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 올 때는 아무것도 가지고 오지 말라고 엄마의 명령에 따라
착한 척 하는 딸은 아침에 먹어 본 오이지맛이 괜찮아서 몇 개 통에 담고,
조카들이 좋아하는 간식?을 조금 챙겼다.
딸을 기다리는 맘으로,
1층 아파트 현관문도 열어 놓고
집 현관문도 살짝 열어 놓은 엄마,
"엄마! 나 왔어요~ 어디 계셔요?"
학교 갔다와서 엄마 찾는 아이처렁 거실에 발을 내딪으며
엄머를 찾았다.
엄마방에서 나오시는 엄마는 이제 오냐며 반겨주신다.
"엄마, 기도 하고 계셨슈?"
맑은 웃음으로 대답을 하시는 엄마는 나의 장바구니를 보시며
또 눈을 흘기신다.
"그냥 오랬더니... 매번 뭘 이리 싸 가지고 오니?"
별거 없는 장바구니에 오이지를 펼쳐보며 국물을 찍어 보시고는
맛나다며 어떻게 담궜냐며 물으신다.
아주 쉽다며 신이나서 물없는 오이지 담그는 법을 연설하니
두 귀를 종끗 세우며 열강하시는 울엄마..ㅋ
싱크대 옆에는 다듬어 놓은 양파, 홍고추, 상추와 함께 돼지고기 삼겹살이
준비되어 있었다.
저번에 내가 양념돼지고기를 해주신게 맛있었다며
이번엔 당신이 이렇게 준비를 하셨네?
올케는 그냥 맛소금에 고기 구워 먹는걸 좋아한다며
엄마 입맛에는 맞지 않다며 양념구이가 맛나단다.
실력을 발휘해서 양념장을 만들어 팬에 지지직~~~
상추가 일반상추와 다르게 밭농사를 짓는 분이 일주일에 두어번
상추를 팔러 오신다며 엄마의 동네 친구분에게 정보를 입수하여
상추를 사셨다는데 적상추의 맛이 쌉쌀한게 좋다!
상차림을 하는 동안 엄마는 방에 들어가셔서 딸을 위한 마늘을 가져 오셨다.
반은 정성껏 마늘을 까서 담아놓으셨고,
나머지 반은 하나하나 잘라서 잘 담아 놓으신게 엄마의 야무진 손놀림이 나타난다.
요즘 마늘장아찌 철이니 나도 마늘 담아서 맛나면 가져오겠다고 하니
벌써 엄마는 장아찌를 세통이나 담아놓으셨단다.
하여간 부지런한 울엄마,
내가 앞으로는 이러지 마시라고 내가 해드려야 된다고 하니
아뭇소리 말라고 입막음을 하신다.
이런거라도 해줄 때 그냥 갖고 가라하시면서
언제까지 이렇게 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는 말씀에 갑자지 울컥한 마음에
엄마는 건강하셔서 아무 걱정 말라고 하며 식탁으로 앉으시라고 했다.
나의 장바구니에 엄마는
시아버님이 잘드신다는 씀바귀김치와
한아름의 마늘 그리고 상추, 돼지고기를 싸 주시며
저녁 걱정말고 고기양념해서 쌈 싸먹으란다.
또? 나는 점심, 저녁 같은 메뉴로 먹어야 되는거얌?
엄마딸 살쪄요!!!!
저녁상의 적상추를 보고 아버님이 역시나 맛있는 상추라며 한 말씀하신다.
가끔 남편도 회사에서 먹은 메뉴와 내가 준비한 저녁이 비슷하여
점심메뉴를 물어보니 오늘은 닭볶음이었단다.
남편도 나도 오늘은 고기 데이네..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