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가 다 지나갔다.
명절음식은 동이 났고 오늘 창녕장날이라 모처럼 장에 나가봤다.
긴 장마당이 북적거리던 며칠 전 하고는 완전 딴판이다.
장꾼들이 드문드문
장터로 차들이 다닐 정도로 헐렁했다.
아직 설음식들이 남아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하기사 한여름도 아니고 추운 계절이라 보관이 잘 될수는 있지만....
생선가게 서너 곳
야채가게 너댓
할머니들 들에 나가 캔 햇쑥이며 냉이가 서너 곳
튀김가게 두곳
나머지는 난전 대여섯군데?
기존의 점포는 뭐 당연히 문 열어뒀고.
양옆으로 빼곡하게 들어찼던 장꾼들이 없으니 허전하다.
사는 재미에 구경하는 재미도 있는데 너무 심심하다.
잡곡이 떨어져서 쌀전으로 갔다.
난장에 파는 할머니들은 모두 결석하셨고 점포로 갔다.
요즘 잡곡을 더 추가해서 밥을 하게 되어 여러가지 잡곡을 사고
돈을 지불하는데 보리쌀 한되값은 빼고 주셨다.
설 선물이란다.
집에 잡곡이 떨어지면 늘 다니던 집이다.
주인은 파는게 이런거라 선물도 잡곡이란다.
설 장을 보면서 야채상의 할머니는 상추를 한박스 주셨다.
한창 야채값 비쌀 땐데.
식자재를 파는 가게에서는 고급간장을 제법 큰 통으로 하나 주셨고
건어물상에서는 멸치와 김 한박스를 주셨다.
나는 한번 단골로 삼으면 줄창 그집만 간다.
옆에 옆에 다 고만고만한 집들이 있어도 늘 가던 집만 간다.
가끔은 팔기는 뭐해도 먹는데는 이상없는 떠리물건들도 얻는다.
단골의 특혜다.
정으로 주시는거다.
서로 20년이 넘도록 본 사이다보니 엄마같고 언니같을 때도 있다.
새벽장을 보러 갔다가 이른 밥을 먹으러 가면 식당에서 만나기도 하는데
우리 부부의 밥값을 먼저 내고 가시기도 한다.
도매상들은 천원 이천원 이익을 볼 때도 있지만 몇 백원의 이익을 볼 때도 있다고 했다.
그런데 선뜻 우리 부부 밥값을 내고 가시는거다.
세상은 정으로 산다.
타인들이 이익을 위해 사는 세상이지만 때로는 그 이익을 무시하고도 살아진다.
낼름 받아먹고 입 싹 닦는 나도 아니긴하다.
뜨끈뜨끈한 숭늉거리로 노릇노릇한 누룽지를 만들어다 드리기도 하고
양파값이 아무리 올라도 양파즙을 한통씩 안겨드리기도 한다.
사랑은 주거니받거니 해야 깊어진다.
값비싸고 근사한 선물도 기분 좋지만 소소한 선물에서 더 감동을 받기도 한다.
조영남의 노랫말에 이런 가사가 있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사랑없인 난 못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