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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을 뜨개질 하다가...


BY 모란동백 2015-11-11

​시내를 다녀오다 실뜨개방을 무심히 지났네요

저 만치 가다가 되돌아와 뜨개방을 들어가 보았어요.

새댁들과 몇몇 아줌마들이

모여 앉아 열심히 뜨개를 배우며 실뜨개 삼매경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니

나도 옛날

생각이나 큰 작품으로 하나 떠볼까 싶은데

아~ 글쎄 다 까먹고 기호를 보니 하나도 모르겠네요.

그래도 왕년에 한 솜씨 하던 내가 말이예요.

기억을 더듬으려고 아크릴수세미 부터 떠보아야겠다고 생각하며

반짝반짝 예쁜색실을 사다가 뜨개실 상자에 하트문양의 기호가 인쇄 되어 있어

보고 뜨려니 아~ 머리 아프게 정말 모르겠네요. 치매 아녀 ~ 이무슨 일이지 ?

어찌하여 기호를 보면서 용을 쓰면서 떠보니 예쁜 하트 문양이 나옵니다

 

그럼 그렇지 나의 솜씨가 죽지 않았어 예~~ 쓰 ㅎㅎ

자신감 충만 .... 더욱더 기억을 더듬어 장미문양의 모티브를 떠보니 기억이 새록새록...

난 죽지 않았어 살아있어​ .

색색이 떠진 하트문양과 장미꽃 수세미를 뜨면서 딸내미를

그리워하고 있습니다. 살림을 제대로나 살까 걱정이 많네요 .

그래도 난 믿어요 누구 딸인데...

 

카톡으로 청첩장 디자인을 해서 보내왔어요

역시 내딸의 솜씨네요.  사위하고 딸하고의

캐릭터를 재밌게 그려넣고 글도 누가 엄마 딸이 아니랄까봐

코믹하고 재미나게도 썼더라구요. 그러나 예는 갖추고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초대글...

 

내딸의 초등학교때 일기장을 보면 배꼽이 빠질 정도로 글을 재미나게 썼는데

그중에 담임 선생님이 제일 펜이라고 했어요. 

 

 지금도 가끔 한번씩 읽어보면 절로 입꼬리 올라가요 ㅎㅎ

난 요즘 딸내미에게 카톡으로 살림사는법을 열심히 올려줍니다.

수세미도 열심히 떠서 혼수(?)로 주고 조카며느리에게도 선물해야겠고

왜 진작에 이생각을 못하고 아까운 솜씨를 썩히고 있었을까요 ?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그랬을것 같네요.

 

요즘은 스몰웨딩 (small wedding ) 이라하여 폐백,이바지, 예단 모두 생략하고

혼수도,집장만 모두 양가 똑같이 나누어 하는 작은 결혼식이 유행이랍니다.

그야말로 허례허식에 기죽고 찌들은 서민들은 결혼도 엄두를 못내고 있는 요즘

젊은이들의 사고가 얼마나 건전한지 칭찬을 하고 싶습니다.

나의 딸과 사위는 조촐하게 작은 결혼식을 하기로 하였어요.

 

저번 상견례때 사돈댁에서 아무것도 하지말라고 해서 무슨 말씀이신지 ?

의아했지만 곧 그뜻을 알고나니 스트레스 덜받고 나의 한복과 남편의 양복만 준비하며

딸에게 줄 지참금만 조금 쥐어줄 생각입니다. 급할때 요긴하게 쓰겠죠.

그러나 딸은 우리에게 조금도 손을 내밀지 않네요.

얼마나 기특한지요. 코바늘 뜨개질하다가 내딸이 잘 살기를 바라며 잠시 쉬면서 글 써봅니다.

솜씨 자랑 하려고 사진을 찍었서 올려보려 했지만 역시 실패.... 정상 경로가 아니랍니다 

 

딸아 사랑한다. 너는 누가 뭐래도 나에게는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그 말은 곧 네가 어떤 선택을 하건 그 결과가 어떻건 간에 상관없이 나는 너를 지지한다는 뜻이다. 그러니 지금까지 네가 그랬듯 두려워 하지말고 앞으로 나아가렴. 해 보고 안되면 뭐 어떠니, 까짓것 쉬어가면 그만이다. 그러니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그냥 재미있게 살았으면 좋겠다. 재미있게 사는 방법이 잘 안떠오를 때면 다 잘하려고 애쓰지 마라 실수투성이고 부족하지만 재미있게 살고자 했던 엄마의 인생을 보며 힘을 내거라. 우리딸 , 그리고 세상의 모든딸들아, 파이팅이다 /한성희지음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