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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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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바람


BY 이쁜이 2018-09-16


다 저녁에 언니가 왔다.
띠 동갑 언니다.
명절을 앞에 두고 얼굴을 안보면 안 될 것 같다고 전철을 타고 1시간도 더 걸리는 먼 거리를 동생 얼굴 잠간 보려고 온 것이다. 종일 힘들게 일하고 막내 동생을 보러 온 언니를 맞으며 가슴이 찡하다. 이런 감정이 형제 애 라는 것인가 보다. 전화 통화를 하면서 너무 불경기라서 이러다가는 밥도 굶겠어라고 지나가는 말로 했더니 힘들어하는 내 모습이 눈에 밟혀 순간순간 가슴이 아리고 멍해진다고...
 
내가 12살 때 엄마가 널 낳았어. 너 내가 업어 키웠어, 지금 허리 아픈 거 그때 너 업어줘서 쪼끔 영향을 미쳤을지도 모르지. 하하~~”
 
언니 이 옷 언니 좋아하는 스타일이지? 언니 이 가방 메고 가! 등짝에 메고 다니는 것이 제일 좋아, 무겁게 들고 다니면 팔 아파서 안 좋아 언니.”
 
들고 온 보따리를 풀어 주섬주섬 꺼내놓는 언니의 사랑 선물이다.
송편 만들라며 떡쌀 반죽을 해서 싸고 동그랑땡 부치라고 고기 갈아 양념 반죽을 만들어 싸고 구워 먹으라고 10cm흰떡 5줄을 비닐봉지에 담아들고 종로에서 여기까지 찾아온 언니와 나는 한쪽귀로는 들으면서 입은 서로 자기 말만 한다.
노인이라는 말을 듣는 나이가 되다보니 언니들을 만나면 어른이 되어서 살아온 이야기보다는 어릴 때 이야기를 더 많이 하는 것 같다. 얼굴 마주보고 앉아 제대로 여유로운 이야기 할 시간도 우리에게는 없다. 얼굴을 보았으니 왔던 길을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말에 언니와 자장면을 배달시켜 저녁식사를 하며 주고받은 이야기기는 이것이 전부다
하얀 봉투를 손에 쥐어준다.
 
이거 쌀사라~~”
 
흐 미~~
불경기라서 이러다가는 밥도 굶을 것 같다는 말을 한 것이 언니에게 가슴 아프도록 큰 울림이었나보다. 언니에게 아픔을 안겨주고 말았으니 이제는 말을 조심해야 하겠다,
얼굴보고 2시간 못내 아쉬운 헤어짐이다. 사라지는 택시 꽁무니를 바라보며 끝내 입가를 지나 턱 밑으로 뜨거운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바람이 분다.
하늘을 본다.
사랑해 언니~~
건강해야 해.

 
눈물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