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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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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


BY 그대향기 2016-07-07

필리핀에서 기차만 빼고 이동수단은 다 타보는 기회가 있었다.

비행기는 국제선과 국내선을 번갈아 타야했고 오지마을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쪽배와 말을 이용했다.

한시간에서 서너시간씩 이동 할 때는 미니버스와 지프니라는 짚차개조한 탈 것을 탔다.

기념으로 말이 끄는 달구지도 타 봤다.

안장이 닥딱한 나무라 도로사정이 좋지 않은 동네다보니 엉덩이가 얼마나 ​불편하던지...

트라이시클은 매연때문에 죽을 맛이었다.

도로에 온통 붕붕거리며 트라이시클이 다니니 매연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단속도 없다.

마부
  오지마을로 들어가는 교통수단은 물이 깊은 곳은 쪽배로 강을 건너고 얕은 곳은 말을 타야했다.

  낮에는 주로 차를 타고 긴 시간 마을과 마을을 이동하면서 다녀야했고 해질녁에 강을 건넜다.

  강을 한번만 건너는게 아니고 두세번 건너야 했는데 금방 어두워져서 별도 달도 없는 캄캄한 강을

  마부의 작은 손전등 불빛만을 의지해서 강을 건너야했다.

  앞사람의 어둑한 뒷모습만 의지하고 마부의 손전등 불빛만 겨우 보이는 캄캄한 강은 공포였다.

  말도 경주마같이 튼실한 녀석이 아니고 조랑말수준인데 나같은 덩치 큰 아줌마가 탔으니 그녀석도 힘들었을 것 같다.

  마부가 고삐를 잡고 이리저리 조정해 가면서 가야하는데 그 필리핀 마부가 나를  딱 보더니 태워만 주고 고삐를 날 주네~

  말은 안 통하는데 눈치로 봤을 때 내가 잘 타 보인다며 그냥 혼자서 말을 몰고 가란다.

  뭐시라고라?

  이 캄캄한 강을 처음 타는 이 말로 혼자 타고 가라고?

 말탄 경험이라고는 15년도 더 전에 제주도에서 조랑말 한번 탄게 전부예요  아저씨~

  "오~노노노노노. 아저씨가 몰아욧~!"

  거의 절규에 가깝게 소리쳤는데 마부는 벌써 저만치 앞서 혼자 가 버렸다.

  강바닥은 보이지도 않고 강물이 얼마나 깊은지도 모르는데 그것도 이 어두운 밤에~~~

  이 아저씨 간이 커도 너무 크시다.

  "아저씨가 몰아요. 노노노노노~~"

  내 앞 뒤 사람들은 모두 마부가 고삐를 잡았는데 왜 나만 그래~~

  내 마부는 돈을 날로 벌려나본데 빨리 와 이거 잡아요~~

"컴백~컴백~"

  그러거나말거나 내 마부는 저 혼자 흥얼흥얼 노래까지 부르며 여유만만이로세.

 

밤 12시가 다 된 시간에 작은 강을 서너개 건너면서 말 위에서 얼마나 용을 썼으면 엉덩이가 다 까지고

허벅지가 쥐가 날 지경이었다.

그래도 내 뒤에 따라 온 사람은 뒤에서 보니 내가 말을 아주 잘 타더라나뭐래나?

내딴엔 말에서 안 떨어지려고 고삐챙기랴, 말안장에 손잡이 잡으랴, 혹시나 강물에 빠지면 뭐부터 챙겨야하나,

별도 달도 없는 어두운 강에서 오직 들리는거라곤 말들이 철벅거리며 강을 건너가는 소리뿐인데 혼자 공포영화찍었구만.

평길이면 걱정이 덜 됐겠지만 어둡기도 했고 강돌들이 불규칙하게 크고 작은데다가 미끄러워서 몹시  걱정스러웠다.

말들이 삐그덕거렸고 잠시잠깐씩 균형을 잃을 때도 있었다.

왜 안 그렇겠는가.

캄캄한 강물 안에 돌들이 어떨지 지들이 알 턱이 있나?

불쌍하기도 했고 내가 다이어트를 더 하고 갈걸...후회도 됐다.

지난번에는 뚱뚱한 사람이 탔는데 말들이 강을 건너다가 힘에 부치니 위에 탄 사람을 강물에 빠트렸다고 들었다.

낙상하는 것으로 끝나면  다행이지만 다치기라도 하면  아휴....지금도 등골이 오싹한다.

세번 말을 탔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탔고 두번째 세번째는 더 힘들었다.

나쁜 내마부.ㅋㅋㅋ

 

내가 탄 말은 혈통이 경주마쪽인지 앞말과의 거리가 서너걸음만 되어도 얘는 뛰어가려고 하네.

어두운 밤 강가에는 온통 울퉁불퉁한 돌투성인데 네가 뛰어가면 나는 어쩌라고 워워워워...

말고삐를 다잡았다.

그러면 걸음을 천천히 늦추었다.

풀숲으로 가려고 하면 반대방향으로 고삐를 잡아당기니 또 오네~

기특한 녀석.

그렇게 한참을 말하고 씨름을 하다보니 그래 네가 달리겠다면 나도 훌륭한 기수가 되어주마.ㅋㅋㅋ

겁도 없이 달리고 싶어졌다.

그러니 뒤에 따라 오던 사람이 내가 말을 아주 잘 몰고 온줄알지.

거기는 사람들도 자그마하고 말도 작고 개들도 작았다.

고양이도 닭도 크지 않았다.

집에 와서도 엉덩이 때문에 사나흘은 고생했다.

이리 앉아도 저리 앉아도 불편했다.

따갑고 쓰리고 으흐흐.....

 

 

 

 

 

 

 

 

 

  집에 오니 시계초와 수련 그리고 채송화와 물양귀비가 나를 반겨준다.

   
마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