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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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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오늘도 향기로운 빨래를 널고 있다.


BY 새우초밥 2015-11-11

 

 

 

 

     향기로운 빨래를 널어본다는것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나 자신이 향기로운 사람으로

     변신하는것과 같다.

     비가 올것 같은 오늘도 나는 아침부터 세탁기에서 한참 돌린 빨래감을

     베란다에서 건조대에 널고 부족하니까 옷걸이에 하나씩 잘 정리해서 빨래걸이에 올린다.

     장미꽃이 생각나는 수요일이다.

     비가 내린다면 정말 금상첨화가 되지 않을까.

 

     내가 언제부터 빨래감을 빨래걸이에 널었는지는 기억에 없지만 확실한것은

     초등학생시절 여름방학이나 겨울방학때 시골에 가면 조카들을 연년생으로 출산했기에

     아침부터 부엌에서 밥하고 반찬 만들고 온갖 살림일을 하셨던 숙모님이 나에게

     빨래를 좀 널어날라고 부탁했으니까 긴 장대에 빨래줄이 걸려있는것을 보고 나무 장개를

     밑으로 내리고는 빨래를 널고는 다시 장대를 올렸던 기억이 있다.

     그시절 키가 작았던 나는 장대를 내릴려면 한참 뒤로 뒷걸음했었다.

    

     공기가 좋은 시골이라 그런지 차량들이 많이 다니지않았지만 그때는 비록 2차선에

     차한대 지나가면 먼지가 풀풀 날렸지만 지금은 시골집 바로 앞이 아스팔트로 포장되었기에

     먼지가 날리는 일이 없지만 1시간마다 한대씩 올라오는 버스가 먼지를 날리면서 지나가면

     그 먼지들이 집안으로 들어오고 그 먼지는 빨래감에 항상 묻을 수 밖에 없었기에

     빨래들을 다시 가지고 들어갈때는 먼저 탁탁 털고 가져가고 저녁석양이 산 넘어로

     숨어버리는시간이 다가오면 누가 말하지 않았는데도 난 빨래 걷을때를 알았는지

     자연스럽게 빨래를 걷는다.

     특히 무더운 여름철에 대청마루에 앉아 어디선가 불어오는 바람결에 날리는

     빨래들을 보고 있으면 어느 드라마의 한 장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바람이

     그때는 보이는것 같고 재가 자연과 하나가 되고 어쩌다 한번씩 가을날의 어느 오후에

     고추잠자리 한마리가 빨래줄에 앉아있으면 바람에 날려서 날아갈지 아니면

     언제쯤 날아갈지 유심히 쳐다보기도 했었다.

 

     그리고 이틀전 5~6년동안의 병고 생활끝에 돌아가셨기에 어머니가 남동생 차에

     대구에 가시면서 아침에 세탁기에 돌렸던 빨래감을 널어라고 하셨기에 널었다.

     물론 말씀하지 않아도 널어도 되지만.

 

     언제부터인가 빨래감을 널다보니 남자인 내가 여자속옷을 널기도 하는데 어떤 감정은

     전혀 없지만 여자들의 속옷에 대한 생각이 나중에 결혼하면 나는 아내 생일때

     어떤 속옷을 선물하면 좋을지 상상하게 되고 하루종일 바람과 마주한 바짝 마른 빨래들을

     정리하고 있으면 웬지 모르게 아기의 살을 만지는것 같은 느낌이 든다.

 

     대구에서 2년동안 생활하던 20대 중반시절,

     혼자 세탁기 돌리고 햇빛이 드는 작은 2층 공터에서 빨래를 널었을때 옆집 아주머니는

     혼자사는 사람이 어쩜 그렇게도 빨래를 잘하냐고 칭찬하셨지만 어차피 빨래는

     세탁기가 돌리니까 공은 세탁기에게 돌아가야 한다.

     

     세탁기 돌릴때 시간과 타이밍을 맞추고 어느정도 돌아갔다 싶을때 섬유유연제를 투입,

     30~40분 돌리고 건조대에 널려고 가져갈때 무거울때가 있지만 그래도 그때

     옷감에 남아있는 섬유유연제 향기에 그맛에 빨래널어가는것이 너무 좋은지도 모른다.

     오늘 오후에 비가 내릴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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