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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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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팔려서


BY 그대향기 2016-05-07

어제 새벽이었다.

5시 30분 새벽기도를 마치고 희뿜할 때

산에 올라갔다.

한창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는 산이 나를 부른다.

요즘 우리 산은 환장하게 좋다.

뺑 둘러서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아카시아 향에 취할 지경이고

벌들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내며 꿀을 딴다.

벌개미취와 꽃범의 꼬리, 채송화를

계단식 밭에 옮겨 심고 얼른 내려왔다.

새벽기도 마치고 약 40분 정도?

아침 식사준비를 하려고 내려왔다.

산에 올라갈 때는 내 전용 자가용을 타고 간다.

충전식자전거.

작은 오토바이라 생각하면 된다.

충전이 덜 되었을 때는 발로 밟으면 되고 편리하다.

걸어서 10분 정도니 오토바이를 타면 금방이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상쾌하게 잘 내려오다가

대문 앞에서 막 커브를 트는 순간

 

꽈당~~

달리던 오토바이가 도로바닥에 휙~돌아버리고

나는 그대로 아스팔트 위로 나동그라졌다.

학창시절의 운동신경을 발휘해서

착지를 잘한다고 했는데 무릎이 무릎이....

아픈건 둘째치고 뒤에서 차라도 따라 왔더라면 큰일날 뻔했다.

동네사람이라도 볼까 봐 아픈거 살필 사이도 없이

얼른 오토바이를 바로 세우고

시동이 걸리나 손잡이를 잡아보니 오토바이는 간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침 밥 할 시간이라 꾹 참고 계단을 올라와

집에서 무릎을 보니 어머나 세상에~~

10센티미터쯤 아예 구멍이 뻥 뚫려있다.

아스팔트에 넘어지면서 그 부분 천이 날아가 버렸고

내 무릎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짚었더니 손바닥도 욱신욱신

무릎통증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남편이 볼까 봐 대충 닦고 마데카솔을 바른 다음

붕대로 칭칭감고 반창고만 띡 발라서

주방으로 내려갔다.

공과 사는 구별해야겠기에.

절름발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아파도 꿋꿋하게 걸어서 아침을 잘하고

집으로 올라와서 찬찬히 상처를 다시보니

생각보다 심하다.

저녁 때 할머니들하고 목욕을 가야하는데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원고 보낼게 있어서 오늘은 글 마감 좀 하려구요.

하기사 지난 수요일에 아이들하고 하긴 했고.

목욕탕가면 다리 다친게 탄로날거고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진 걸 이야기 해야되고

할머니들 걱정하실거 생각하니

그냥 안 가는게 맞다.

남편은 자주 다치는 편이라 내가 늘 잔소릴 하는 편이다.

다 큰 어른이 넘어지고 그런다고 놀렸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내가 넘어졌으니

그 핀잔을 어찌 들을꼬.

나는 참 잘 안 다친다.

성격이 그리 신중하지도 않는 편인데

매사에 좀 안전주의자다.

덜렁대는 성격인데도 꼼꼼한 편이다..

낮에 사고현장에 다시 가 봤다.

왜 내가 넘어졌는지는 알아야겠기에

요즘 우리집 앞 도로를 정화조 자동화를 한다고

죄다 엎어서 임시도로를 만들어놨다.

기존 도로와 임시도로간 높낮이가 5센티미터 정도 차이가 났다.

그걸 모르고 오토바이를 그냥 우회전으로 바로 꺽었으니

큰 타이어 같으면 무난히 넘어갈 일인데

타이어 폭이 좁다보니 앞 핸들이 휘리릭~

이만하게 다행이다.

안그래도 큰 면상을 갈아엎기라도 해 봐

몇날며칠 어찌 보고 살았을꼬?

아직 아무도 모른다.

남편도 아이들도 할머니들도.

다음 목욕 때 까지는 다 나을것 같다

근데 엎어지면서 손을 짚어서 그런지

오른쪽 어깨가 심히 아프네......

다친 오른쪽 무릎도 뻗장다리가 되려고 한다.

뒷다리근육이 많이 놀랬나보다.

자면서 옥돌매트에 전기를 넣고 온찜질을 하고 잔다.

이 더위에.

쪽팔려서 아파도 이야기도 못하고

걸음걸이도 때 아니게 조신하게

천천히 우아까지는 아니고.

아이구 내 무릎이야 아~쪽팔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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