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에 닿아서 지나 온 길을 돌아볼 때에
나는 애인도, 친우도, 웃음도 잃어버린 것을 깨달아버렸다
단풍나무가 빗방울처럼 붉고 서럽게 바닥을 스치는데
나는 마치 작년 오늘의 바람이 되어 단풍과 함께 흐른다.
아니, 아직 바닥에 닿지 않은 단풍잎이다
어머니를 차마 놓지는 못해서 지금에 매달려있다
추억의 끝에 매달려 위태로운 시간의 위를 걸어가며
가끔은 목수네 집에 쥔을 부친 한 사내를 떠올려보기도한다
어쩌면 사내가 아니라 산 위의 갈매나무를 기억하는 건지도 모른다.
그 나무를 떠올려 보아도 나는 계속 울고 있을 수 밖에 없음을 알고있다
내가 지금에서 가을에 닿아 버린 걸 너무나도 잘 안다
갈매나무는 되지 못한 단풍나무가 지금고 붉고 서럽게 운다
가을의 빗소리가 되어 나의 마음을 안타깝게 스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