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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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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설날에는


BY 마가렛 2016-02-12

금요일엔 기다리고 기다리던 딸이 거의 6개월만에 집에 왔고,

토요일엔  3주만에 보는 아들이 초인종을 누르는 소리에

과장된 목소리로 "아들아~ 몇 년 만이니?" 하고 안아주니 씨익 웃으면서 넘 오버한다나?

에이 멋없는 녀석 같으니라고...

이른 나이에 아이들을 출가(?) 시키니 집이 넘 허전하고 공허하다.

아들, 딸이 모이니 집에서 빛이 나는 것같아 그냥 가만히 있어도 기분이 좋고 신이난다.

철없다 생각했던 아들은 그래도 그 유명하다는 성심당 앞에서 줄을서서 가족들에게 줄 빵을

사왔다. 이건 그야말로 아들에게, 우리에게도 이변이다.

원룸에서 혼자 살아보니 가족이 그리웠을지도 모르지...

동서들도 아들이 사왔다는 빵을 보고 놀라는 눈치다.

이제 철이 들었다는둥, 많이 달라졌다는둥 좋게 이야기하는데 좀 두고봐야 할 일이다.

워낙 종잡을 수 없는 아들이니 말이다.

 

푸짐한 전은 해도 끝이 없다.

조카들은 잘도 먹는다.

엄마둘과 아빠둘이 해주니 얼마나 맛있을꼬?

우린 전을 부치면 서방님들이 시키지 않아도 모여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전을 굽는다.

바삭하게 잘도 굽는다.

나는 동그랑땡 재료만 준비해 주면 나머지는 막내동서가 알아서 한다.

표고버섯에 별모양도 집어 넣고, 풋고추, 깻잎에 고기속도 알맞게 넣고,​

특히 감자전, 고구마전은 은은하게 잘도 구워서 일품이다.

동서들은 이쁘게 바구니에 담고 나머지는 즉석에서 먹기 바쁘다.

물가가 올랐다해도 10가지 전은 기본이다.

말하자면 전 데이~~ㅎ

난 여전히 속이 부대껴서 잘 먹지도 못하고 기름냄새가 오히려 역겨워 창문 열기가 바빴다.

남편은 힐긋거리며 나의 눈치를 본다.

 

밤에 침대에서 남편이 하는 말이,

자기가 세상을 뜨면 제사를 지내지 말라고한다.

제사는 넘 힘들고 넘 피곤하단다. 아무래도 요즘 내가 컨디션이 안 좋은걸 보고 그런 생각을 한게다.

나도 똑같은 생각이라며 그러니 얼른 성당에 입교해서 연미사로 대신하고 제사 때에는

도란도란 모여서 가벼운 상에 둘러앉아 이야기 나누면서 편한시간을 보내게 하자고했다.

명절 증후군으로 며느리들은 울고 화내고 이혼율이 높아진다고 하니

우리나라 명절문화도 바뀌어져야한다.

 

설날 당일에 생각지도 않게 남편이 아버님께 아버님 돌아가시면 할아버지, 할머니 제사는 어떻게 할꺼냐고

여쭈어서 깜짝 놀랐다.

사실 아버님은 막내라서 부모님 제사는 큰집에서 모셔야 하는데 좀 복잡한 사연으로 우리가 모셨다.

돌아가신 어머님께서 당신 계실 때 까지만 모시고 그다음에 큰집에서 모실꺼라고 나에게 말씀하셨는데

너무 일찍 세상을 뜨셨고 아버님도 그 건에 대해선 말씀이 없으셨다.

그래서 제사는 여전히 우리가 모셨다.남편이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왔다고 생각을 했나보다.

아버님은 한참 생각하시더니 큰집 조카들이 제사를 가져가기 힘들꺼라며 당신 계실 때 까지만 모시자고 하셨다.

제사문화를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지만 솔직히 며느리들에겐 부담되는게 사실이다.

 

며칠 전에 사진을 정리하다가 설날사진이 있어서 컴퓨터 바탕화면으로 깔아놓았다.

동서들에게 보라고 했더니 배꼽을 잡는다.

2007년 설날 때 찍은 온가족 사진인데 제일 어린 두 살짜리 조카가 안보인다 싶었는데

알고보니 사진 찍기 싫다고 측면에 누워서 발버둥을 치고 있었다..ㅎ

역시 개구장이 여조카다.

그래도 난 너무 반듯하고  이기적인 큰 조카보다 작은조카가 정이가고 사랑스럽다.

모두들 곱게 한복을 입고 사진을 찍었는데 그것또한 세월이 많이 흐르다 보니 이젠 아버님과

몇몇 사람만 한복을 입는다. 아이들은 컸다고 중학생만되면 한복은 안 입고, 남자들도 불편해서 안입고

우리 여자들도 세배와 덕담을 나누고 나면 한복이 불편해서, 일하기 편한 옷으로 갈아입을 수 밖에 없다.

점점 한복입을 일이 줄어든다. 친정에 갈 때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고 갔었는데 말이다.

계랑한복도 예쁘지만 그래도 난 전통한복이 더 멋스럽고 아름답다.

 

친정엄마는 사위들과 딸들에게도, 아들과 며느리에게도 세배돈을 주셨다.

남편은 너무 감사하다했다.

우리가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았을 때 사위가 좋은 보약을 해줘서

엄마가 이때까지 건강해서 고맙단다.

내기억엔 가물한데 엄만 기억력도 좋으시다.

남편 생일에도 꼭 챙겨주시는 엄마.우리가 용돈을 넉넉히 드려야 하는데 매 번 더 받기만한다.

우리엄만 참 정이 많으시고 지혜로운 분이시다.

 남동생의 넉살스런 말솜씨에 우리는 웃고 엄마에게 과일을 드리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