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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게 늙어가는방법 (104)


BY 녹차향기 2018-11-13

아름답게 늙어가는 방법 (104)  2018. 11. 12. 


오랜 세월이 지나가도 늘 그자리에 있는 큰 나무처럼 아줌마닷컴이 그 자리에 서 있다는 것은
크나큰 안도감을 주었다.
내가 이런저런일을 겪고 다시 돌아올 때까지 아줌마닷컴이 여전히 잘 살아있고, 시대의 변화에 맞춰 다른 느낌을 갖게 된 것도 또 다른 안도감을 준다.  고맙다.  아줌마 닷컴..

나는 64년 용띠이니까 지금 한국나이로 56살이고  중랑구에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다.
이 글을 처음 연재했던 당시  초등학생이었던  두 아들은 서른살이 되었고, 스물 여섯 살이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제 할 일들을 잘 찾아 나름대로 인생을 개척해서 열심히 살아나가고 있다.
큰아들은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작은아들은 좋은대학을 나와 얼마전 취업을 마쳤다.
이제 나는 엄마로서 해 내야 하는 몇가지 숙제들을 잘 마친 셈이다.  많이 안도했고 눈물이 났었다. 

그리고 3년전에는 자궁내막암 수술을 해서 갑작스럽게 갱년기를 맞았고, 항암을 3차에 걸쳐했고, 처음 껶어보는 일렬의 일들은 당황스러웠지만, 이겨낼만한 것들이었다.
삶 앞에 어떤 것들은 때론 악몽처럼 현실이 아니기를 바라는 일들이 있지만, 기어이 현실로 나타나 우리의 목에 칼을 대고 생계를 위협하거나 스스로의 존재를 부정하고 싶게 만들었다.  
그 많은 파도를 일으킨 가장 큰 원인은 남편의 사업 실패였다.

갖고있던 모든 자산들, 아파트며 약간의 땅, 현금 등등의 우리의 내일을 기약해 줄 것으로 기대했던 그런 재산들이 없어지는 것은 마치 아궁이에 돈다발을 넣고 휘발유를 들어부어 태우는 시간보다 짧았던 것 같다.
남편이 채권자들에게 쫓기고, 경찰서에서 찾는 전화가 오고, 살고 있는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순간까지도 나는 이 말을 엄청 되풀이했었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 
여기는 잠시 호랑이굴속이고 앞은 안 보이고 자칫 잘못하면 우리가족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힐 수도 있다.
호랑이굴속에서는 호흡도 멈추고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어둠에 익숙해져 눈이 무엇인가 알아볼 수 있을때까지 잘 참고 호랑이를 조심히 견디고 있어보자.
호랑이 굴속에도 정신만 차리면 된다.  정신만 차리고 있어보자.

사는데 돈이 없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한 달 한 달을 버틴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그리고 가족을 위해 하루종일을 동동거리며 책임을 다 하는 가장이란 무게는 어떤 것인지 지난 시간 동안 나는 온 몸으로 그것을 고스란히 이겨내려 에지간히 몸부림을 쳤던 모양이다.  결국 덜컥 병이 났고, 수술을 했으나 또다시 일을 했다.

항암약물만큼 쓰디쓴 인생의 쓴맛은 모든 감성을 고갈시켰는지 한동안 글쓰기가 힘들어졌었는데, 요즘 나는 상처받은 나무가지끝에 단단한 옹이가 생기듯이 아마도 마음에 옹이가 생긴 모양이다.  그리고  
대추 한알을 쓴 장석주님의 책에서, 바로 이 부분이 나를 일깨웠다. 
"글을 쓴다는 것은 나를 인류라는 불특정 다수와 나누는 일이다.  이때 당신이 나누는 것들, 즉 당신이 쓴 문장과 책들이 바로 당신의 정신이고, 피며, 삶이다.  그것을 타인과 기꺼이 나눔으로써 당신이 이타적인 인간임을 증명하라"
"몰입해서 쓰는 것은 항상 옳다.  성심을 품고 자신을 열어야 한다. 마음을 비우고, 숨을 천천히 내쉬고 들이마시며 의식을 집중하라"
 
저게 저절로 붉어 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

깊은 가을날 문득 추위가 밀려오고 걷잡을 수 없는 미세먼지로 혼탁한 날, 나는 돌연 열심히 나의 에세이를 다시 올리기로 결심하고 거울 앞에 섰다.
이것은 진정 나다운 결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