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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의 양복


BY 마가렛 2016-05-04

아버님은 검소하시고 사리분별이 밝으신 분이시다.

얼마전 아버님이 참석하시는 모임에서 팔순이 지난 분들 두 분께 축하금을 주셨단다.

원래는 돌아가시면 부의금으로 주시는 것을 살아계실 때 쓰시는게 좋겠다는 의견에

아버님이 주인공이 되셨단다.

저녁식사를 하면서 아버님께서 "요즘 양복한벌에 얼마나 하나?" 물으신다.

옆에 있던 남편이 양복 가격은 천차만별인데 왜그러시냐고 여쭈니 축하금 말씀을 하신다.

우리는 좋으시겠다며 용돈으로 쓰시라고 했더니 이번 기회에 양복한벌을 사고 싶으시단다.

결혼식에 참석해야 되는데 양복이 너무 오래된 양복만 있다고 덧붙히시면서...

'여유만 있다면 양복을 한 벌 해 드리고 싶은데...

우리형제 적금에서 양복을 사 드릴까?'

 

다음날,

아버님과 양복매장에 가서 양복을 고르는데 메니저가 얼마나 친절하고 상냥한지 아버님은 다른매장도

돌아보시지 않고 그곳의 양복이 마음에 드시나보다.

매니저는 나에게 "따님이신가봐요?" 아니라고 며느리라고 햇더니 놀라면서 대부분 딸하고 온다며

조금 의야해한다. 웃으면서 아버님이 딸이 없어 내가 대신 딸이나 마찬가지라고 했더니 대단하다는 눈빛을 보낸다.

양복을 차려 입으신 아버님은 멋져보였다. 말쑥한 모습에 한층 젊어 보이셨다.

그런데 예전에 입었던 양복을 여유있게 입으셔서 그런지 넉넉한 치수을 원하셨다.

결제를 어떻게 하겠냐는 말에 카드를 내밀었다.

옷을 갈아입고 나오신 아버님께서 양복값을 지불하려는 하셔서 결제했다고 말씀드리고

바지단을 줄이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는 매니저 말에  아버님과 카페에 들렸다.

"아버님 무슨 커피 드실래요?"

"난 커피.. 집에서 마시는 커피"

"아! 아메리카노.. 알겟어요. 전 라떼 마실께요"

주변의 봄꽃들이 햇살을 받으니 더욱 아름다워 보였다.

커피를 마시며 아버님께서 봉투를 나에게 내미셨다.

무슨 돈이냐고 여쭈니 아범 양복사는데 보태란다.

그냥 용돈으로 쓰시라고 했더니 당신은 돈 쓸데가 없다며 계속 주셔서 염치불구하고 받았다.

양복을 찾으러 매장에 갔더니 매니저가 행커치프와 양말을 특별히 드린다며 챙겨준다.

(옆에 손님은 자기네는 챙겨주지 않았다며 우리를 쳐다보며 웃었다.)

다음에는 바깥 사장님과 함께 오라는 맨트도 잊지않고...

 

아버님은 좋으신가보다.

며느리와 오래간만에 양복도 사고 데이트도 해서..

"아버님 점심 먹고 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