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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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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에는 기름 냄새를 풍겨야 하는데


BY 만석 2020-01-24

내가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 내 큰며느님은 병원으로 아래층으로 오가며 제 집 살림까지, 한 달 동안 무지 힘이 들어 보였습니다. 또 다시 명절이 되었으니 몸살도 풀기 전에 다시 힘들어질 것이 뻔했습니다. 명절 차례를 생략해 줄 묘안을 짜냈습니다. 몸이 힘들어도 내게 일감을 맡길 며느님이 아니니까요.

원례 집안에 우환이 있거나 제주의 와병 중의 제사나 차례를 생략할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아직도 비실거리기도 하거니와 영감이 와중에 독감과 장염이 겹쳐서 고생을 하고 겨우 자리를 떨고 일어났기에  핑계 아닌 핑겨로 며느님을 해방 시키기로 작정을 했습니다. 며칠 전에 제 생일상도 두 번씩이나 차렸으니까요.

영감에게는 나의 와병이나 영감의 와병보다 며느리의 노고가 더 딱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며느리가 아직도 힘이 들 터이니 요번 차례는 생략해 줍시다."
진실로 며느님을 위한 조치였습니다. 아니면 둘째를 불러 일을 맡길 터인데 둘째는 아직 익숙하지 않을 테니까요.

그런데 명절이 다가오니,
"알아서 해"라던 영감의 기분이 썩 좋지 않아 보였습니다. 그냥 차레를 지낼 걸 그랬나 싶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핼쑥한 며느님을 보아하니 내 판단이 옳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실은 나도 기분이 썩 좋지 않기는 합니다. 명절엔 기름 냄새를 풍겨야 하는데 말이지요.
그래도 큰 며느님 표정은 아주 밝아 있습니다.
내일 아침엔 두 아들네 식구랑 간단하게 떡국을 먹기로 했습니다.

우리 님들 모두 행복한 명절 맞으시고 운수대통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