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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선물


BY 그대향기 2016-02-13



설 연휴가 다 지나갔다.

명절음식은 동이 났고 오늘 창녕장날이라 모처럼 장에 나가봤다.

긴 장마당이 북적거리던 며칠 전 하고는 완전 딴판이다.

장꾼들이 드문드문

장터로 차들이 다닐 정도로 헐렁했다.

아직 설음식들이 남아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하기사 한여름도 아니고 추운 계절이라 보관이 잘 될수는 있지만....

생선가게 서너 곳

야채가게 너댓

할머니들 들에 나가 캔 햇쑥이며 냉이가 서너 곳

튀김가게 두곳

나머지는 난전 대여섯군데?

기존의 점포는 뭐 당연히 문 열어뒀고.

양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찼던 장꾼들이 없으니 허전하다.

사는 재미에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데 너무 심심하다.

잡곡이 떨어져서 쌀전으로 갔다.

난장에 파는 할머니들은 모두 결석하셨고 점포로 갔다.

요즘 잡곡을 더 추가해서 밥을 하게 되어 여러가지 잡곡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데 보리쌀 한되값은 빼고 주셨다.

설 선물이란다.

집에 잡곡이 떨어지면 늘 다니던 집이다.

주인은 파는게 이런거라 선물도 잡곡이란다.

설 장을 보면서 야채상의 할머니는 상추를 한박스 주셨다.

한창 야채값 비쌀 땐데.

식자재를 파는 가게에서는 고급간장을 제법 큰 통으로 하나 주셨고

건어물상에서는 멸치와 김 한박스를 주셨다.

나는 한번 단골로 삼으면 줄창 그집만 간다.

옆에 옆에 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있어도 늘 가던 집만 간다.

가끔은 팔기는 뭐해도 먹는데는 이상없는 떠리물건들도 얻는다.

단골의 특혜다.

정으로 주시는거다.

서로 20년이 넘도록 본 사이다보니 엄마같고 언니같을 때도 있다.

새벽장을 보러 갔다가 이른 밥을 먹으러 가면 식당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우리 부부의 밥값을 먼저 내고 가시기도 한다.

도매상들은 천원 이천원 이익을 볼 때도 있지만 몇 백원의 이익을 볼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선뜻 우리 부부 밥값을 내고 가시는거다.

세상은 정으로 산다.

타인들이 이익을 위해 사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그 이익을 무시하고도 살아진다.

낼름 받아먹고 입 싹 닦는 나도 아니긴하다.

뜨끈뜨끈한 숭늉거리로 노릇노릇한 누룽지를 만들어다 드리기도 하고

양파값이 아무리 올라도 양파즙을 한통씩 안겨드리기도 한다.

사랑은 주거니받거니 해야 깊어진다.

값비싸고 근사한 선물도 기분 좋지만 소소한 선물에서 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조영남의 노랫말에 이런 가사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사랑없인 난 못 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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