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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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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지의 한국인


BY 시냇물 2016-05-31

정말 오랜만에 아컴엘 들어와 보네요

올해는 나의 환갑이 되는 해!

 

사실은 모녀 3대 여행을 계획했었는데 계획은 계획일뿐...

두 딸램들이 초대한 맛있는 점심과 금일봉으로 조촐하게 보냈다

사람의 일이란 게 워낙 뜻대로만은 안 되는 것임을 이번에 다시 또 절실히 느꼈다

 

남편은 워낙 그런 데는 쑥맥인지라 다른 생일도 아니고 환갑인데

얄밉게도 아무 것도 없이 그냥 입을 쓰윽 닦는다

그래서 지나가는 척

"당신은 이번 내 생일에 무슨 선물을 주려나?"하며 ​떠봤더니 대뜸

"선물? 그런 거 없어!"하고는 휭하니 옥상으로 올라가 버린디

그때가 2/23일 바로 내 생일 아침이었다

'아니, 선물을 주며 축하를 해도 모자랄 판에 이건 또 무슨 황당 시츄에이션이람!'

하는 생각에 괘씸하기까지 하였다

 

이런 마음을 꾹 누른 채 청소기를 돌리고 있는데 갑자기 옥상에서

"와장창창창~~~"하는 요란한 소리가 들렸다

'이게 무슨 소리지?'

하며 잠시 귀를 기울였는데 조용하길래 늘상 옥상에서 이것저것 만지다 떨어뜨리기도

잘하는 남편이 이번에도 뭘 떨어뜨렸나 보다 하며 하던 청소를 계속 하였다

시간상으로 한 2~3분이나 지났으려나

그러다 세탁기에 돌린 빨래가 다 됐길래 그걸 널려고 옥상에 가지고 올라갔는데 

"아이구, 아이구!"하는 남편의 비명 소리가 들리는 거였다

깜짝 놀라 냅다 뛰어 가보니 남편이 옥탑방 지붕에 올라갔다가 내려올 때 사다리가 미끄러지며

떨어져 내동댕이쳐 넘어져서는 꼼짝도 못하며 연신 비명을 질러댔다

어찌나 놀랬던지 경황이 없어 어찌해야 할 지를 모르고 내 입에서는

"119, 119" 이 소리만 계속 나왔다

남편이 일단 차가운 바닥을 벗어나야 하니 좀 따뜻한 곳으로 가야겠다며 어찌어찌 몸을

초인적인 힘으로 굴려 햇빛이 비치는 곳으로 기어와 연신 신음소리를 내뱉으며 누웠다

남편이 잠시 정신을 차리는 사이 119에 신고를 하고는 몇 가지 준비물을 챙겼다

옥상에서 내려다 보니 집앞에 구급차가 서며 3명의 구급대원이 옥상으로 올라와서는

깜짝 놀라며 계단이 가파르니 들것도 할 수가 없다고 남편을 등에 업고 한 사람은 뒤를

받치고서야 겨우 구급차에 태울 수가 있었다

가까운 병원으로 냅다 달려와 응급실로 실려 들어갔다

남편은 허리와 왼쪽 발뒤꿈치가 제일 많이 아프다고 통증을 호소하여

바로 CT와 X-RAY를 찍어보니 발뒤꿈치 뼈가 조각이 났고 허리와 꼬리뼈에도 미세하게

금이 가 있다고 당장 입원을 해야 한다 하였다

참, 다른 날도 아닌 내 환갑 생일에 어찌 이리 멋진 선물아닌 선물을 주는지

딸램들이 미리 챙기지 못했다면 일생에 한 번뿐인 내 환갑은 어이없이 지나가 버렸을 것이다

불행중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그러게 마눌한테 마음 좀 예​쁘게 쓰지 그랬슈, 이 양반아'


담당 선생님이 다음날 당장 수술을 해야 한다며 나이가 있으니 일단 골밀도 검사를​ 해봐야 한다하여

또 검사를 진행하느라 아픈 사람을 계속 움직이니 나 또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당장이라도

터질것만 같았다​

환자와 함께 나 역시 보호자로서 병원생활이 시작된 게 2주, 집에 와서 한 달의 간병과 재활치료차

재입원으로 또 열흘을 입원하며 지내느라 봄이 왔는지, 갔는지도 모르고 ​올해 봄은 다 지나가고 말았다

퇴원할 때 담당 의사 말로는 발뒤꿈치는 잘 낫지도 않는 곳이고 후유증도 심해 회복이 빠르진 않을거라

했는데 사고 후 3개월이 지난 지금은 목발도 없이, 또 지팡이도 없이 자기 발로 걸어 다니는 걸 보면

그야말로 의지의 한국인이랄 수 밖에 없다!


나 역시 한번이니 그 길고 지루한 간병을 해냈지 두 번 다시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의지의 한국인이여 건강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