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게는 첫인상이 중요하고 첫만남이 중요하듯이 처음 사람을 만날때 귀로 듣게되는
다른 사람의 목소리 또한 중요하다.
그러나 나는 다른 사람에 비하여 언제부터인가 목소리에 대한 자신감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컨디션이 좋을때는 내가 들어보면 옥구슬이 흘러가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투석후에는 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한 여름 장마철에 아래 지방에서 잔득 올라오는 검은 비구름이 잠시 머물면서
세찬 소나기를 뿌릴것 같은 그런 느낌처럼 내 목소리는 흐리다.
지난 일요일 초등학교 동창회 자리에 밴드로만 대화를 하던 서울사는 여자 동창하고 만나서
단체로 친구들이 이야기하는 시끄러운 공간에서 그녀에게 그동안의 근황을 이야기하는데
시끄러운 소리에 나의 목소리는 나의 바램과는 다르게 흐리게 나오기 시작하고 나는
내 목소리가 그녀에게 깨끗하게 들릴까 또 사투리 때문에 제대로 알아듣고 반응하는지
말의 속도조절까지 생각하면서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너무 조심스럽다.
말이 흘러나오는 꺠끗함이 그나마 계곡물 흘러가는 소리처럼 깨끗하면 덜 긴장되는것이 사실이다.
20년전,
집에 있을때 울리는 전화를 받았는데 여동생을 찾는 지인의 전화였고 집에 없다고 하니까
상대방 여자는 나에게 그럼 할아버지 언제 들어오세요라고 말하는데 내 목소리가 그렇게도
좋지 않는가 싶어서 녹음시켜서 들어보니 내가 들어봐도 영 아니다.
사실 그때 충격으로 다가왔고 어쩌다 서울쪽 사람들하고 통화할 일이 있을때는 또 자연스럽게
긴장하게 되고 어떤날은 당신은 사투리가 강하다는 말에 나는 모르고 있었던것까지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같은 경상도 사람들하고 대화할때 사용하는 억양이니까 모르고 있었지만
타지방 사람들에게는 강한 톤의 목소리로 흘러나왔는가 보다.
그래서 두번째 전화통화하면 항상 물어보는것이 이번이 두번째니까 예전보다는 더 알아듣죠?
이런식으로 물어보게 되니까 그때부터 통화하는것이 싫어졌다.
그리고 투석하면서 더욱 더 목소리는 흐리게 되었고 투석하지 않는날은 괜찮지만
투석하고 사람들을 만나면 나오는 흐린 목소리 때문에 대화하는 순간이 정말 힘들다.
갈라지는 목소리는 아니지만 허스키한 목소리가 나는 좋다고 생각했지만 결코 좋은것이 아니였다.
최근에는 투석하고 나면 상대방에게 이야기할때 귀가 울리는것 같아서 말의 전달이 잘 되는지도
모르고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지만 목소리가 흐리게 나오니까 말하는 순간들이 줄어든다.
내 얼굴이야 생긴대로 살아갈 수 있지만 정말 목소리에 긴장이 바짝 신경을 쓰게 되고
행여나 타지로 여행을 갔을때 혹시 피곤하면 목소리가 또 흐리게 나올것 같다는 마음에
길을 물어보거나 다른 말을 걸어볼려면 긴장되는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는 얼굴 잘 생긴 사람보다는 목소리가 청아한 사람이 좋은데 내 친구중에 목소리가
청아한 친구가 있지만 친구들에게 하는 행동을 보면 마음에 들지않고 가끔은 그 친구 목소리가
아깝다는 생각이드는것이 사실이다.
예전 말에 얼굴값 못한다는 말은 있지만 이제는 목소리값 못한다는 말이 생기면 또 모를까.
나는 언제쯤이면 목소리가 깨끗하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