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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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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참 참


BY 만석 2019-06-25

아직 아침 설거지도  끝내지 않았는데 은행엘 다녀오라 한다.
물론 우리 집 아침이 워낙 늦으니 그럴만도 하지. 
건성으로 그러마고 대답을 하고 설거지를 마저한다.

옥상에 올라갔던 영감이 계단을 내려서면서 다시 다그치 듯 말한다.
"은행 다녀왔어?"
"뭐가 그리 급해요!"

별 볼일이 있는 것도 아니고 '통장정리'를 해 오라는 것이다.
잔고가 많이나 들어있으면 그래서라고나 하지.
쥐꼬리만한 잔고를 왜 그리 닦달을 하느냐는 말이다.

아니면 마누라의 손을 탔을라 싶은가?
몇 푼 되지도 않는 거 마누라가 좀 먹었으면 또 어떠랴.
그럴라치면 자기가 다녀오던지.

화가 난 나는 며칠 전에 병원에 다녀온 결과지를 영감의 코앞에  던진다.
"쥐뿔난 통장만 챙기지 말고, 마누라 병색도 좀 알아 봐요!"
화들짝 놀란 영감이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앉는다.

병원을 다녀온 지 며칠이 지났으나  여지껏 문안이 없다.
"의사가 뭐래?"라던지. 
"어디가 안 좋대?"정도는 물었어야 하지 않은가. 

은행을 다녀오니 영감이 내 주위를 뱅뱅 돌며 눈치를 살핀다. 
그렇겠다. 폐가 고장이 났는데 결핵은 아니어서 전염성은 없다 하니,
영감의 상식이나 내 지식으론 도통 알아먹기가 애매하기는 '도진개진'이겠다.

에휴~. 느느니 주름이요  반기는 건 병마 뿐이로구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