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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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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로운 생과부


BY 그대향기 2015-11-08

아...심심하다.

말 할 상대가 없으니 입에서 군내가 날 지경이다.

거실청소를 한번 해 놓으니 어지를 사람이 없어 좋긴한데

뭔가 허전하고 맥이 빠진다.

아무데나 벗어 놓은 양말짝을 주우러 다니면서 잔소리~잔소리 해야 되는데

세탁기도 개업 중 폐업이다.

남편은 휴가 기간 중에 낚시여행을 떠났다.

나는 낚시를 아주 재미없어 한다.​

이번만큼은 인생을 뒤돌아 보고 철저한 자유를 누리고 싶단다.

어마어마하게 자유로울 것 같아서 떠난 여행이었는데

막상 가 보니 혼자 자는 숙소에서 잠이 안 오더란다.

이틀을 뜬 눈으로 세우다시피 하고 전화가 왔다.

"당신은 잠이 잘 와?"

"나는 집에서 자니 잘 오지...자러 가 주까?ㅋㅋㅋ"

"여기 섬이야."

"고기 많이 낚으면 얼음 채워서 택배로 보내줘."

"고기들이 나만 미워해."

"파도나 조심하고 밥 굶지 말고 잘 챙겨먹고 다녀."

생각만큼 덜 재밌나보다.ㅋㅋㅋ

옆에서 꽁알거려주고 ​뭐라도 챙겨줘야 맛인데

혼자서 하루 종일 바다만 바라보니 고기가 낚여도 별로...

잡은 고기를 옆에서 낚시하던 사람들한테 다 줘 버렸단다.

애당초 초고추장이며 도마에 회칼까지 다 들고 가더니

혼자서 아무 재미가 없더란다.ㅎㅎ

오늘이 닷새째

통영에서 낚시를 조금 하다가 비를 뚫고 돌연 집으로 들어왔다.

도저히 바깥잠이 시원찮아 잠자러 왔단다.

오자마자 샤워  하고는 꿀잠을 잔다.

혼자 비싼 모텔에 이틀을 자고 나니 돈이 아까워서

허름한 민박집에 잤더니 잠을 잔것도 아니고 안 잔 것도 아니더란다.

나랑 둘이 다닐 때는 먹는 것 보다 잠자리를 더 좋은 곳으로 챙기는 나 때문에

늘 깔끔한 숙소에서 경치를 즐기면서 잤던 남편인데

혼자서는 그게 잘 안 되더라며 잠자러 집으로 돌아왔다.ㅋㅋㅋ

내일 다시 이동할 테지만 집 떠나니 개고생이란다.

둘이 다닐 때는 일주일이 금방이더니...​

내일부터 사흘은  또 어디서 낯선 잠을 자고 올지.

고독은 아무나 즐기는게 아닌가보다.

나도 집에 남편이 있다가  없으니 멍~~

뭘해도 신나지가 않는다.​

너른 거실에 덩그러니 앉아서 영혼없는 눈으로 티브이 화면만 응시한다.

내용도 모르고 그림만 보게된다.

내가 일본에 가고나면 목요일부터 일주일 동안 남편도 이럴거구나...

앞으로는 따로 놀지 말아야겠다.

싸우거나말거나 일주일 동안 껌딱지로 지내야겠다.​

그래도 내년에 필리핀 큰 행사에 나는 가야하는데 또 일주일을 각자 살아야된다.

선교사님의 초청으로 큰 잔치에 현지에서 한국음식을 만들어야한다.

남편은 같이 초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안 간다고 버틴다.

나는 안 가면 안되는 입장이고 또 별거에 들어가야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