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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의 수박배

BY 귀부인 2017-10-19 조회 : 301

"아이 배고파,오늘 우리 저녁 먹었나?,
라면이라도 하나 끓여주지?
막 잠자리에 드려는데 거실에 있던 남편이 안방으로 엉거주춤
들어서면서 하는 소리다.
시계를 보니 막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다.

 

"무슨 소리예요? 지금이 몇신데? 당신,그 배를 한 번 봐요,지금 
드시면 고대로 살로 가니까 그냥 주무세요."
단호한 내 말에 남편은 자기 배를 슬슬 어루만지며 이내 체념한듯 시무룩하니 한마디 한다.
"당신은 참 정 없어."

 

이런 나를보고 어떤이는 한밤중에 아들이 밥 달라면 시아버지 
제사상에 올리려 냉동실에 고이 모셔둔 식재료까지 꺼내
한상 딱 벌어지게 차려 줄텐데, 
남편이 그 간편한 라면 하나 끓여달라하면 왜 은근히 부아가 치미는지 모르겠다는 중년 여인들의
속내를 풍자한 개그를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나도 그런 아줌마냐고요? 오!노!노!

 

사실 내가 이러는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
1년에 한번 받는 건강 검진에서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남편의 
콜레스테롤 수치며,중성지방 수치,복부 비만등을 볼때
이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의사 선생님의 경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의사 선생님의 경고에 나는 심란하고 걱정스러운데 정작 경각심을 가져야할 남편은 천하태평이다.
그도 그럴것이 남편은 어려서부터 늘 허약하고 말른게 
컴플랙스였던 사람인지라, 지금 자기가 배 나오고 살찐게 
신기하고 배가 든든하니 좋단다.
자기 나이에 이 정도 배는 나와줘야 한다며 마치 소중한 물건 
다루듯 사랑스레 자기 배를 쓰다듬기까지 한다.

지금은 임신 7개월쯤 된 임산부의 배를 하고 있지만 내가 
옆에서 눈치주지 않으면 언제 만삭을 향해 점점 그 배가 불러질지 알 수가 없다.
 

지난 여름 한국에 있을때다

의사 선생님의 경고와 마누라의 걱정은 깡그리 무시한체 
오랜만에 못먹어 본 음식 챙겨먹느라 신이난 남편이 걱정되어 
시어머님께,

"어머니.어쪄죠? 애비 배가 나와서요.의사 선생님이 먹는 양 좀 
줄이고 운동도 하고 해야한다고 하던데..."
"놔둬라,애비 배는 돈 배여.보기 좋은데 뭘 그러니? "
하시며 시어머닌 남편의 두리뭉실 불러온 배를 오히려 흐뭇한듯 바라보셨다.
한 남자의 배를 바라보며 아내와,엄마의 보는 시각이 이렇게 
다르다니.....

 

하긴 우리 시어머니 나무랠수도 없긴하다.
바람불면 후욱하니 날라가실듯 연약한 시어머님은 평생 살찌고 싶어 하신분이시다.
당신 닮아 말랐던 아들이 살쪄서,배가 좀 나왔기로서니 뭔 호들갑이냐 하실만도 하다.

 

남편도 총각때 너무 말라서 살찌기위해 1년동안 잠자기 전에 초콜렛을 먹었다는데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한다.
살찌고 싶어하는 남편위해 나도 한때는 연 년생 아들 힘들게 키우면서 아무리 피곤해도 아침 걸려 회사 보낸적없고 
간간이 입맛 좋아진다는 보약도 열심히 챙겨 먹였지만 도무지 소용이 없었다.
 

그런 남편이 언제부터 살찌기 시작했냐구요?
그건 바로 담대를 끊고 나서 부터이다.그동안 담배 끊기위해
여러번 시도했었는데 길게는 5개월에서
짧게는 이틀까지 여러번의 시도끝에 드디어 최장 기간 2년 반
동안 그 어렵다는 담배 끊기를 이어가고 있는 칭찬받아 마땅할 대단한 남편이다.
 

비록 살이 많이 찌긴 했지만 팔다리가 길어서 그다지 뚱뚱하단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걸어가는 뒷 모습을 보면 적당히 살이 오른 중년 남자의 멋진 풍채가
내 눈에는 아직 섹쉬한 멋진 남자로 보이기까지 한다.
하지만 뒤돌아서는 순간,
허걱! 잘 익은 수박하나 통채로 삼킨듯 불룩한 배를 보면 한숨이 나온다.
 

사실 건강상에 문제만 없다면야 배가 나오든 말든,옷태가 나든 
안 나든 무슨 상관일까마는 건강에 치명적이라는데 
가만히 손놓고 있을순 없어 본의 아니게 남편 음식 많이 먹는다고,배나왔다고 타박을 주게된다.
그러다보니 남편도 나도 은근 서로에게 스트레스가 되고 나는 점점 남편에게 정 없는 못된 마누라가 되어 가고있다.

 

생각해보니 남편이 담배피울땐 담배 끊으라고 잔소리,담배 끊고나선 많이 먹는다고 잔소리,배나왔다 잔소리.
맞네.나는 잔소리쟁이,정 없는 못된 마루라가 맞는가보다.

그러나 어쩌랴?,그냥 먹고 싶은대로 다 먹게두고 밤참까지 대령한다고 좋은 마누라는 아니지 않는가 말이다.
입맛 줄여주겠다고 음식을 맛없게 할 수도 없고.....

 

아무튼 미우나 고우나 내 남편인데 연구를 좀 해봐야겠다.
쉽게 배부르면서 살은 잘 안찌고 
공복감 안느끼게 해주는 음식들을.......

멋진 초콜릿 복근따윈 바라지도 않는 내 소박한 꿈은 내 남편의 
허리 사이즈를 우선 1인치라도 줄이는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