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첫주 일요일 도토리를 줏으러 가자는 지인을 따라 차에
올랐는데 막상 차에 올랐더니 두 부부의 의견이 엇갈린다 .
아내는 도토리를 줏으러 가자하고 남편은 싫다고 뻗대고 있었다.
흠 .... 내가 중재를 했다 .
아직 항암치료 중이라 마음의 변화가 올수도 있으니 일단 언니가
양보하고 뭘 하고 싶으신데요 ? 물었더니 " 글쎄 그냥 바람이나
쐬면 좋지 " 하시기에 OK 좋아요 가을소풍 그것도 좋다 .
얼떨결에 가평에 있는 아침고요 수목원을 갔는데 날씨도 좋고
경치도 너무 아름답다 . 입구에 있는 옛집 툇마루에 앉아 햇살가득
받으며 커피를 마시는데 행복했다 .
다 좋은데 ,,,, 도토리를 줏으러 가는 복장으로 나들이를 온 셈이니
화장은 커녕 걍 촌 아줌마 그대로였다 . ㅎㅎㅎ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호 거리며 구르미 그린달빛 촬영지까지 구석
구석 구경을 하고 돌아 오면서 마음이 걸렸다 .
춘천에서 이렇게 가까운 곳에 있고 20년째 차를 가지고 다녔으면서
늘 바쁘다는 핑게로 딸 아이랑 이런곳을 한번 안 와봤다는 생각에
미안함과 함께 후회가 밀려왔다 . 아이가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하고 그러면서 함께 할수있는 시간은 점점 없어질텐데 꽃같은
시간을 무얼 하면서 흘려 보냈을꼬,,,,,,,
다음날 아침을 먹다가 가을에 단풍들면 한번 가자는 내말에
" 나는 가봤어 아빠랑 둘이가" 한다 .아,,,, 짝사랑 ~~
그리고 지난 6일 강남역에서 막내동생을 만났다 .
" 언니 오랜만에 쇼핑이나 할까" "좋지" 음 ...우리를 위해서면
여기서 두정거장 고속터미널 지하가 좋고 애들꺼 볼래면 하는데
잠깐 애들건 패스~ 가자 고속터미널로 ( 우리 여동생 딸이 우리딸
보다 두살위다 )나를 쳐다보는 동생에게 웃으면서 우리가 애들 취향
맞춰 줄수도 없고 맘에 안든다 그러면 바꾸러 올수도 없잖아 그건
첫번째 이유 그리고 두번째 이유로 수목원 이야길 했더니 웃는다 .
어마어마 하게 많은 옷들과 소품들을 둘러보고 브라우스와 티셔츠
몆개를 사들고 돌아오는 길에 맛난 점심을 먹었다 .
다음날 딸에게 고속터미널 다녀온 이야기를 하면서 물었더니
" 나 거기 가봤어 " 한다 . 그랬구나 넌 딸이 아니라 아들이야 아들
언젠가 김제동의 톡투유란 프로에 어떤 아줌마가 나와서 자신이
아들에게 톡을 하면 ㅇ 이란 동그라미 하나가 달랑 오는데 딸을
가진 엄마들은 미주알 고주알 긴문장이 온다고 약간 울먹하는
소리로 이야기 하길레 박장대소를 하고 웃으며 딸 나름인데~
했었다는 말을 하며 수목원도 그렇고 터미널도 그렇고 다른 집
딸들이라면 어쩌구 저쩌구 했을것이다. 그러니까 니가 딸이냐
아들이지 무슨딸이 그러냐 ?? 어디가서 맛있는걸 먹으면
우리딸 하고 같이 먹으러 와야지 좋은걸 보면 함께하지 못해
미안해지고 그러는데 이젠 안그럴라고<<< << 내친김에 줄줄
읊었다 . " 아 그래서 어쩌라고 " ok거기까지 더하면 안된다.
안물, 안궁. 안들 이니까 (안물어보고 , 안궁금하고 , 안듣는다는)
몆달전 아무일도 아닌 정말 별거아닌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느닺없이 " 나 엄마가 싫어" 한다 . 쳐다보는데 시선이 딱
마주치자 한번더 엄마가 싫다고 한다 ." 싫어" 물었더니 "응"
왜 싫은지 이야기를 하라고 했더니 재작년 cgv 알바할때
(그무렵에 남친이 생겼다 ) 마감이라 늦으니까 먼저 자라고
오빠가 데려다 준다고 했는데도 나를 못믿고 새벽두시가
넘었는데 데리러 와서 창피하고 당황했었고 어쩌다 친구들
하고 어울려서 잔다고 하면 카톡으로 인증샷을 요구해서
친구들에게 인증샷좀 찍자고 하면 그걸 왜 해야 하냐고 해서
여러번 난처 했었고 필리핀에 있을때 (12월부터 4월까지 필리
핀에 어학연수를 갔었음) 필리핀에서 카톡 안된다고 어학원까지
연락해서 한국 유학원에서 필리핀 유학원으로 연락해서 그곳
에서 너희 엄마가 카톡이 안된다고 엄마가 왜? 자기카톡을
씹냐고 했단다 . 그리고 날마다 카톡 보내라는 사람도 엄마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엄마가 싫단다 .
국내도 아니고 그 먼곳에 보내놓고 하루에 한번씩 안부를 주고
받자는게 그렇게까지 잘못이고 부담 이었을까?
마감을 두세번 했었는데 새벽 두시가 넘어 처음으로 사귀기
시작한 남친이 데려다 준다는게 못내 미덥지 않은게 지엄마
하나 뿐일까?? 친구들하고 어울려 밤을 보내는 외박을 허락
하면서 사진한장 요구한게 그렇게 난처한 것인가??
3일째 톡이 안되서 작년에 3개월을 머물다온 여동생에게
물었더니 그곳은 인터넷망이 불안전해서 비가 많이 오거나
하면 그럴수도 있다고는 하더라만 치안이 불안한 나라이니
연락좀 해달라는 거였는데 아마도 귀찮으니 좀 과장되게
이야기 한 것이었을테지 잠 안오는밤에 혼자 이렇게 저렇게
해석 하면서 애써 서운함과 괘씸스런 마음을 떨쳐냈다 .
어색한 침묵으로 며칠을 보내고 어느날 저녁에 귀가하는
딸을 불러 앉혀놓고 거실탁자에 술과 차를 준비했다 .
술을 마실래 ? 차를 마실래? 물었더니 " 차요" 한다 .
엄마한테 할말없냐 ? 물었더니 죄송하단다 .
잘못을 했을때 먼저 사과할수 있는것도 용기다 .
더 이상 할말이 없었다. 잘못 했다는데 무슨 할말이 더있으랴
재 작년 부터 차곡차곡 쌓아온 감정으로 싫었다면 너도 언젠
가는 엄마가 되고 네 딸에게 아주 쿨하게 외박을 허락하고
아주 쿨하게 남친과 새벽 어스름을 걷게 할수 있으랴마는
내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네가 지금은 절대 동의 할수없듯이
이다음 아주 오랜 시간이 지냐야 알수있는 감정들을 지금
당장 알아야 한다고 소리치고 싶지는 않아 .
먼저 살아본 사람이니 내쪽에서 먼저 조금씩 조금씩 너를
내 안에서 비워내는 연습을 하면서 사는게 맞는거지
너도 나를 조금씩 조금씩 벗어나서 너만의 세상에 나가는거야
내 안의 아가야 잘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