰라 가입을 해 두었다가 요즘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그러니까, 2월 초 코로나 확산 조짐이 보일때 나는 이상하게 부직포 마스크를 많이 사놨다. kf 마스크를 단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어서 그 기능을 몰랐기 때문이다. 황사건 미세먼지건 마스크 하는 것을 너무 싫어했기 때문에, 그리고 방역기능이 잘 되어 있는 마스크일수록 숨쉬기 힘들다고 해서 그리 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무지의 소치다.  어쨌든 부직포 마스크로는 바이러스를 완전히 차단할 수 없다고 하고, 약국에서 긴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사는 건 최대한 지양해 보자는 취지로 요즘 내가 가진 부직포 마스크로 kf 마스크를 교환해서 사용하고 있다. 약국에서 줄이 길지 않을 때 사거나 교환해서 사용하니 아주 넉넉하진 않아도 그럭저럭 지내고 있다.

교환요청 글을 올린 후 교환하고 싶다는 톡이 도착하면 마치 선물이라도 받은 것처럼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핸드폰 알림을 소리모드로 해 놓으면 톡 도착할 때마다 당근~당근~하고 경쾌하게 울린다. 소통하는 톡의 내용이 화면캡쳐가 되어 고스란히 거래매너의 이력으로 남기 때문인지 너무나 다들 친절하고 예의 바르다. 교환 수량을 서로 협의하고 착불로 보내주거나 만나서 받거나 하는 과정이 어쩜 그렇게 재미나는지.

이 시국에 금스크라고 불리는 마스크를 무료나눔 하는 분이 있어서 5장이나 착불로 받기도했다.  더 이상 교환해서 사용할 부직포 마스크가 없다. 그래서 요즘 뭐 좀 팔게 없나 열심히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순전히 누군가와 뭘 나눈다는 즐거움이 필요해서 말이다.

다기세트가 하나 눈에 들어오는데 내일은 저걸 팔아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