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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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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 최고기온 37.1도과 체감온도46도


BY 그대향기 2017-07-24



 

 

 

하필이면 그 더운 날씨에

창녕장도 나이고 남지장이라니..

창녕장은 상가건물이고 에어컨도 있지만

남지장은 노천이고 천막인데....

 

그러나 어쩌랴~

비가 와서 장을 못 펴는 것 보다는 나은데

새벽 5시 30분에 남지로 차를 몰았고

새벽인데도 벌써 후끈거리는 날씨였다.

 

전날에 이튿날 날씨를 미리 알아는 봤지만

새벽 이른 시간인데도 이 정도일 줄이야

헹거를 짜 맞추고 옷을 거는데

등이며 얼굴에 땀이 비오듯 했다.

 

그 시간은 하루 중 가장 시원한 시간대인데도

낮 기온이 어떨지 미리 알려나주듯이

후텁지근하고 옷이 몸에 칭칭 감겼다.

아...준비를 단단히 해야겠네.

 

텐트 두 동을 치고 차광막을 두르고

긴 헹거 20개에 남여 옷 정리를 따로 하고

잡화 좌판을 매대 두개에 펼치고

신발과 커텐까지 마치면 1시간 30~50분 소요.

 

이른 새벽에 나갔는데도 벌써 덥기 시작하니

마음을 단단히 먹고 시작해야했다.

단골식당은 휴업 중이고 뭘 먹지?

이른 시간에 뭐 잘하는 식당도 드문데...

 

그러구러 남편은 다시 직장으로 돌아갔고

나중에 아침밥을 챙겨서 다시오마고 했는데

너무 더우니 밥이 모래알이다.

그래도 체력 떨어지면 안된다 싶어 밥 한번 물 한모금.

 

내 몸 생각해서 남편은 제법 비싼 도시락을 사 왔는데

땀이 줄줄이니 밥이 밥이 아니다.

그래도 사 온 남편 생각해서 정말 억지로 약 먹 듯이 밥을 삼켰다.

내가 쓰러지면 안될 일이 너무 많다.ㅎㅎㅎ

 

한 낮에 남편이 수박화채를 만들어왔다.

수박 반통을 대충 긁고 얼음을 띄우고

사이다를 부어서 커다란 스텐볼에 만들어 왔길레

혼자 시원하기보다 옆에서 장사하시는 분들하고 다 나눠 먹었다.

 

남편이 서운했나보다.

다시는 화채 안 만들어 온다며 삐졌다네.

그래도 다음 번엔 더 많은 화채를 들고 나타날거라고 믿는다.

내가 아는 남편은 그런 사람이니까.ㅎㅎㅎ

 

그 더운 날에도 옷 사러 와 주는

내 단골들이 얼마나 고마운지...

당장 급한 일이나 생필품들도 아닌데도

37도가 넘는 그 더운 날씨에 에어컨도 없는 내 가게에 와 주다니.

 

내 가게말고 나와 같은 업종의 가게가

100미터쯤 떨어져서 또 하나 더 있는데

그 가게는 여름에는 에어컨도 되고

겨울에는 난방도 잘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가게에 꾸준히 단골로 와 주시는

고마운 손님들이 있어 그저 감사할 뿐이다.

여름에는 시원하고 겨울에는 따뜻한

그 가게에 갈 수도 있는데 나를 보러 와 주니 얼마나 고마운지...

 

비가 너무 많이 온 지지난 장에

텐트를 치다가 옷이 다 젖을 것 같아 장을 펴지 못 한 날이 있었다.

혹시나 싶어서 세번씩이나 우리가게 자리를 기웃거렸다는 말에 울컥했다.

비가 오는데 나왔을라나 싶기도 하고 걱정이 되더라며....

 

그런 사람들이 있어 더워도 추워도 가야한다.

체감온도가 46도나 되는 오후2~3시경

내가 걱정되더라며 페트병에 정수기에서 냉수를 담고

토마토를 삶아서 차게 식혔다가 들고 온 아줌마.

 

새벽 첫 손님으로 와서 옷을 사 가면 하루 서너번씩

교환하러 왔다가 나한테와 남편한테 혼나고

다시는 옷 사러 안 올거고 사람들한테 우리가게 못 가게 할거라며

악담을 퍼 붓고 간 그 아줌마다.

 

혼나고 그 다음 장부터 태도가 확 달라지더니

동사~앙~ 아우야~~`

불러대며 고분고분해졌고 교환하러도 덜 오고

돈도 재까닥 들고 온다.

 

아들자랑에 집자랑을 하도 해 대길레

엄마가 똑똑해서 자식들이 다 똑똑한 모양이라고 추켜세워줬고

노래교실 간다며 낮도깨비같이 화장을 하고 나타나도

모델 뺨치게 이쁘다고 공갈로 칭찬을 해 줬더니 완전 속고는...ㅋㅋㅋ

 

덥다고 부채도 들고오고

우리가게하고 그 아줌마네 가게하고 제법 먼 거린데도

하루에도 몇번씩 땀을 뻘뻘 흘려가며

자랑이 하고 싶어서 오고 또 오고.

 

덕분에 심심할 시간이 없다.

더워서 숨이 턱턱 막히다가도 동사~~앙~~하고 나타나면

피씩~웃음부터 나온다.

이 더위에 대단하다 싶고.

 

그 날 내 피서법은 아이스박스에 아이스펙을 여럿 담고

물수건과 언 물 병을 담아서

수시로 물을 마시고 찬 물수건으로 목을 닦았다.

하루 종일 4리터 가량의 물을 마셨는데도 소변이 안 마려울 정도였다.

 

시원한 곳으로 도망 갈 데도 없고

텐트 위에 차광막을 친다고는 쳤지만

도로에서 올라 오는 지열을 오롯이 다 호흡해야했고

계산하면서 이 동 저 동으로 왔다갔다 하느라 자외선에 무방비.

 

자외선 차단제를 아침에는 바르고 나가지만

중간중간 덧 발라주라는 주의사항은 무시아닌 무시

얼굴은 벌겋게 달아오르고 목에는 땀띠가 올라왔다.

그렇게 새벽 5시 30분 부터 저녁 8시 30분까지.

 

남지장에서 가장 오래 장사하는 사람이 되었다.

늦게 퇴근하고 찾아오는 외국인들이 있어서

조금 일찍 거두려고 해도 있어달라고 부탁도 하고

일부러 찾아주는 손님들이 고마워서 조금 늦게 거둔다.

 

전에 내 가게를 처음 시작하고 18년 하던 사람들보다

분명한 건 지금 내가 올리는 매상이 더 높다는 거

그리고 다른 가게 단골들이 많이 옮겨왔다는 거 

그래서 나는 체감온도 46도에도 버티고 살아내야 한다.ㅎㅎㅎ

 

고생은 되지만 즉각적인 효과가 나타나는 일이고

남지장만 하루 잘 버티면

창녕장은 에어컨이 되는 가게에서

조금은 덜 힘들고 시원하게 장사를 할 수 있으니까.

 

여름이 깊어지면 가을도 멀지 않았다는 것이고

가을에는 선선하기도 하지만 매상도 더 오른다.

겨울에는 춥기는 좀 춥지만 옷 단가가 높으니 더 좋아서

옷 장사가 다 좋을수도 다 나쁠수도 없는 인생사와 똑 닮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