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우리 부부는 졸혼상태다.
졸혼이란
결혼을 졸업한다는 뜻으로
혼인관계는 유지하지만
서로의 삶에 간섭하지 않는 관계를 말한다.
독립적인 삶을 살면서
자식들 일이나 가정사를
공동 책임지는 관계?
같은 공간에 살면서 졸혼을 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별거중이다.
내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면서
남편은 남기로 했다.
업무상 둘 다 그만두면 상당한 차질이 생길거라 우려해서
나만 빠져 나오고 남편은 남았다.
살림도 둘로 나누었다.
애들 짐이랑 남편 짐은 전에 살던 집에 그냥 두고
내 짐만 가지고 나왔다.
전에 시어른들이 사시던 집을
시어른들이 부산으로 가면서
몇년 동안 세를 놨었다.
이번에 내가 나오게 되면서 대대적으로 리모델링를 했고
내 짐을 옮기고 나 혼자 살게됐다.
큰딸은 시집을 갔고 둘째는 러시아에
막내아들은 영주에 있으니
자연스럽게 나홀로족이 되고 말았다.
다니던 직장에서는 그냥 살던 집에 살면서
출퇴근을 하라고 했지만
그럴수는 없는 일이다.
그만둔 사람이 살던 집에 사는 것도 모양이 이상하고
남편이나 나나 그건 원치 않는 일이다.
리모델링을 하면서 외벽을 부수고
창고겸 베란다를 새로 크게 냈고
그 베란다에 거실 씽크대말고 씽크대를 따로 놨다.
생선이나 오래 끓이는 음식은
거실씽크대에서 하면 냄새가 오래 남아 싫었다.
단독주택이고 20년 전에 지은 집이라
베란다가 그리 크지 않았다.
이번에 리모델링을 하면서 이곳저곳 내가 쓰기에 편리하도록
손을 봤더니 아파트보다 더 편리하게 만들어 진 것 같다.
일찌감치 졸혼을 선언했기에 리모델링도 내 맘데로.ㅎㅎㅎ
리모델링도 내 맘데로 했지만
그 비용도 내가 다 부담했다.
가게며 주택리모델링 비용이
적은 액수는 아니었다.
알뜰하게 무섭도록 절약해서 해결했다.
남편은 요즘 다가올 6월 큰 행사준비로 아주 바쁘다.
나도 시골장 2개 뛰랴 평일에 장 열랴
일주일이 이틀 정도 된 듯 빠르게 보내고 있다.
아침 인사는 휴대전화로 잠깐
하루 온 종일 못 볼 때도 있다.
남편이 사는 집하고 내가 사는 집하고
거리상으로는 1키로지만 들판이라 빤히 보이는 거리다.
그래도 서로 바쁘니 못 오고 안 간다.
의논할 일이 있으면 내가 사는 집에서 랑데뷰~
가끔 저녁시간에 커피 한잔 줘~하면서 들어온다.ㅎㅎㅎ
양로시설의 할머니들이 있으니
사회복지사인 남편은 상근을 해야한다.
낮에는 일하느라 여기저기 이런저런 일을 한다고 잘 모르는데
밤에 집에 가면 말 할 상대가 없어서 심심하단다.
그럴 때는 전화로 잠깐 안부 묻고.
나는 부지런히 해서 러시아에 둘째 학비며 생활비를 보내야하고
대출금상환도 해야한다.
퇴직금하고 토지보상금으로 일부는 충당했다.
전세를 얻지않고 가게를 매입을 하다보니
일정금액 대출을 받았다.
별거형 졸혼을 하면서까지
사업이랍시고 시작을 했으니
남편의 외로움이나 나의 피로함을
보상받을 수 있는 결과물을 낳아야겠지.
남편의 외조가 전적으로 필요한 일이다.
많이 바쁘고 고단한 일상이지만
눈으로 봐 지는 통장잔고가 있으니
누가 뭐래도 나는 이 일이 즐겁고 재미있다.
장날 새벽 6시에 물건을 펴고 있으면
그 시간에 오늘은 뭐 색다른걸 갖고 왔나 싶어 나오는 손님들도 있다.
참 부지런한 손님들이다.ㅎㅎㅎ
고마운 손님들이고.
새벽에 잠깐 장을 펴 주고 남편은 다시 근무지로 돌아간다.
살고 있는 집에서 20분 거리에 두 장이 있어 참 좋다.
어쩌다보니 졸혼을 하긴 했는데 이것도 재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