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벽이었다.
5시 30분 새벽기도를 마치고 희뿜할 때
산에 올라갔다.
한창 야생화가 피기 시작하는 산이 나를 부른다.
요즘 우리 산은 환장하게 좋다.
뺑 둘러서 아카시아가 흐드러지게 피었고
아카시아 향에 취할 지경이고
벌들은 비행기가 날아가는 소리를 내며 꿀을 딴다.
벌개미취와 꽃범의 꼬리, 채송화를
계단식 밭에 옮겨 심고 얼른 내려왔다.
새벽기도 마치고 약 40분 정도?
아침 식사준비를 하려고 내려왔다.
산에 올라갈 때는 내 전용 자가용을 타고 간다.
충전식자전거.
작은 오토바이라 생각하면 된다.
충전이 덜 되었을 때는 발로 밟으면 되고 편리하다.
걸어서 10분 정도니 오토바이를 타면 금방이다.
새벽공기를 가르며 상쾌하게 잘 내려오다가
대문 앞에서 막 커브를 트는 순간
꽈당~~
달리던 오토바이가 도로바닥에 휙~돌아버리고
나는 그대로 아스팔트 위로 나동그라졌다.
학창시절의 운동신경을 발휘해서
착지를 잘한다고 했는데 무릎이 무릎이....
아픈건 둘째치고 뒤에서 차라도 따라 왔더라면 큰일날 뻔했다.
동네사람이라도 볼까 봐 아픈거 살필 사이도 없이
얼른 오토바이를 바로 세우고
시동이 걸리나 손잡이를 잡아보니 오토바이는 간다.
무릎에 통증이 느껴졌지만
아침 밥 할 시간이라 꾹 참고 계단을 올라와
집에서 무릎을 보니 어머나 세상에~~
10센티미터쯤 아예 구멍이 뻥 뚫려있다.
아스팔트에 넘어지면서 그 부분 천이 날아가 버렸고
내 무릎에는 피가 흐르고 있었다.
손바닥으로 짚었더니 손바닥도 욱신욱신
무릎통증이 예사롭지가 않았다.
남편이 볼까 봐 대충 닦고 마데카솔을 바른 다음
붕대로 칭칭감고 반창고만 띡 발라서
주방으로 내려갔다.
공과 사는 구별해야겠기에.
절름발이처럼 보이지 않으려고
아파도 꿋꿋하게 걸어서 아침을 잘하고
집으로 올라와서 찬찬히 상처를 다시보니
생각보다 심하다.
저녁 때 할머니들하고 목욕을 가야하는데
거짓말을 하고 말았다.
원고 보낼게 있어서 오늘은 글 마감 좀 하려구요.
하기사 지난 수요일에 아이들하고 하긴 했고.
목욕탕가면 다리 다친게 탄로날거고
오토바이 타다가 넘어진 걸 이야기 해야되고
할머니들 걱정하실거 생각하니
그냥 안 가는게 맞다.
남편은 자주 다치는 편이라 내가 늘 잔소릴 하는 편이다.
다 큰 어른이 넘어지고 그런다고 놀렸는데
오토바이를 타고 내가 넘어졌으니
그 핀잔을 어찌 들을꼬.
나는 참 잘 안 다친다.
성격이 그리 신중하지도 않는 편인데
매사에 좀 안전주의자다.
덜렁대는 성격인데도 꼼꼼한 편이다..
낮에 사고현장에 다시 가 봤다.
왜 내가 넘어졌는지는 알아야겠기에
요즘 우리집 앞 도로를 정화조 자동화를 한다고
죄다 엎어서 임시도로를 만들어놨다.
기존 도로와 임시도로간 높낮이가 5센티미터 정도 차이가 났다.
그걸 모르고 오토바이를 그냥 우회전으로 바로 꺽었으니
큰 타이어 같으면 무난히 넘어갈 일인데
타이어 폭이 좁다보니 앞 핸들이 휘리릭~
이만하게 다행이다.
안그래도 큰 면상을 갈아엎기라도 해 봐
몇날며칠 어찌 보고 살았을꼬?
아직 아무도 모른다.
남편도 아이들도 할머니들도.
다음 목욕 때 까지는 다 나을것 같다
근데 엎어지면서 손을 짚어서 그런지
오른쪽 어깨가 심히 아프네......
다친 오른쪽 무릎도 뻗장다리가 되려고 한다.
뒷다리근육이 많이 놀랬나보다.
자면서 옥돌매트에 전기를 넣고 온찜질을 하고 잔다.
이 더위에.
쪽팔려서 아파도 이야기도 못하고
걸음걸이도 때 아니게 조신하게
천천히 우아까지는 아니고.
아이구 내 무릎이야 아~쪽팔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