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먹물을 하얀 도화지에 뿌려놓은 것처럼 창밖의풍경은 전부 검은색이다.
앞에 보이는 다른 아파트의 집집마다에서 살짝 흘러나오는 작은 불빛을
제외하고는 창문 열고 손을 뻗었을때 누군가 내 손을 확 잡아당길것 같다.
어둠이 점점 짙어가는 밤 9시가 넘어가는 시간에 오늘은 난 맑은 하늘을
몇번이나 쳐다보았을지 생각도하지 않았다.
다만 오늘 몇번 창밖으로 보이는 바람이 흩날리는 나무들이 춤추는 모습을
몇번 곁눈질로 보았을뿐,
낮에 식사 마치고 창문 앞에서 거울을 열려놓고 흩어러진 머리를 보다가
하얀머리까락을 찾는다.
작년에 거울을 보는데 우연히 흰머리까락이 보이는것이 아닌가
사실 내 또래의 친구들중에는 이미 하얀머리까락이 절반 넘게 가진 친구도 있지만
아직 미혼인 내가 그것도 검은머리 깊숙이 숨어있는 하얀머리까락을 발견했을때
내가 그렇게도 이제는 나이가 들었나 싶었다.
너무 허무하지 않는가.
그 이후로 가끔 그 녀석들이 보이면 쪽집게로 뽑게되는데 어린시절 많이 보았던
익숙한 장면인데 이제는 내가 그 대상이 되어가나 싶다.
그래도 연애라도 한다면 나이 많아도 덜 서운하겠지만 그래도 눈에 보이게
덤성덤성보이지는 않지만 가끔 내 눈으로 보이면 젊음을 유지하고 싶다는 간절함인지
가끔 뽑고 있지만 연애한다면 그래도 상대방이 같은 또래라면 같이 늙어가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까 그나마 덜 외롭지 않을까.
나에게 연애란 신이라는 존재는 허락하지 않았는지 지금까지 살면서 나에게
나 좋다고 한 사람 별로 없었는데 있다면 10년전 투석하다가 나에게 프로포즈했던
간호사가 있었다.
투석실에서 항상 얼굴을 보는 사람들중에 한명이 동고동락하는 간호사인데
그때는 잠시 나에게 왔다간 행복인지 몰라도 나중에는 결국 인연이 아니였는지
그녀는 떠나갔다.
그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가다보니 나는 이미 40대 중반을 넘어서는
늙은이가 되어가니 하루 하루 쳐다보는 탁상달력의 흘러가는 날짜가
이제는 익숙해버린 친구처럼 보인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 나에게 당신 좋다고 말하면 몰라도 그외에는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