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늘 캥거루같다.
아이를 업거나 유모차에 태우거나
그리고 또 둘 정도는 데리고 집에 한 둘은 또 있다고 했다.
그녀가 우리 가게에 드나든지는 한달 정도?
어눌한 한국말을 하면서
아이 옷이며 자신의 옷을 골랐다.
한눈에 봐도 가정형편이 그리 넉넉하지는 않아 보였다.
젖먹이 막내아들한테는
중간중간 가슴을 열어 젖을 먹이면서 옷을 골랐다.
그저께도 우리가게에 들렀다.
막내는 유모차에 태우고 둘째 딸은 걸리고
집에 둘 남겨 놓고.
시어머니가 가까이에 사는 모양인데
애기도 안 봐 주고
아예 캄보디아 며느리를 오지도 못하게 한다고.
남의 가정사니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애기가 넷이나 되고 한국생활도 서툰데
애기도 좀 봐 주고 살림하는 것도 거들어 주면 좋으련만.
까무잡잡한 피부에 생글생글 잘 웃는 얼굴
체격도 적당히 아담하고 튼실해 보였다.
무엇보다도 애기들이 다 귀엽고 예뻤다.
그날도 이옷 저옷 여러벌의 옷을 고르고 고르더니
세벌을 계산대에 올렸다.
고를 때는 더 많이 골랐는데 최종합격은 세벌.
그래봤자 새 옷 하나값도 안되는 돈이었는데
캄보디아 며느리는 아쉽게 탈락된 옷을
도로 제 자리에 걸어놓았다.
일단 세벌 옷값을 치루게 하고
포장지에 담아 준 다음
아까 제자리에 걸어 둔 원피스를 내가 들고 왔다.
좀 전에 탈의실에서 그 원피스를 입고 빙글거리며
혼자 미소짓던 캄보디아 며느리의 얼굴에서
사고 싶지만 돈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원피스 그냥 입어요. 애기 건강하게 잘 키운 선물이예요."
캄보디아 며느리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돈이 없다고 살수 없다고 했다.
그냥 선물이라고 두어번 더 이야기 하고서야
고맙습니다 이모....인사를 하고
얼굴이 환해졌다.
나이는 아직 어려보였고
애가 넷이나 되니 멋을 부릴 시간도 여유도 없어 보였다.
우리가게 같은 곳에서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듯 보였다.
나야 직원이 아니고 내가 주인이니까
누구 눈치 볼 필요도 없이
이익을 좀 덜 남기더라도 마음가는데로 살면 된다.
무작정 뜬금없이 불쑥 내밀면 자존심이 다칠 수도 있지만
그 옷을 입고 이리저리 돌면서 웃던 모습에서
사고 싶은 마음을 읽었기 때문이다.
몇번 고객으로 오면서 겪은 성격으로는
염치없이 디미는 성격도 아니었고
열심히 살아가는 모습이 예뻐보였다.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선물도 아니고
이 무더운 여름날씨에 저녁에 샤워하고
원피스로 갈아입고 잠시라도 시원하게 지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