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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서의 40대 직장 여성과 MZ직원과의 싸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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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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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엄마!!


BY 시냇물 2015-09-09

​어제가 친정 아버지의 15번째 기일이었다

우리는 10년까지는 제사를 지냈지만 하나뿐인 남동생네 사정이

여의치 않아지면서부터는 굳이 제사를 안 지내고 성당에서 연미사로 대신한다

올해도 남동생과 올케는 못 가뵈서 죄송하다는 전화만 왔다고 엄마가 얘길 해주신다

차~~암, 사정이 안 좋다니 뭐라 할 말도 없고....

미사 시간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어 엄마네 집 벨을 누르니 기다렸다는 듯 엄마가

반색을 하며 현관문을 열어 주신다

내가 장을 봐 온 걸 보시고는 "아유, 뭘 이렇게 많이 사왔냐? 너 온다 그래서 내가 다

준비해 놨는데..."

지난 7월에 가족 모임때 뵙고 두 달여만인데 역시 엄마를 보니 기분이 흐뭇해졌다

미사 시간까지 여유가 있길래 오랜만에 엄마와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거실에 놓여있는

아버지 사진을 보며 아버지께도 인사를 하니 비로소 아버지 기일이 더 의미있게

다가왔다 꼭 많은 음식 차려야만 효도는 아니니까.

저녁 7시 미사를 언니, 엄마, 형부와 나까지 네 사람이 참석하여 조촐하게 지냈다

밑에 여동생은 직장 관계로 못 오는 대신 지난 일요일에 아버지 산소를 다녀왔다 하여

효도는 각자의 사정대로 하는 것이니 그래도 잊지 않았다는 것만 다행이랄 수 밖에....

 5남매 중 언니와 나 달랑 둘만 미사에 참석하니 약간의 서운함은 남는다

그래도 아버지를 생각하며 정성껏 미사를 드렸다

미사가 끝나고 저녁 식사를 하며 우린 생전의 아버지 얘기를 하며 기일의 의미를

다시한번 되새겼다 

미사가 끝난 후 식사를 하러갔는데 늘상 언니가 혼자서 다 부담을 하는게 미안했었기에 이번엔 내가 저녁을 대접하겠다고 미리 얘기를 하였더니 언니도 반색을 한다

못난 동생들과 친정으로 인하여 60평생 한시도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언니를 생각하면

이젠 자꾸 마음이 짠해진다

날씨도 제법 선선해졌길래 우린 국물이 뜨끈한 샤브샤브를 시켜 아주 푸짐하고

기분좋은 식사를 하였다 언니와 형부, 엄마한테 식사 한 끼를 대접하고 나니

나 역시 마음이 좋았다

언니에게 넘치도록 받는 사랑에 몇 분의 일이라도 보답을 했다고 해야 하나?

모처럼 동생에게 대접을 받으니 언니는 기분이 좀 이상하다고 한다 얻어 먹은게.

 언니가 동생들에게 해준 것에 비하면 이건 그야말로 새발의 피도 안 되는 것을....

 

이번엔 엄마한테도 내 손으로 한끼 식사를 차려 드리고 싶어 어제 봐 온 찬거리를

오늘 아침에 부지런을 떨어 TV집밥백선생에서 배운대로 쇠고기뭇국, 무나물,

불고기까지 한 상을 차리니 어찌나 달게 드시던지.

매일 혼자서 식사를 챙기느라 제대로 챙겨 드시지도 못하셨을거라 생각하니

이런 기회가 또 얼마나 내게 있으랴 싶다

유치원에 이야기할머니 봉사를 하러 간 언니에게도 점심은 엄마네 와서 함께

하자고 하니 좋아라 한다

모처럼 세모녀가 오붓하게 점심을 함께 하니 마음이 무척이나 흐뭇하다

그것도 내손으로 직접 차린 식사였기에 더더욱

 

아버지 기일을 맞아 친정에 다니러 갈때면 이런 만남이 있기에 어제

고속버스를 타고 원주로 오는 내내 기다림이 더 깊었었나 보다

엄마와 언니를 한꺼번에 볼 수 있기에....

 

아버지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냈네요

고맙습니다, 아버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